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 사태’ MBK 제재·수사 지지부진…금감원, 추가 검사 검토

2025-08-18 13:00:02 게재

폐점에 따른 ‘먹튀 논란’ 거세져 … 이재명 정부, MBK 비판 여론 인식

이찬진 신임 금감원장, 작년 참여연대 활동 당시 MBK 강도 높게 비판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와 검찰의 수사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추가 검사에 나설지 검토하고 있다. 대통령실에서 최근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한 현황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MBK파트너스에 대한 조치가 지지부진한 금감원이 다시 고삐를 쥘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대통령실은 홈플러스가 15개 점포를 폐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이후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사태 해결을 위해 전체적인 상황을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BK파트너스에 대한 금감원 제재를 비롯해 검찰 수사, 공정위 조사 등을 파악하기 시작하면서, 이들 기관들이 향후 MBK파트너스를 상대로 다시 전방위 압박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구호 외치는 홈플러스 사태 해결 공동대책위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홈플러스 사태 해결 공동대책위원회’가 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한 정부의 사회적 대화 기구 구성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홈플러스의 대규모 폐점 계획이 실행되면 점포 직원들에 대한 구조조정과 함께 협력업체, 입점업체 점주들까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노조와 정치권, 전자단기채권(전단채) 피해자 단체 등은 MBK파트너스에 대해 ‘먹퇴’라고 비판하며 김병주 회장의 사재 출연 약속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MBK측은 1000억원을 출연했다고 밝혔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민주당 을지로위 위원장)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홈플러스의 대규모 폐점 계획은 대주주 MBK의 ‘먹튀 선포’와 다름없다”며 “폐점 계획 철회와 함께 대주주 MBK의 자구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정부도 MBK파트너스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인식하고 MBK의 강도 높은 자구노력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MBK파트너스에 대해 기관경고 이상의 중징계 처분을 내리면 국민연금이 투자금 회수에 나설 수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기관경고 이상의 징계를 받은 기관에 투자할 수 없다’는 내부 규정이 있다. 따라서 중징계가 확정될 경우 국민연금이 MBK파트너스의 위탁운용사 선정을 취소할 수 있다. MBK파트너스로서는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되는 셈이다.

이찬진 신임 금감원장 이찬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취임식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특히 지난주 대통령실이 나선 시점에 공교롭게 이찬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위원회 제청 절차를 거쳐 임명됐다.

이 원장은 국민연금이 MBK파트너스에 투자하거나 위탁운용사로 선정한 것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해 7월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연금행동)은 국회에서 ‘투기자본 MBK 위탁운용사 선정 규탄, 국민연금 수탁자 책임 이행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 연금행동 공동집행위원장(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으로 참석한 이 원장은 “언론 보도에 따르면 MBK는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과도한 구조조정과 연이은 폐점으로 노동자와 자영업자 등 서민의 삶에 크나큰 고통을 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며 “이러한 전력들이 여러 업체들의 바이아웃 과정에서 확인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과징금과 탈세 전력이 확인되는 등 MBK는 대표적인 ‘악덕 투기자본’으로 지목되는 업체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연금의) 위탁운용사 선정에 있어서 ESG 원칙이 적용됐다면, 이러한 업체가 위탁운용사로 선정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국민연금의 위탁운용사 선정과 관련한 ESG 기준 중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한 사항을 언급하면서 “기업의 인수합병 후 대규모 인력구조조정을 해 기업을 되파는 식의 기업사냥꾼인 업체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의 투자도, 위탁운용사로 선정하는 것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국민연금가입자들의 피땀 어린 돈으로 조성된 것이 국민연금기금인데, 이번에 위탁운용사로 선정된 MBK파트너스와 같은 기업인수 및 합병 후 구조조정을 한 후 되파는 것을 주업으로 하는 업체에 투자하거나 위탁운용사로 선정하는 것은 가입자인 국민들에 대한 배임행위”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움직임이면서 금감원이 MBK파트너스에 대한 추가 검사에 나설 경우 이 원장 취임 후 첫 행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추가 검사는 MBK파트너스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편 이 원장은 18일 을지훈련에서 임원과 부서장들에게 부원장 중심으로 업무보고를 받겠다고 밝혔다. 경직된 조직문화, 지나친 격식과 의전을 꺼려하는 이 원장은 "부서의 입장을 존중하겠다"며 "일방적인 보고 보다는 토론을 좋아하고, 비판적인 부분도 얘기해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주 ‘대노’를 했던 이복현 전 원장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인 것 같다”며 “일각에서는 대통령실이 이 전 원장과 정반대인 사람을 찾았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지난 14일 취임식 직후 기자실을 찾아 “(저는) 의외로 과격한 사람은 전혀 아니다”며 “자본시장이나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초래할 만한 그 어떠한 액션이나 이런 것들이 당장 저한테 나올 것을 기대하지는 말라”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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