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철규 칼럼
부동산시장에 쌓여 가는 정책 불확실성
한국은행은 8월 28일 기준금리를 2.5%로 동결했다. 금리인하를 미룬 이유로 든 것이 수도권 집값 불안이다. 한은이 부동산 가격 문제를 들고 나온데 대해 정책 대상 범위를 넘어선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지만 한은의 논리도 타당성을 갖고 있다.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2% 내외로 관리되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부동산가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착시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자가주거비를 물가계산에 포함하지 않고 전월세만 물가지수에 포함하고 있으며, 계약기간 2년 혹은 계약갱신권을 사용하는 경우 4년간 변화가 거의 없을 수 있다. 실제 거주에 드는 주거비를 반영하면 물가상승률이 통계청의 것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
한은이 정책책임 범위를 넘어섰건 아니건 분명한 것은 수도권 부동산시장의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이미 10월에는 금리인하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이에 따라 부동산시장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이번 정부의 첫 번째 부동산 정책이라 할 만한 ‘6.27 가계부채 대책’이 나온 지 어느덧 두달이 훌쩍 넘어가는 가운데 내놓기로 한 주택공급대책은 미루어지면서 정책 불확실성이 또 다른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급대책이 늦어지고 있는 것은 서울에 단기간내 대규모의 주택을 공급할 현실적 방안이 쉽지 않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거니와 결과적으로 공급대책에 대한 기대수준도 낮추고 있다.
뚜렷한 방향성 제시하지 못한 부동산정책
지난 연말 이래의 정국 혼란속에서 기존의 부동산정책은 동력을 잃었고, 새로 집권한 정부는 부동산정책에 대해 이렇다 할 뚜렷한 비전이나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대통령은 세금으로 집값을 잡으려 했던 문재인정부 시절의 정책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 이념은 여전히 살아있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방향성을 ‘6.27 대책’을 통해 우선 추론해 보자면 ‘1가구 1주택 실거주’로 요약할 수 있다. 정확히 문재인정부의 방향성을 반복하고 있다. 한편 집권당과 관련 당국은 여전히 세금카드를 만지작 거리는 모양새를 보여주고 있다. 즉,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 철학을 유지하자는 힘과 그 정책 실패를 피해야 한다는 두 가지 방향성이 집권세력내에서 충돌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기간에 서울 가구수는 연평균 5만3000여가구가 증가했고, 주택증가분은 3만3000여개에 그쳤다는 최근 보도들이 있었다. 서울의 가구수 증가분이 주택 증가분을 크게 앞지르는 상황이 2017년 이후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누적으로 헤아려 보면 가구수에 비해 주택수가 무려 26만가구 이상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런 조건 속에서는 앞의 두가지 상반된 요구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정책은 단기간에 개발될 것 같지 않다. 이런 경우 부동산정책의 우선 순위를 재정렬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부동산은 주거의 공간이며 동시에 자산시장에 통합되어 있다. 이 두 가지 중 어디에 먼저 중점을 둘 것인가가 정책순위와 관련이 있다. 이전 컬럼(‘부동산정책의 잘못된 우선 순위와 코스피5000의 허상’, 2025.08.07.)에서는 부동산 정책의 첫번째 우선 순위로 반지하방 등을 포함해 국토부 최소 주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주택을 주거용부동산 시장에서 퇴출시킬 것을 제안했다.
이제 두번째 우선 순위로 생각할 만한 것이 전월세 시장의 안정이다. 매매시장의 가격 안정은 3순위로 혹은 별도로 생각하자는 것이다. 전세사기 이후 비아파트 주택에 대한 기피현상이 뚜렷하다. 여기에 주택담보대출 규제는 매매수요를 전월세시장으로 내몰게 마련이다.
‘6.27 대책’을 ‘1가구 1주택 실거주’ 정책의 연장선으로 생각한다면 ‘전세시장의 월세화’를 강제하는 정책이다. 논리적으로 1가구 1주택 실거주가 달성된다면 전세는 존재할 수 없다. 비주택 소유자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월세가 남는다. 월세용 비실거주 주택도 누군가 소유해야 한다. 그것을 전부 공적소유로 제공하자는 것은 현재로서는 터무니없다. 비아파트 시장 붕괴를 정책이 더 촉진하고 있는 것이다. 비아파트시장의 붕괴는 월세시장의 불안을 초래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자산시장 정책 다시 고안될 필요
매매시장의 가격 안정을 3순위로 두자는 말은 금융자산과 부동산을 아우르는 자산시장정책으로 별도로 통합해서 다루자는 제안이다. 주식 채권 부동산은 자산시장으로 통합되어 있다. 특정자산의 가격을 통제하고 다른 자산의 가격을 올리자는 현 정부의 정책이 갖고 있는 자기모순을 해소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민주라 불리는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은 50.37%이고, KB금융은 77.56%, 포스코홀딩스는 29.73%다. 코스피5000의 최대수혜자는 누구일까. 국민 다수의 자산형성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자산시장 정책은 다시 고안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