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붕괴 위기의 프랜차이즈산업
프랜차이즈(가맹)산업이 몇 가지 위협으로 심각한 붕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과도하게 높은 배달앱 수수료가 계속되는 것이다. 다른 위협은 수많은 가맹본부가 차액가맹금 소송에 휘말리는 것이다. 이러한 위협은 업계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인데 입법 사법 행정부 모두 수수방관하거나 실효성 없는 대책에 매달려 있다. 가맹 업계의 목소리는 다른 사회 경제 이슈에 묻혀 들리지도 않는다.
코로나 유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나 집합 금지가 확대돼 음식 배달이 늘어나자 배달앱 가입이 급증했다. 배달앱은 가입자가 많을수록 효율성이 높아지는 네트워크산업의 특성이 있다보니 점유율 1위 기업의 횡포가 시작됐다. 배달앱 수수료가 주문 1건당 일정액이던 정액제에서 주문 금액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정률제로 변경됐다.
수수료 상한제, 입법 어렵고 실행 더 어려워
예컨대 배달앱 수수료가 정액제라면 1만원 주문이거나 2만원 주문이거나 1건당 일정액으로 동일하겠지만 정률제라면 배달앱 회사의 수익은 2배로 증가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률제 수수료율마저 인상하자 수수료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 소수 자영업자의 배달수수료를 감경해 주는 형식적 상생대책이 마련됐지만 배달앱 회사의 가격 남용에 대해 엄정한 법 집행은 이뤄지지 못했다.
정부나 정치권은 배달수수료 상한제를 입법화하려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수수료 상한제는 입법이 어렵고 집행은 더 어려운 대책이다. 상한제를 어느 법에 규정하고 어느 부처가 집행할지 불분명하며 어느 수준으로 상한선을 설정할지 매우 어렵다. 높은 상한선은 의미가 없을테니 낮게 설정하려 할 것이다. 상한선이 낮을수록 배달앱 회사의 반대가 커 설정하기 어렵고 이들 회사는 존립도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작은 회사에도 최소한 이익이 가능하도록 설정하면 큰 회사에는 막대한 이익을 보장해 주는 결과를 초래한다. 수수료 문제가 상한제 입법으로 해결되지 못하고 새로운 문제만 야기할 뿐이다.
다음으로 최근에 불거지는 차액가맹금 소송은 아주 심각한 문제가 됐다. 차액가맹금이란 가맹본부가 가맹계약을 맺으며 가맹금 형태로 로열티를 받는 게 아니라 원부자재를 공급하고 일정 마진을 남기는 것이다.
한 피자 가맹본부가 2024년 9월 2심까지 진행된 소송에서 210억원을 반환하라는 판결을 받았고 이에 따라 회생절차에 들어가게 됐다. 문제는 이 판결 이후로 다른 가맹본부들이 잇달아 차액가맹금 소송에 휘말린 것이다. 2024년 2개, 2025년 7월 현재 14개 가맹본부가 이런 소송을 하고 있다. 앞으로 다른 많은 가맹본부도 이런 소송에 휘말릴 것을 예상할 수 있다.
가맹본부가 차액가맹금을 받는 것이 법령으로 허용되고 있어도 이를 받으려면 구체적인 계약상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문제되고 있다. 그동안 차액가맹금을 받아온 실태나 관행을 고려하지 않고 민사법 원리를 엄격하게 적용한 판결이 내려지다 보니 결과적으로 산업 전체가 위태로운 지경에 처하게 됐다.
입법 사법 행정부의 현명한 대처 필요한 시기
프랜차이즈산업은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긴밀히 협력해 사업을 영위하고 이익을 얻는 대표적인 산업이다. 피자 가맹본부의 차액가맹금 소송도 최종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고, 다른 여러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데 앞으로 관련 기업이나 산업의 실태나 관행을 적절히 고려한 판결이 내려져야 할 것이다.
프랜차이즈산업은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가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그대로 붕괴하고 말 것이다. 행정부는 과도한 배달앱 수수료 문제에 엄정히 대처하고, 입법부는 수수료 상한제 입법의 적절한 대안을 고민하며, 사법부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서로 상생할 수 있도록 판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