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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탈롱 나팔바지 이야기>

2025-08-20 17:48:11 게재

한국 1세대 패션 디자이너의 삶은 어땠을까?

<판탈롱 나팔바지 이야기>

지은이 안도현

지은이 안도현

펴낸곳 몰개

책 제목의 ‘판탈롱’은 프랑스어로 긴 바지를 의미하고, ‘나팔바지’는 밑단이 나팔 형태로 퍼지는 바지를 말한다. 1960년대 말에 등장한 나팔바지는 1970년대 한국에서 크게 유행한 패션으로 나팔바지와 판탈롱은 같은 의미로 사용한다. 제목만 보면 패션에 관한 책으로 오해할 수도 있는데 중견 시인이자 소설가인 안도현이 1세대 패션 디자이너 조세핀 조(본명 조경희)의 삶을 간결하고 명료한 아포리즘 형식으로 담아냈다. 패션 디자이너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의상학과 대학원에 진학한 손녀가 조부모와 관련한 과제를 하면서 가족사에서 지워진 할머니 조방아의 파란만장한 삶을 알아간다.

실제 있었던 사실을 바탕으로 허구와 상상을 더한 소설에 가깝지만, 작가가 “특정한 장르의 형식을 염두에 두지 않고 쓴 책”이라고 밝힌 대로 동화, 에세이, 시로도 읽히며 장르를 넘나든다. 시대와 역경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인생을 개척한 여성의 일대기를 자유로운 글쓰기 방식으로 다루면서 옷과 옷 만드는 사람을 섬세한 언어로 포착해 서정적인 감동을 전한다. 미래와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과 시대를 앞서간 여성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에게 추천한다.

정유미 자유기고가 puripud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