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성 범죄 초동 조치 대폭 강화한다

2025-08-26 13:00:01 게재

경찰청 ‘관계성 범죄 종합대책’ 발표 … 구속영장·유치·전자발찌 동시 신청

경찰청이 재범과 강력 범죄 가능성이 큰 관계성 범죄에 대해 전자발찌·유치·구속영장을 동시에 신청하는 등 가해자 격리와 피해자 보호 ‘초동 조치’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 교제 폭력 등 관계성 범죄 대응을 위해 범부처 협업체계를 꾸린다.

경찰청(청장 직무대행 유재성)은 가정폭력・아동학대・스토킹・교제폭력 등 관계성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시스템 고도화, 피해자 보호 강화, 입법 보완 등 과제를 아우른 ‘관계성 범죄 종합대책’을 추진한다고 25일 밝혔다.

최근 관계성 범죄가 살인으로까지 이어진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기존의 대응정책을 재정비, 고도화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경찰청은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발생한 살인사건 중 선행하는 여성폭력이 있었던 70건을 상세히 분석했다. 이 기간 살인범죄(미수 포함) 사건은 388건이었다. 이중 살인범죄 이전에 여성폭력방지법상 가정폭력·교제폭력·스토킹·성폭력 등 피해가 있었던 경우는 70건이었다.

유형별로 보면 가정폭력 39건(55.7%) 교제폭력 18건(25.7%) 스토킹 9건(12.8%) 성폭력 3건(4.3%) 성매매 1건(1.5%) 등의 순이었다.

70건 중 과거 신고 또는 수사 이력이 없는 경우는 40건(50.7%)이었다. 과거 이력이 있어도 1~2회인 경우가 24건(34.2%)이었다. 피의자의 전과는 없거나 초범인 경우가 40건(57.1%)으로 많았다.

과거 이력이 있는 30건의 경우 상당수는 보호조치가 따랐지만, 범행을 막지 못했다. 사전에 접근금지, 유치장 유치, 전자장치 부착 등 보호조치가 이뤄졌던 경우는 23건(76.7%)으로 집계됐다.

피의자가 진술한 범행 동기를 보면 외도(의심 포함)가 25.7%로 가장 많았다. 말다툼·무시 14.3%, 이별 통보·만남 거부(12.9%) 등이 뒤를 이었다. 접근금지 처분 등 경찰 개입에 불만을 품고 보복하기 위한 경우도 7.1%였다.

관계성 범죄 특성상 피해자들이 신고를 주저하는 경우가 있고, 비교적 빠르게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특성을 확인했다는 게 경찰청의 설명이다. 또 접근금지 조치만으로 피해자 안전 확보에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처음 신고가 들어온 사건이라도 재범 위험성이 높다면 곧바로 전자발찌·유치·구속영장 등을 동시에 신청하기로 했다. 또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도 현장 상황과 피해자 상태를 고려해 일단 입건한다. 이는 가해자를 격리해 피해자와 분리하는 것이 관계성 범죄 재범과 강력 범죄화를 막기 위한 핵심이라고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접근금지 처분을 받은 재범 고위험군 주변에는 기동순찰대를 집중적으로 배치한다. 또 ‘접근금지 위반 자동신고’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해 접근금지 등 잠정(보호)조치의 실효성을 강화한다. 앱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전화나 문자로 연락하면 바로 경찰에 위반 사실이 통지되는 시스템이다.

특히 경찰은 잠정조치·구속영장이 기각되거나, 격리조치 기간이 종료돼 ‘보복 범죄’ 위험에 노출된 피해자에 보호를 강화하기로 했다. 경찰은 이런 피해자에 대한 모니터링을 의무화하고, 민간 경호와 지능형 폐쇄회로(CC)TV 등 안전조치를 취한다. 여성가족부와의 협업으로 공동 점검 체계도 구축한다.

이와 함께 경찰청은 현재 운영 중인 스토킹범죄 대응 협의회와 아동학대 대응 정기협의회를 확대 개편해 경찰·검찰·법무부·여성가족부·보건복지부·교육부가 참여하는 ‘관계성 범죄 대응 정책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최근 관계성 범죄 대응과정에서 부처 간 업무가 유기적인 연동이 되지 않아 피해자 보호에 실패한 사례가 다수 확인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정책협의체를 통해 흩어져 있던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관리 제도를 통합·연계해 사건 초기부터 재범 방지까지 대응력을 높이는 것이다.

경찰은 또 현재 분산 관리 중인 가・피해자 데이터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하고, 축적된 정보에 대한 분석을 기반으로 재범 위험성을 평가·감지하는 인공지능(AI) 기반 ‘사회적약자보호 종합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치화된 위험성 평가와 재범 감지가 가능해진다면 선제적이고 효율적인 대응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특히 경찰청은 교제폭력 관련 피해자 보호, 가해자 제재 등의 규정을 입법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기로 했다. 이미 시행 중인 ‘스토킹처벌법’ ‘가정폭력처벌법’을 개정해 보호조치를 보완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한편, 현장경찰관들이 관계성 범죄 사안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경찰관 직무집행법’상 형 감면대상 직무 확대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관계성 범죄는 매년 증가 추세다. 작년 기준 스토킹(신고 3만1947건·검거 1만688건), 교제폭력(신고 8만8394건·검거 1만4700건), 아동학대(신고 2만9735건·검거 1만2807건) 등이다.

잇따른 스토킹 참극에 경찰이 지난달 31일 엄정 대응 기조를 밝힌 이후 일평균 전자발찌 부착 조치는 기존보다 463%, 유치장 유치는 155% 늘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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