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고기호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 부회장

“전세계인 대상 공연 포스터에 서울 없어”

2025-08-14 13:00:02 게재

전세대 문화로 확대된 공연 관람

공연장, 음악산업 고른 성장 기반

“전세계인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 포스터에 서울이 없습니다. 지금은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공연을 많이 하면서 고양이 들어갑니다. 이건 케이팝 산업의 위상과 맞지 않습니다.”

13일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만난 고기호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 부회장은 공연장 기반 시설 부족의 심각성을 이렇게 말했다. 과거엔 서울이 당연히 포함되던 전세계 공연 일정에 이젠 한국이 빠지거나 서울이 아닌 고양으로 대체된다는 설명이다.

사진 이의종

국내 대형 대중음악 전용 공연장은 인천의 인스파이어 아레나 1곳뿐이다. 공사 중인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이나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체육시설로 대형 공연엔 부적합하고 잔디 훼손 등 민원도 많다. 또한 대부분 체육 위주로 설계되기에 무대 조성 및 장비 설치에 제약이 따른다. 이런 상황에서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그런데 고양은 예외적 경우다. GTX 개통 등으로 서울 접근성이 확보됐고 공연을 유치하고자 하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의지가 맞아떨어졌다. 반면 대다수 도시는 공연장이 있어도 교통 숙박 부대시설 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고 부회장은 “축구장만 있고 주변엔 아무것도 없는 경우가 있는데 공연이 가능하려면 공연장만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교통 주차 숙박 편의시설까지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공연장 부족 문제는 단순한 공간 문제를 넘어 산업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공연장 경쟁이 심해지면서 대형 가수 위주로 무대가 집중되고, 신인이나 중형급 가수들은 설 자리가 없다.

고 부회장은 “대형 공연장뿐 아니라 1000석 3000석 5000석 규모의 공연장이 전부 부족해서 그 정도 규모의 공연장이 필요한 가수들이 한국에서 활동을 못 하고 해외에서 활동하거나 단독공연을 포기한다”면서 “무대가 없으니까 각종 관련 활동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공연 시장의 수요는 더 커졌다. 트로트 등 장르가 다양해졌고 팬층도 40~50대까지 확장됐다. 대형 아이돌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가수들이 1만5000석 규모 케이스포돔 체조경기장에서 공연을 하는데 일주일이 부족해 2주 연속 공연을 한다.

고 부회장은 “과거 콘서트 관람은 젊은층 중심 문화였지만 이젠 전세대의 여가문화로 자리 잡았다”면서 “수요는 커졌고 이를 받아줄 공연장은 턱없이 부족한데 케이-컬쳐를 경험하기 위한 외국인 관객들까지 늘며 공연장 부족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이 공연산업이 확대되기 위한 중요한 시기이며 단기적으로 임시 공연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엔 한강이나 대학교 강당도 공연에 활용됐지만, 지금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이에 고 부회장은 전시장 일부를 공연장으로 전환하고 이동식 좌석을 고정해두는 방식 등 대안을 제안했다. 또한 고 부회장은 장기적으로 공연장을 문화 기반 시설로 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 부회장은 “전시장 비수기가 공연 성수기여서 전시장 일부를 공연장으로 쓰자고 제안했고 좌석이 없는 전시장의 단점을 보안해 계단식 좌석을 붙박이로 놓자고 했다”면서 “지금은 난지 외에 야외 공연장은 거의 안 빌려주며 대학들도 학사일정이나 민원 등으로 인해 대관을 꺼린다”고 말했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에 5만석 규모 공연장 확충이 포함돼 있고 국정과제에도 공연형 아레나가 포함됐지만 실제 실현까지는 긴 시간이 걸린다.

고 부회장은 “이건 후배 세대를 위한 일”이라면서 “지금 시작해도 최소 5년 이상 걸리고 많은 국가 예산부터 민간 자본이 다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 부회장은 케이팝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공연장 확보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장르 다양성과 해외 교류에 중요하다.

그는 “우리나라는 케이팝은 잘 하지만 다른 장르는 상대적으로 약하다”면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경쟁력을 키운다면 음악산업의 성장은 계속될 것이고 이를 위해선 해외 음악인들과 공연을 기반으로 교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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