통합돌봄 시행 D-7개월 현황
“통합돌봄, 단순 연계 넘어 서비스 질 높여야”
기본적인 예산, 인력 확충 선행 필수 … “지역공동체 관점, 자원연계 효율 높아”
노쇠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장애인·정신질환자에 대한 의료-요양 등 통합돌봄지원 사업의 전국 시행이 7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노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통합돌봄지원 시범사업에서 건강 개선 및 비용 효과는 분명히 확인됐다. 건강보험공단의 시범사업 중간평가(2023년 7월~2024년 4월) 결과에서 광주 서구와 북구, 전주시 등 12개 지자체는 의료돌봄 통합지원체계를 안정적으로 갖춰 왔고 이용자 만족도도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시범사업 참여로 재가생활 유지가 된다는 인식이 86.9%로 높았다. 이재명정부는 앞선 정부들의 사업을 이어받아 전국시행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노인 대상 시범사업은 131곳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8월 중 시범사업에 참여할 지자체를 추가로 모집할 계획이다. 이전 정부가 진행하지 않은 탓에 이재명정부 들어 시작한 장애인통합돌봄지원 시범사업은 4곳 지자체가 7월부터 진행 중이다. 정신질환 대상 통합돌봄사업 준비는 관련 연구용역 작업을 시작하고 있다. 지금 상황으로 보면 노인통합돌봄사업은 내년 3월 전국 지자체 절반 이상이 시작할 수 있지만 장애인과 정신질환 통합돌봄사업은 그 속도와 진행 규모는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순차적인 시범사업 확대 방식으로만 한정하지 않고 노인사업에서는 서비스 질을 높이고 장애인과 정신질환자 사업도 각계와 함께 논의하고 시스템 구축, 서비스 개발 등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는 ‘의료·요양 통합돌봄 추진본부’를 11일 구성했다. 노인·장애인 등 대상자별 통합돌봄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보건의료를 포괄하는 돌봄 인프라 및 서비스를 확충할 수 있는 추진 구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해서 통합돌봄시범사업 현장에서 사업 확대를 위해 노력하는 지자체 담당자들과 전문가들의 경험과 생각을 모았다.
노인 통합돌봄지원 시범사업에서 나타난 긍정적인 평가는 이후 노인통합돌봄(통돌)사업을 새로 시작하는 지자체와 장애인-정신질환자 통합돌봄사업에서도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12일 윤종성 광주 서구 장애인희망복지과장은 “통합돌봄사업은 지자체가 과거 안 했던 새로운 방식이지만 앞으로 제대로 가려면 서비스를 단순 연계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우용 대전 유성구 통합돌봄팀장은 “연계하는 서비스 가짓수가 늘고 질이 높아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지 않겠냐”며 “한정적인 재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마을 공동체’ 문화를 활성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인통돌 선도지역, 서비스 고도화 고민 = 유애정 건강보험연구원 통합돌봄연구센터장에 따르면 시범사업 이용자들이 집에서 지내는 기간이 늘고 병원과 요양원으로 가는 비중이 줄어들었다. 총비용은 시범사업 참여군이 대조군에 비해 41만2927원 줄었고 건강보험비용은 53만6335원, 장기요양보험비용은 12만3408원 정도 늘었다.
불만족으로 답한 경우는 의료돌봄 서비스의 시간이나 양 확대가 필요하다거나 일상생활지원 서비스 확대 요구가 많았다.
관련해서 정부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아 노인통돌시법사업을 진행한 곳은 의료돌봄 통합지원체계를 안정적으로 갖춰 온 것으로 평가된다. 이들 지자체의 경험은 이후 기술지원형 시범사업에 참여한 지자체에 전해지는 좋은 자산으로 작용하고 있다.
송 유성구 통합돌봄팀장에 따르면 노인통돌사업에 안착을 위해 유성구를 포함해 선도 지자체가 중점으로 했던 것은 전달체계 즉 공무원이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일이었다. 보편적인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을 대상으로 시군구가 직접 연계체계를 갖추고 통합지원회의를 월 최소 2회 이상 운영한다.
구청장이 참여 잘하는 곳은 상도 주고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활성화됐다. 예산에 상관없이 통합지원회의에 다양한 부서가 참여해 필요한 서비스나 도움을 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보건소, 치매안심센터, 정신건강보건센터, 건강보험공단 지사 등도 한자리에 모인다.
송 팀장은 “지역에 돌봄문화 붐을 조성하고 적은 보조금이지만 지원해 줘 지역사회보장협의체나 통장, 마을공동체가 직접 사업을 기획하고 함께 대상자를 찾는 프로그램을 진행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공태자 대전 대덕구 통합돌봄과장은 ‘늘봄채’라고 LH랑 협약을 해 어르신들을 주거안정과 돌봄을 제공하는 주택사업을 소개했다. 1인~2인 가구가 모여 전체 11가구가 사는데 사회복지사 2명과 간호사 2명이 상주하는 돌봄지원센터를 운영한다. 일상생활을 다 관리하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상담하고 서비스를 연결해 주고 있다. 중리동 권역에만 있어 권역별로 늘릴려고 노력 하고 있다.
선도적으로 노인통돌시범사업을 진행한 곳들의 다경력 담당자의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유성구의 경우 퇴원환자 이용하는 중간집이나 케어안심주택, 방문의료 진료가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다. 광주 북구의 경우 간호직이 일부만 배치돼 사업 진척이 더디다. 윤 광주 서구 장애인희망복지과장은 “의료분야 서비스 제공이 일차의료 수준으로 가야하고, 다직종 서비스 연계와 사례 조정을 통해 당사자에게 제일 적합한 서비스를 찾아줘야 하는데, 그러려면 담당자들이 지속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선 광주 북구 통합돌봄정책팀장은 “주민들에게도 통합돌봄사업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 유관 시설이나 기관들은 조금이라도 알고 있지만 모르는 주민이 많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 팀장은 “보건소가 협업을 하고 있기는 한데 통돌사업의 필수인력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산 지원 없는 기술지원 한계 분명 = 노인통돌 시범사업에 정부의 예산지원이 없는 기술지원형으로 참여한 지자체가 119곳에 이른다. 선도 지자체의 앞선 경험과 정보를 익히고 자기 지자체에 맞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작업을 통돌담당자들이 수행하고 있다.
안주희 전북 남원시 통합돌봄팀장은 “복지부나 건강보험공단에서 수시로 교육을 하고 2주에 한 번 영상회의를 계속 한다”며 “다른 자치단체와 연계사업 어떻게 하는지 공유해 줘 빨리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안 팀장은 “서비스 하나를 하더라도 자치단체에 가장 맞는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진행하고 지역 자원을 적극 활용해 하도록 안내받았다”고 덧붙였다. 남원의 경우 방문진료가 활성화가 되고 있다. 지방의료원이 공모에 선정돼 같이 진행하고 있다. 병원 동행서비스를 해보려고 하반기에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지원형 시범사업에 참여한 대다수 지자체에는 일단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예산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확인된다. 본지와 통화한 서울 은평구와 전북 남원시 등 담당자들은 예산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기술지원형 노인통합돌봄지원 시범사업 모니터링 보고서‘에서도 “최소한 사업 운영비(회의비 등)라도 중앙정부 예산을 필수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술지원형 시범사업 지자체에는 아직 전담조직이나 전담인력 확충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추미영 부산 금정구 희망복지팀장은 “통합돌봄팀을 만들어야 하고 거기에 필요한 인력이 들어가야 하는 데 인력 증원이 필요하다”며 “기존 인건비가 묶여 있기 때문에 복지부 행안부가 풀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방문의료를 금정구 지역 내 도입하기에는 지역의료기관의 인식이 아직 안 된 부분이 있는데, 방문의료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재택의료나 방문진료를 활성화하기 위해 1차의료기관의 진료 수가가 낮은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성미숙 서울 은평구 통합돌봄과장은 “일반 병의원의 참여를 유도하기가 너무 어렵다”며 “1차 의료기관 방문진료 수가가 현실화되면 방문진료사업이 활성화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내년 전국 시행을 계기로 새로 참여하는 지자체 담당자 및 종사자들에 대한 교육을 위한 지역별 교육시스템이 구축이 당면한 과제가 된다. 건강보험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지역별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보건복지인재원 외 추가적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애인건강주치의 활성화, 활동지원 확충 = 지난 7월 30일 광주 서구와 북구, 대전 유성구 대덕구가 장애인통합돌봄 시범사업에 들어갔다. 지체 뇌병변 그리고 심한 장애자를 우선 지원대상군으로 삼는다. 대상 판정활동을 하는 국민연금공단지사가 있는 곳과 준비된 지자체가 먼저 참여하게 됐다. 복지부는 8월 중 장애인통돌시범사업 참여 지자체를 추가로 모집할 계획이다.
지금 시범사업을 참여하는 곳은 노인통돌사업을 선도적으로 추진해온 곳으로 노인통돌사업 방식을 준용할 전망이다.
송 유성구 통돌팀장에 따르면 국민연금관리공단, 장애인복지관, 장애인개발원이 참여한다. 통합지원회의에서 간담회를 진행했다. 송 팀장은 “으샤으샤 해보자는 분위기”라며 “기존 장애인 관련 사업들이 다양하게 있고 단체들이 있어 협력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 대덕구 통돌과장은 “장애인시범사업은 어르신장애인과에서 맡는다”며 “올해 예산이 없어 노인 부서에서 추진하는 업무와 병행해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스템을 새로 짜 나가야 하는 단계이고 대상자는 680명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공 팀장은 “민들레의료복지사회협동조합, 장애인복지관 그리고 여러 장애인 쪽과 협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복지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장애인통돌사업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이진선 광주 북구 통합돌봄정책팀장은 “법이 시행되니 일단 몇 곳 해보자는 식으로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광주 서구 장애인희망복지과장은 “중증 장애인 중 65세 이하인 그리고 뇌병변 지체장애인을 봤을 때 750명 정도가 된다. 올해 200명 정도가 노인 의료돌봄체계에 들어와 방문진료를 받고 있다. 장애인주치의 서비스를 받으면서 노인사업 정도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홍보하는 역할을 해야 되겠다”고 소개했다. 윤 과장은 “중증 장애인 경우 대부분 활동지원을 받을 경우가 많다. 활동지원사들이 통돌체계에 새로 잘 연계하는 게 또 하나의 숙제”라고 말했다.
장애인 건강주치의라든지 장애인 친화병원 같은 전문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외부 자원이 있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은평구에는 서울시 북부지역 장애인의료센터가 있다. 장애인통합 건강 서비스 제공 기반이 마련된 장점이 있다. 보건소에 지역사회 중심 재활사업을 한다. 지역사회로 복귀하는 장애인의 자기관리 교육, 재활운동 프로그램, 재활의료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김동호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장애인통합돌봄지원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군구 단위 장애인주치의사업을 활성화하고 장애유형별 활동서비스를 연계하고 부족한 서비스를 개발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장애인통합돌봄 사업 지침 개발, 모니터링 및 평가 그리고 시군구 읍면동 담당자 교육을 수행한다. 특히 장애유형 이해가 필수다. 장애인통합돌봄 모형 평가도 동시에 하반기에 진행된다. 현재 개발원은 관련 예산없이 수행하고 있다. 사업 확대에 따른 인력 충원도 필요하다.
◆정신질환 당사자 목소리 반영, 사업 속도내야 = 정신질환자 대상 통돌사업 준비는 지난 정부에서 아무런 추진을 하지 않은 탓에 현재 복지부 관련부서는 연구용역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단계다. 올해 3월 복지부 통합돌봄지원단에서는 2027년 시범사업 적용을 언급한 바 있다.
관련해서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정신장애 국가책임제 공약을 발표한 이후, 최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및 정신장애 당사자단체가 주도한 토론회가 열렸다. 여기서 도출된 정신장애 국가책임제 흐름은 주로 △동료지원 서비스 체계 구축 △공공의료체계 마련이다.
8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정신장애인의 생존권과 차별철폐 그리고 당사자 주도의 지역사회 지원체계 구축”을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한편 홍선미 한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신질환자 통합돌봄 시범사업을 수행한 화성시 사례 평가(2022년)에서 화성시 사례는 “지역사회 삶을 유지하기 위해 △정신장애인 주거복지 확충 △지역사회 초기적응 및 위기 시 집중 지원 △정신질환 뿐 아니라 건강생활 및 질환관리에 관한 관심 △서비스 접근성과 유연성을 높여 맞춤형 지원 가능 △관계망 확대 등 긍정적인 성과를 냈다”고 밝혔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