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트라우마’에 소방관 사망
상담·지원, 참사 초 집중
장기치료 필요성 대두
이태원 참사 현장에 투입됐던 소방관이 심리적 고통 끝에 숨지면서 참사 트라우마의 장기적 치유 정책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20일 인천소방본부와 경찰 등에 따르면 앞서 30대 소방공무원 A씨는 2022년 10월 이태원 참사 현장에 투입된 뒤 트라우마를 겪어 왔다. 그는 이달 10일부터 연락이 두절됐다가 열흘 만에 경기도 시흥시 금이동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인근 교각 아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추모 논평을 내고 “오늘의 비극은 참사 현장에서 희생자를 구조하기 위해 헌신했던 소방관, 경찰관을 포함한 모든 구조자가 져야 했던 심리적·정서적 트라우마를 방치하고 치유와 회복을 도외시했던 지난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생존 피해자, 지역 상인과 주민 등을 포함해 구조자들과 목격자를 폭넓게 지원하고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회복하도록 돕는 데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상상조차 어려운 고통과 싸우며 버텨온 젊은 청년을 생각하니 마음이 미어진다”며 “명복을 기원하고 유가족에도 애도와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재난, 대형 사고 등으로 인한 집단적 트라우마를 겪는 피해자와 유가족뿐만 아니라 구조대원과 관계자 모두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후유증이 사회 전반의 건강을 위협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가 책임 있게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A씨는 2017년 입직 후 줄곧 구급 업무를 담당해왔다. 그는 참사 직후 2022년 11월 3차례, 12월 2차례 등 총 5차례 ‘찾아가는 상담실(심리상담사 소방서 방문 서비스)’ 지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다는 소견에 따라 2022년 11월 3차례, 12월 1차례 등 총 4차례 정신과 상담을 받고 소방청의 진료비 지원을 받았다.
A씨에 대한 상담 지원은 참사 직후인 2022년에 집중됐다. A씨는 최근 5년간 전국 소방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마음건강 설문조사’에 매년 참여했지만, 이는 개별적 지원과는 거리가 있다.
참사현장 투입 인원에 대한 치료기간을 무제한으로 두고 건강검진처럼 장기적·주기적으로 심리상담을 받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전문가들에게서 나온다.
이재걸·김형선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