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결정체계 독립성 강화 속도내겠다”

2025-09-10 13:00:01 게재

김성환 환경부 장관 기자간담회 … 에너지고속도로 실현 위한 수요 분산 문제 고민

“이제 제가 좀 더 깊이 들여다봐야 할 대목이긴 합니다만 전기요금 체계를 결정하는 전기위원회가 보다 객관성과 독립성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도록 독립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상당히 공론화되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조직 개편이 완성되는 대로 전기위원회 독립문제와 전력망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기 때문에 전력망을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전력감독원 문제 등에 대해서 정부부처 대통령실 등과 협의해 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9일 서울 한강홍수통제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 조직 개편에 따른 정책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환경부 제공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9일 서울 한강홍수통제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장관이나 대통령 성향에 의존하는 경향에서 벗어나 전기요금 결정 체계를 시스템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를 둘러싼 우려가 큰 가운데 단순히 재생에너지 확대가 아닌 에너지체제 전체의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현 전기요금 결정 체계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가 협의를 한 뒤 대통령실에서 최종 확정하는 구조다.

집권 정부에 따라 에너지계획이나 정책상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에너지시장과 요금의 지나친 정치적 개입은 정책 신뢰성 하락은 물론이고 민간투자에도 혼선을 가중시킨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탄소비용이 제대로 반영된 전기요금 체제가 구축되는 건 기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탄소비용은 고사하고 공급원가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라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계속되어 왔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기준금리(혹은 이자율) 결정을 정치적으로 독립된 기구에서 한다. 탄소중립 경제에서는 탄소비용을 포함한 에너지 가격이 기준금리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만큼 전기요금 결정 체계 역시 독립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이는 곧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전력 생산지역과 소비지역의 요금을 차등 적용) 실현 등과도 맞물릴 수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김 장관은 부족한 전력망 문제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이재명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고속도로’는 2026년 초 다보스포럼 등에 공식 초청을 받은 상황이다. 전력망 부족이라는 전세계 공통의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는 전략으로서 널리 알려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2026년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산단 조성과 차세대 전력망 구축을 위해 2025년보다 1조4000억원(50.0%) 늘어난 4조2000억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전력계통 포화 지역에는 에너지 저장 장치(ESS) 설치 비용을 지원해 인공지능 분산형 전력망을 구축함으로써 전력 수급 안정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마이크로그리드(전력을 자체 생산·저장·소비하는 소규모 지능형 전력망) 실증으로 차세대 전력망 산업도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에너지 수요 분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전력 생산과 수요가 일치하지 않는 상황에서 데이터센터나 공장 등 대규모 전력 소비시설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시키려면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하는데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김 장관은 “수도권 데이터센터 등 전력 다소비 시설을 호남 등 전력 여유 지역으로 이전하는 문제는 중요한 숙제”라며 “쉽지 않지만 잘 살펴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마이크로그리드는 ‘지산지소(해당 지역에서 생산한 전력을 그 지역에서 소비하는 방식)’ 개념으로 설계해야 한다”며 “배전단 안에서 다양한 에너지원 생산과 소비가 이뤄지되, 송전단과 배전단 사이에는 ESS를 충분히 설치해 완충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이크로그리드와 가상발전소(VPP) 등 분산형 특구 실험을 통해 새로운 전력망 체계를 검증하되, 부족한 전력은 송전망을 통해 수급 조절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가상발전소는 여러 분산 전원을 하나의 발전소처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조직 개편은 이르면 9월 중으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김 장관은 새로운 정부 조직이 어렵게 출발하는 만큼 기후환경에너지 정책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 장관은 “자칫 잘못하면 제조업 강국인 대한민국이 세계 녹색산업 시장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있다”며 “이재명정부 5년 동안 기후위기 대응을 통한 새로운 녹색산업을 성장시키는 데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종의 대한민국의 새로운 ‘팀 코리아’로 녹색기술을 수출하고 국내에 좋은 일자리도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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