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걸 칼럼
중국의 관세전쟁 ‘맷집’
미국이 세계 주요 국가와 벌이고 있는 관세전쟁이 고비를 넘고 있다. 이제 세계의 관심은 중국으로 쏠린다. 중국은 그동안 예상과 달리 관심의 영역에서 벗어나 있기도 했다. 중국은 이번 관세전쟁의 진원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은 천문학적인 규모로 늘어난 쌍둥이 적자 즉,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를 줄여야만 했는데 세계무역에서 흑자로 톡톡히 재미보는 나라는 중국이기 때문이다.
유엔 무역개발회의(UNCTAD) 통계로 지난해 미국의 적자는 1조2940억달러인데 반해 중국 흑자는 사상 최대인 9895억달러였다. 한쪽은 압도적인 세계 1위 적자 국가이고 다른쪽은 대칭적으로 압도적인 세계 1위 흑자 국가이다. 미국은 중국을 향해 화를 낼만하다.
그렇지만 중국은 이번 관세전쟁에서 아직까지 큰 타격을 받고 있지 않다. 트레이딩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 7월 대미 무역흑자는 237억4000만달러다. 직전 6월의 흑자액 265억7000만달러보다 10여% 줄어들었기는 했다. 이 한달 액수는 한국이 지난 1년간 대미 무역 흑자 660억달러의 40%에 해당된다. 중국이 대규모 무역흑자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일반인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다른 통계를 보면 중국의 흑자 규모는 더욱 가관이다. 올해 상반기 동안 중국은 총 6835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해 지난해 흑자 규모의 70% 가까이를 달성했다.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6.1% 늘고, 수입은 2024년 동기 대비 2.7% 줄어 무역흑자는 더 커지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에 대해 관세인상 예고 등의 조치를 나름대로 발표했지만 무역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미국의 압력 중국엔 제대로 안 먹혀
세계 일등국가인 미국의 무역압력이 중국에게는 제대로 통하지 않고 있다. 미국과 중국을 세계 2강(G2)으로 부르고 있지만 10여년 전만 해도 일부 전략가들은 이 용어의 사용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미국의 국력이 중국에 비해 월등한 격차로 앞서고 있기 때문에 같은 그룹으로 묶을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도대체 중국에 무슨 변화가 있어서 중국은 미국의 공세를 견디는 것일까. 먼저 중국의 수출능력은 탄탄한 수준에 올라서 자체 저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값싼 중국 상품에서 연상되는 저임금에 의존한 임가공식 산업구조는 과거의 중국이다.
중국은 2023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이 되었다. 현재 전세계 전자제품 수출의 약 30%, 기계 수출의 22%를 차지한다. ‘세계의 공장’ 중국에 의존하는 세계가 중국제품을 무작정 막을 수는 없다. 중국이 "대미 무역흑자는 의도적인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있는 데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또 중국은 무역압력에 확실한 반격의 카드를 갖고 있다. 희토류가 대표적이다. 중국은 세계 정제 희토류의 공급에서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희토류가 없으면 미국 등 선진국의 고부가가치 산업은 힘을 잃게 된다.
희토류가 쓰이는 구체적 제품으로는 전기차 모터와 풍력발전기 터빈의 영구자석, 카메라 렌즈 및 디스플레이의 형광체 소재, 고성능 반도체 소재, 레이더 미사일 등 첨단 군사 장비의 핵심 소재, 수소 생산과 배터리 재활용 등 친환경 기술 촉매 등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달 중국에 대한 징벌적 관세의 실행을 보류하고 오는 11월까지 90일간 다시 협상을 벌이기로 결정한 것도 희토류와 연관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중국에 추가 관세로 145%를 부과하며 호기롭게 출발했지만,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자 ‘관세 휴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10년 일본이 센카쿠 열도 분쟁에서 강경조치를 취했다가 희토류 통제에 두 손을 들어버린 사건과 유사하다.
중국은 이번 관세전쟁에서 "‘유일하게 평등 원칙’을 지켜낸 나라”라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미국이 최고 우방국인 영국에 대해 10% 기본관세를 부과했지만 영국은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못했는데도 중국은 미국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자랑하는 것이다.
중국 기술굴기 이어 무역굴기로
마지막으로 중국은 이번 관세전쟁을 거치면서 경쟁국가 인도와 관계개선도 모색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석유 천연가스에 대해 서방국가들이 반입 제한조치를 내린 가운데 중국과 인도는 오히려 이들의 수입을 대폭 늘렸다. 러시아는 전쟁비용을 조달했으며, 중국과 인도는 값싼 에너지 가격으로 자국 상품 경쟁력을 강화했고, 러시아산 석유를 국제시장에 재판매해 중간 이득까지 챙겼다.
이번 중국 전승절 행사 기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방중에는 이런 끈끈한 연대가 작용하고 있다. 중국은 무역공세를 견디는 맷집이 강해지고 되받아치는 힘을 보유하고 국제적 지원도 얻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과연 중국은 호사가의 말대로 무역굴기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