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백혈병 맞춤치료로 5년 생존율 90% 달성

2025-09-02 13:00:01 게재

서울아산병원 10년간 연구결과

암세포 검출 후 강화치료 적용

어린이에게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혈액암은 소아급성림프모구백혈병이다. 골수에서 비정상적인 림프구 전구세포가 과도하게 증식하면서 정상 혈액 세포의 생산이 억제되고 빈혈과 출혈 등 증상이 나타난다.

2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소아급성림프모구백혈병은 항암화학요법 등 치료 기술의 발전으로 생존율이 크게 향상됐다. 하지만 일부 환자는 완치된 듯 보여도 극소량 암세포가 남아있어 재발위험이 높은 경우가 있다. 과거에는 이런 미세잔존질환을 확인하기 어려웠지만 최근 골수 검사 시 이를 측정하면서 항암 강도 조정에 활용하고 있다.

김혜리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교수가 소아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아를 진료 중이다. 사진 서울아산병원 제공

김혜리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교수팀은 최근 지난 10년간 소아급성림프모구백혈병으로 치료받은 환자 200여 명을 분석한 결과, 미세잔존질환 수치가 높은 환자일 경우 치료 강도를 높였을 때 5년 무사건 생존율이 기존 19%에서 90%로 향상됐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1차 치료인 관해유도요법, 2차 치료인 공고요법 등 소아급성림프모구백혈병의 치료 과정마다 미세잔존질환 수치를 확인한 뒤, 0.1% 이상이면 더욱 강도가 높은 약물을 쓰거나 항암 주기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치료를 강화해 재발 위험이 높은 환자의 생존율을 향상시킨 것이다.

김 교수팀은 2013년 1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서울아산병원에서 치료받은 소아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자 212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모든 환자는 치료 각 단계에서 미세잔존질환 수치를 측정했고 0.1% 이상으로 양성이 나올 경우 더 강한 항암치료로 전환했다.

1차 치료인 관해유도요법 이후 미세잔존질환이 양성이었던 환자는 21명이었다. 이중 12명에게 한 단계 강화된 치료를 적용했다. 그 결과 치료를 강화하지 않은 환자들의 5년 무사건 생존율은 19%였지만 강화한 집단은 90%로 생존율이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차 치료인 공고요법 이후 미세잔존질환 양성이었던 환자들 역시 치료를 강화하지 않은 경우는 75.4%의 생존율을 보였다. 치료를 강화한 집단은 95.2%의 생존율을 기록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미세잔존질환 수치를 기준으로 환자 상태에 적합한 치료 강도로 조정하면 재발 위험이 높은 소아 백혈병 환자의 생존율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블러드 리서치(Blood Research, 피인용지수 2.8)’에 최근 게재됐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김규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