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백혈병 맞춤치료로 5년 생존율 90% 달성
서울아산병원 10년간 연구결과
암세포 검출 후 강화치료 적용
어린이에게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혈액암은 소아급성림프모구백혈병이다. 골수에서 비정상적인 림프구 전구세포가 과도하게 증식하면서 정상 혈액 세포의 생산이 억제되고 빈혈과 출혈 등 증상이 나타난다.
2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소아급성림프모구백혈병은 항암화학요법 등 치료 기술의 발전으로 생존율이 크게 향상됐다. 하지만 일부 환자는 완치된 듯 보여도 극소량 암세포가 남아있어 재발위험이 높은 경우가 있다. 과거에는 이런 미세잔존질환을 확인하기 어려웠지만 최근 골수 검사 시 이를 측정하면서 항암 강도 조정에 활용하고 있다.
김혜리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교수팀은 최근 지난 10년간 소아급성림프모구백혈병으로 치료받은 환자 200여 명을 분석한 결과, 미세잔존질환 수치가 높은 환자일 경우 치료 강도를 높였을 때 5년 무사건 생존율이 기존 19%에서 90%로 향상됐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1차 치료인 관해유도요법, 2차 치료인 공고요법 등 소아급성림프모구백혈병의 치료 과정마다 미세잔존질환 수치를 확인한 뒤, 0.1% 이상이면 더욱 강도가 높은 약물을 쓰거나 항암 주기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치료를 강화해 재발 위험이 높은 환자의 생존율을 향상시킨 것이다.
김 교수팀은 2013년 1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서울아산병원에서 치료받은 소아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자 212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모든 환자는 치료 각 단계에서 미세잔존질환 수치를 측정했고 0.1% 이상으로 양성이 나올 경우 더 강한 항암치료로 전환했다.
1차 치료인 관해유도요법 이후 미세잔존질환이 양성이었던 환자는 21명이었다. 이중 12명에게 한 단계 강화된 치료를 적용했다. 그 결과 치료를 강화하지 않은 환자들의 5년 무사건 생존율은 19%였지만 강화한 집단은 90%로 생존율이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차 치료인 공고요법 이후 미세잔존질환 양성이었던 환자들 역시 치료를 강화하지 않은 경우는 75.4%의 생존율을 보였다. 치료를 강화한 집단은 95.2%의 생존율을 기록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미세잔존질환 수치를 기준으로 환자 상태에 적합한 치료 강도로 조정하면 재발 위험이 높은 소아 백혈병 환자의 생존율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블러드 리서치(Blood Research, 피인용지수 2.8)’에 최근 게재됐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