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이름값 못하는 국회 정개특위
일반 국민에게 다소 생소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있다. 지방선거 등 선거제도 개편을 앞두고 국회가 신속히 논의하기 위해 구성하는 특별위원회다. 선거구 획정, 피선거권 나이 조정 등 선거 관련 주요 사안을 결정한다. 현재 구성은 민주당 9명, 국민의힘 8명, 조국혁신당 1명 등 모두 18명이다.
정개특위는 그동안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선거 때 자주 발표하는 여론조사 신고 의무 규정이나 여성 추천 의무화, 비례대표 정수 확정 등 선거와 관련된 굵직굵직한 성과도 만들어냈다.
하지만 요즘에는 이름값도 제대로 못 한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22대 국회 정개특위는 역대 정개특위 중 가장 늦게 출발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역대 정개특위는 지방선거를 평균 478일 앞두고 출범했으나 이번에는 불과 163일을 두고 만들었다. 늑장 출발을 하면서 공직선거법도 위반했다. 공직선거법이 정한 선거구 획정 시한은 지난해 12월 3일이다. 벌써 4개월째 직무 유기다.
헌법재판소 결정도 무시했다. 지난해 10월 헌재는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인구 편차 기준을 지키지 않은 전북 장수군 선거구 획정이 위헌이라고 결정하면서 2026년 2월 19일까지 법을 고치라고 권고했지만 정개특위는 이해에 얽매여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 차질을 우려해 오는 17일 이전까지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할 것을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지킬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서 기초·광역의원 출마자는 자신의 선거구도 모른 채 선거를 준비할 정도로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정개특위는 조국혁신당 등 소수 정당이 요구한 ‘기초의회 중대선거구제 확대와 광역의회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 선거제도 개혁도 외면했다. 현재 적용되는 소선거구제는 거대 양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대구·경북에 국민의힘, 호남에 민주당이 일색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정 정당이 독점하면서 집행부를 견제하는 지방의회 고유 권한마저 무력화되면서 지방의회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주당과 진보 야 4당이 최근 기초의회 중대선거구제 확대 및 광역의회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합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반대와 민주당의 의지 박약으로 무산될 위기에 놓여있다. 조국혁신당 등이 ‘양당의 밥그릇 지키기’로 지방의회 효용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한 달 넘게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지만 거대 정당은 강 건너 불구경이다.
오죽했으면 국회입법조사처마저도 이번 정개특위가 선거제도 전반을 심의하기에 역부족이라고 지적했을까. 이런 이유에서 정개특위가 개혁의 주체가 아닌 개혁의 대상이라는 호된 비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