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사망 OECD 평균으로 낮춘다

2025-08-13 13:00:04 게재

새정부 국정과제, 이 대통령이 진두지휘 … 건설업 등 기업들 대책마련 부심

이재명정부가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전면에 나서 산재감소를 위한 범정부 차원의 강력한 대책을 주문하고 있어 이런 방안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상대적으로 사망사고가 많은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기업들이 대응책 마련에 부심한 모습이다.

13일 국회 등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는 이날 오후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이런 내용을 포함한 ‘이재명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는 1만명당 39명으로, OECD 평균인 1만명당 29명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반복 사고 막으려면 강한 제재 필요” =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의 산재감소 드라이브는 날로 강력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또는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고 하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는 반드시 끊어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건설 중대재해 대응 방안을 보고받고 “반복적인 산업재해를 원천적으로 막으려면 정말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며 “입찰 자격을 영구 박탈하는 방안과 금융 제재, 그리고 안전 관리가 미비한 사업장을 신고할 경우 파격적인 포상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대형 건설사들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받은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다”며 “기업들이 안전 비용을 꼭 확보할 수 있게 과징금 제도 도입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또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 꼭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다고 하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며 산재감소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이날 김영훈 고용부 장관은 중대재해 대응 방안으로 △작업중지권 요건 완화 △지방자치단체 특별사법경찰 권한 부여 △기업 안전보건 공시제 △영업정지 및 공공입찰 제한 기준 변경 △고액 과징금 부과 등을 보고했다.

현행법은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노동자가 작업을 중단할 수 있지만 이를 ‘급박한 위험의 발생 우려’로 바꿔 선제 조치가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현재 2명 이상이 동시에 숨져야 영업정지 또는 공공입찰 제한을 요청하게 돼 있는 요건도 완화하기로 했다. 법 개정을 통해 고액 과징금도 부과하겠다고 보고했다.

◆“현장 줄여서라도 사고 막을 것” = 정부 압박에 거세지면서 건설업을 비롯해 기업들도 대응방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올해 네 차례 사망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와 지난 8일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한 DL건설은 대표이사 등을 포함한 경영진들이 사의를 표했다.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들은 전체 공사를 중단하고 건설현장 안전점검에 돌입하는 등 사망사고를 근절하기 위한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특히 건설사들은 하도급업체 근로자들이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키도록 현장별 근로환경을 집중 점검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한 종합건설사 임원은 “건설현장의 안전문화가 무르익을 때까지 사고를 완전 예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금 또 사고가 발생하면 뭇매를 맞을 수 있기 때문에 현장 운영을 최소화해 사고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전반에 안전관리 리스크가 부상하면서 건설사들의 사망사고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도 강화될 태세지만 사고시 처벌 규정 강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기남부경찰청과 고용노동부 관계자들이 경기도 광명시 포스코이앤씨 고속도로 건설공사 현장의 미얀마인 근로자 감전 사고와 관련해 12일 포스코이앤씨 인천 본사 압수수색을 위해 사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임순석 기자

◆장기적 근본처방 논의 주문도 = 다만 일부에서는 강력한 압박과 함께 근본처방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현장에서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적인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중소·영세사업장의 경우 안전관리체계나 전문인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고용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산재 사고사망자는 137명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1명 줄었다. 하지만 50인(건설업 50억원) 미만 사업장의 사고사망자는 83명으로 오히려 5명 늘었다. 정부는 중소·영세기업의 산재 대응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도 산재감소를 위해 정부가 풀어야 할 주요한 과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가 내재화 전면화되면서 기업이나 공공부문이 위험한 업무를 하청업체로 이전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이 때문에 하청에서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비율이 높다.

올들어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김충현 노동자 사망사고가 대표적인 사례다. 또 2명의 사상자가 나온 인천 맨홀사고에서는 계약 위반인 2단계 재하도급이 이뤄졌고, 원도급사는 사고 당일 작업이 진행되는지조차 몰랐던 것으로 조사됐다.

◆건설사들, 건설안전특별법에 촉각 = 이런 가운데 건설사들은 국회에 제출된 건설안전특별법의 처리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오는 21일 전체회의를 열고 건설안전특별법을 상정, 소위원회로 회부할 예정이다. 해당 법안은 9월 개최될 소위원회에 상정돼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이 법안은 건설공사 참여자별 안전관리 책임을 나눠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법안은 안전관리 소홀로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최대 1년 이하의 영업정지나 최대 매출 3%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했다.

건설사들은 이 법이 통과될 경우 사실상 살아남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종합건설업 매출액영업이익률은 3.15%로 최근 3년간 평균이 3.45%에 불과하다. 1건의 과징금 부과만으로도 건설사가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다.

장세풍·한남진·김성배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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