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이희준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2025-08-27 14:29:36 게재

교과서와 독서가 정치외교 탐구의 출발점 됐죠

희준씨는 궁금증을 그냥 넘기지 않았다. 교과서의 짧은 문장, 책 속의 사례도 질문으로 이어졌다. 질문은 탐구와 실천으로 확장됐다. 수업·독서·탐구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정치외교학에 관한 관심을 3년 내내 이어간 끝에 서강대 정치외교학과에 합격한 이희준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희준 |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충남 복자여고)

이희준 |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충남 복자여고)

사진 배지은

<정치와 법> <심리학>으로 정치외교 다각도 이해

희준씨는 어렸을 때부터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을 즐겨 봤다. 정치외교 연합 동아리 ‘유패드(YUPAD)’는 국제 이슈를 향한 관심을 본격적으로 키우는 계기가 됐다. 전국 학생과 함께한 모의 총회에서 국제 유명 학자의 관점으로 정책을 분석하고 토론한 경험은 정치외교학에 관한 흥미를 더 키워줬다.

“전국 고등학교 학생이 모인 모의 총회에서 소수 인종 우대 정책에 관해 찬반 토론을 진행했어요. 학교 친구끼리 하던 토론에서 벗어나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과 의견을 나누니 생각의 폭이 넓어졌어요.”

정치외교학은 다양한 분야와 맞닿아 있어 확장이 무한한 학문이다. 희준씨 역시 <사회·문화> <생활과 윤리> <심리학> <윤리와 사상> <정치와 법> 등 다양한 선택 과목을 통해 정치와 외교를 다각도로 이해하고자 했다. 그중에서도 <심리학>은 북한과 미국의 대륙 간 탄도 미사일 문제를 심리적으로 해석해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고.

“외교 문제를 정치학뿐만 아니라 심리학으로도 분석해보고 싶어서 선택했어요. 정치심리학을 처음 알게 된 것도 <심리학> 수업 덕분이에요.”

가장 인상 깊게 들은 과목은 희망 진로와 유관한 <정치와 법>이다. 교실을 법정 삼아 실제 판례를 바탕으로 참여한 모의 재판이 기억에 남는다고. 희준씨는 변호사 역할을 맡아 수업 시간에 배운 ‘무죄 추정의 원칙’을 근거로 변론을 펼쳤다.

“법을 학문으로만 배웠을 때는 마냥 멀게 느껴졌는데 판례를 직접 분석하고 변호를 맡아보니 추상적인 개념이 머릿속에 구체적으로 잡혔어요. 법이 왜 필요하고 배워야 하는지 확 와닿더라고요.”

독서·수업·교과서에서 얻은 힌트로 탐구 활동 시작

희준씨의 탐구 활동은 대부분 수업에서 출발했다. 교과서의 책 날개에 쓰인 글이나 선생님의 한마디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파고들며 확장해나갔다.

<윤리와 사상> 시간에 칸트의 ‘영구 평화 조항’ 중 예비 조항을 조사한 활동도 그렇게 시작했다.

“교과서에는 칸트의 영구 평화 조항 중 확정 조항 3개만 나와 있었어요. 예비 문항은 6가지가 있다는 사실만 언급돼 있을 뿐 구체적인 설명은 없더라고요. 궁금해서 찾아보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배경이 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문제도 탐구해볼 수 있었어요. 예비 조항 1번이 ‘장차 전쟁의 화근이 될 수 있는 내용을 암암리에 유보한 채 맺은 어떠한 조약도 결코 평화 조약으로 간주되어서는 안 된다’거든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희준씨의 탐구 방식은 독서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2학년 때 범죄자 인권과 난민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인권도 차별이 되나요?>를 읽으며 ‘차별’이라는 주제를 파고들기 시작했다.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차별에 어떻게 대처해야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그는 3학년 때 <선량한 차별주의자>를 탐독하며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했다. <정말로 누구나 평등할까>를 읽고는 차별이 발생하는 구조적인 원인이 ‘사회화’임을 깨닫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비판적 사고력이 중요함을 깨달았다.

“책을 읽다 보면 늘 또 다른 궁금증이 생겨 다음 책을 찾아 읽었어요. 독서를 꾸준히 하다 보니 깊이 탐구하는 힘이 생겼고, 친구들과 토론하면서 쟁점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각과 소통 능력까지 자연스럽게 길러졌어요.”

독서는 단지 읽고 끝나는 활동에 그치지 않았다. 희준씨는 책에서 얻은 문제의식을 행동으로 이어갔다. 교내에 엘리베이터가 없어 휠체어를 사용하는 학생이 불편하다는 사실을 짚어내고, ‘엘리베이터 설치 배리어 프리 학교’라는 주제로 피켓을 제작해 캠페인을 벌인 것도 그 때문이다.

희준씨는 서강대 정치외교학과에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합격했다. 입학 전에는 국제 정세와 외교에 관심이 많았지만 전공 수업을 듣다 보니 정치에도 흥미를 느끼게 됐다고. 세상을 바꾸는 국제기구도 매력적이지만 최근에는 사회를 바꾸는 국회에도 눈이 가기 시작했다.

“고1 때 만족스러운 성적을 받지 못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해 결국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어요. 성적이 조금 떨어졌다고 공부를 놓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영역부터 천천히 가보세요. 끝까지 간절하게 노력하다 보면 분명 기회가 올 거예요!”

취재 임하은 기자 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