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가 빨리 오면 키가 작아질까

2025-09-09 13:00:02 게재

성조숙증 진료 2023년 18만명

“조기 진단 이후도 성장 가능”

아동청소년기의 부모들은 학업과 더불어 키에 관심이 많다. 혹 아이 키가 평균보다 작으면 어쩌나 걱정에 쌓이기도 한다. 그런 염려 탓인지 성조숙증으로 병원을 찾는 아이들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 성조숙증 환자가 10만8575명이었다. 하지만 2023년에는 18만6726명으로 5년 동안 72% 급증했다. 성조숙증과 성장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9일 윤지희 분당제생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사춘기는 반드시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하는 발달과정”이라며 “신체 변화가 병적으로 빨라지면 또래 관계가 중요한 시기에 정신적·심리적인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윤지희 분당제생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이 보호자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 분당제생병원 제공

윤 과장에 따르면 사춘기는 영아기의 급성장기에 이어 두 번째로 키가 급격하게 크는 시기다. 사춘기 동안 남녀 모두 연간 7~12cm 정도로 키가 잘 자라지만, 사춘기가 너무 일찍 시작되거나 진행속도가 빠르다면 최종 성인 키는 오히려 작아질 수 있다.

흔히 이야기하는 성조숙증은 ‘중추성 성조숙증’으로 시상하부-뇌하수체-성선 축이 조기에 활성화되어 발생하는데 성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하면서 사춘기 2차 성징이 발현되고 남녀의 뚜렷한 신체 변화가 일어나며 수정 능력이 점차 갖춰진다. 이와 더불어 성장호르몬의 분비도 증가해 성장 속도도 급격하게 증가하게 된다. 하지만 사춘기가 빠르게 시작된다면 여아에서는 조기 초경의 위험이 있을 수 있고, 골 성숙이 앞당겨져 성장판도 빨리 닫히게 되므로 최종 성인 키 손실로도 이어질 수 있다.

여아에서 중추성 성조숙증으로 만 8세 이전에 조기 진단되어 치료를 시작할 경우 최종 성인 키가 평균 5.1cm 정도 더 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하지만 급격히 진행되는 중추성 성조숙증이나 치료 시작 전 이미 골연령이 많이 진행된 경우에는 성조숙증 치료로 인한 키의 이득이 현저하게 적어지게 된다. 반대로 정상 사춘기에 가까운 조발 사춘기(여아는 만 8~9세, 남아는 만 9~10.5세에 사춘기 시작)이거나 중추성 성조숙증이어도 진행이 느린 경우라면 치료 없이도 최종 키 손실이 크지 않을 수 있다.

윤 과장은 “사춘기가 또래보다 빨리 시작되었다고 해서 무조건 치료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여러 요인을 고려해 신중하게 치료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며 "일정 연령 이후에는 중추성 성조숙증 치료를 지속하더라도 의미 있는 최종 성인 키 증가가 관찰되지 않고, 여아의 경우 골연령 13세 이후의 치료는 최종 성인 키에 부정적인 연관성을 보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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