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구상하고 전문가 자문으로 정책 완성

2025-08-26 13:00:07 게재

양천구 ‘청년정책 배틀’ 첫 시도

당사자들 ‘청중심사단’으로 참여

“청년들은 강의나 행사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무원은 반복적으로 공고를 내야 하고요. 단절된 청년과 공무원을 잇는 ‘청년 인재 풀’ 체계를 제안합니다.” “다양한 국적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는데 소통 기회가 적습니다. 언어 능력을 키우려는 수요에 맞춰 주민과 외국인이 함께하는 언어교환을 하면 어떨까요?”

서울 양천구 신정동 양천구청 3층 ‘양천디지털미디어센터’. 청년 5명이 무대에 올라 100여명 가량 청중들에게 자신이 구상한 사업에 대한 설명을 들려준다. 5명이 서로의 사업에 대한 궁금증이나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답변하는 시간에 이어 청중들도 의견을 내놓는다.

이기재 구청장이 청년 정책 경진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양천구 제공

26일 양천구에 따르면 구는 올해 처음으로 ‘청년 정책 배틀’을 시도했다. 청년들 참여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실효성 있는 청년 정책을 개발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이기재 구청장은 “다양한 형태로 청년 정책 제안을 받아왔는데 정책화하기 어렵거나 정부·서울시 사업과 중복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경진대회 형태를 구상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3월부터 준비를 했다. 양천에 거주하거나 활동하는 청년 누구나 5대 분야에 대해 자유롭게 제안하도록 했다. 일자리와 경제·주거부터 문화·복지와 교육 참여까지다. 6월 중순까지 석달간 총 27건이 접수됐다.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초저가 공공임대주택부터 청년 1인가구를 위한 공유 주방과 세탁실, 고향 방문과 동네 복귀까지 교통비를 지원하는 ‘고향 지원금’ 등 다양한 제안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서류심사를 거쳐 최종 5개 제안이 선정됐다. ‘문화예술 복합공간 대여 사업’ ‘1인가구 전입 청년을 위한 환영 꾸러미’ 등이다. 구는 지난 7월 한달간 정책 전문가를 연결해 청년들이 실효성과 완성도를 높이도록 지원했다. 지난 13일에는 심사단 앞에서 실시간 토론을 통해 각 제안을 다시 검증했다.

이기재 구청장을 비롯한 전문 심사위원 7명과 공개 모집으로 꾸린 청중심사단 30명, 양천구에서 일자리 체험을 하고 있는 청년 인턴까지 심사를 맡았다. 전문 심사위원단은 효과성 타당성 창의성 완결성 전달력 5개 항목을 주요하게 살폈다. 청년 당사자인 청중심사단은 현장 발표와 토론을 듣고 투표에 참여했다.

이날 대상은 목동 주민 길나현(23)씨에게 돌아갔다. 대학 동아리에서 소상공인 지원활동을 성공적으로 해낸 그는 소상공인 가게를 청년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선정해 상생하는 ‘신월 문화 한잔’을 제안했다. 그는 “양천구는 목동을 중심으로 알려져 있어 신정동과 신월동 존재를 알리기 위해 고민했다”고 말했다. 담당 부서에서는 기존에 추진하고 있는 ‘청년 점포 육성 사업’을 확대해 추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양천청년센터 김유화 매니저는 1인가구를 위한 ‘함께 양천 꾸러미’로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는 “지난해 1인가구 사업을 전담하면서 피부로 느꼈던 내용”이라며 “청년센터를 방문해 꾸러미를 받도록 하면서 공간 이용도를 높였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양천구는 다음달 청년의 날 기념행사 ‘청년정책박람회’에서 5개 제안을 소개하고 내년 사업예산에 반영할 계획이다. 올해 수상자들이 내년에는 청년들 제안을 가다듬도록 돕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청년이 직접 제안하고 설계한 정책이 양천의 변화를 이끄는 힘이 될 것”이라며 “청년의 생각이 제도화되고 실현되도록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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