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젤렌스키-트럼프’ 종전 외교

2025-08-19 13:00:03 게재

영토 양보와 안보 보장 놓고 담판 … 4년째 이어진 전쟁 종식 향한 중대 분기점

18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유럽 주요국 정상 및 기관장과 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 우크라이나, 미국의 정상이 한 자리에 모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양자 정상회담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전쟁의 당사국 두 정상이 먼저 만나 핵심 쟁점을 논의하고, 이후 자신이 참여하는 3자 회담을 통해 종전을 공식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구상의 핵심은 ‘순차적 종전 구조’에 있다. 푸틴과 젤렌스키가 영토 문제를 포함한 조건을 논의한 뒤 미국이 이를 국제사회에 보증하는 형식으로 마무리하는 시나리오다. 성사될 경우 2022년 2월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세 정상이 직접 회담 테이블에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장 민감한 의제는 단연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을 둘러싼 영토 재획정 문제다. 푸틴 대통령은 알래스카 미러 정상회담에서 러시아가 점령 중인 돈바스 지역을 포함해 영토 확정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 전선을 기준으로 영토 교환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민감한 문제는 정상 간 논의 대상”이라며 직접적 언급은 피했지만 회담 의지는 확인했다.

우크라이나로선 일부 영토를 양보하는 대신 강력한 안보 보장을 확보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이 주축이 되는 ‘집단 안보 보장안’을 제안했고,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은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이는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규약 제5조, 즉 한 나라에 대한 공격은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집단 방위 원칙을 기반으로 하되, 병력과 비용은 주로 유럽이 부담하고 미국은 보증 역할을 하는 형태다. 트럼프는 유럽을 ‘제1의 방어선’으로 지목하면서도 미국 역시 “우크라이나에 강력한 보호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같은 방안에 대해 러시아는 강한 거부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는 “우크라이나 내 NATO 병력 배치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나토식 안보 체제가 현실화될 경우 갈등이 더욱 커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후 체제를 얼마나 용인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국제사회의 반응은 엇갈린다. 유럽 각국은 이번 협상 구도가 전쟁 종식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적극적이다. 유럽연합(EU)과 나토, 주요 유럽 국가들은 휴전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종전의 전제는 먼저 살상을 멈추는 것”이라는 입장을 공유하고 있다.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3자 회담 이후 유럽이 포함되는 4자 회담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러시아는 브릭스(BRICS) 주요 국가들과 긴밀히 접촉하며 서방과는 다른 외교적 기반을 강화 중이다. 푸틴 대통령은 인도, 브라질, 남아공 등 정상들과 회담 내용을 공유하고, 이들이 추진 중인 평화 중재 노력과 연결고리를 마련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자 회담이 성사되면 가까운 시일 내 평화 합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푸틴도 해법을 찾고 있다. 이 싸움이 1~2주 안에 끝날지, 계속될지 곧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종전 외교는 트럼프의 미국내 정치 캠페인과도 연결된다. 그는 전쟁 중재자로서의 존재감을 강조하며, 국제 문제 해결 능력을 부각시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정상회담이 현실화될 경우 이후 절차는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미국 측은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와의 실무 조정을 이미 시작했고, 젤렌스키 대통령 역시 “우리는 전쟁을 멈추려는 구상을 지지하며 3자 회담에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결국 종전 협상의 관건은 영토 양보라는 정치적 리스크와 안보 보장의 실효성을 당사자들이 얼마나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 세 정상이 어떤 선택을 할지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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