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황경환 중앙대 기계공학부
인간 닮은 로봇 꿈꾸며 독서와 수학·과학 몰두했죠
경환씨가 로봇을 처음 접한 건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 시간이었다. 작은 부품을 조립해 움직이는 기계를 만든 순간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나중에 꼭 훌륭한 로봇공학자가 될 것 같다는 선생님의 격려는 단순한 칭찬을 넘어 로봇공학자의 꿈을 키운 시작점이 됐다.
황경환 | 중앙대 기계공학부 (경기 장안고)
뚜렷한 목표로 호기심 좇은 탐구 활동
진로에 대한 뚜렷한 목표가 있었던 경환씨는 국어 영어 수학 과학 등 주요 과목은 물론, 사회 역사 예체능 과목 전반에 로봇공학 탐구를 접목시켰다. 3년간 서로 다른 동아리 활동을 하는 동안에도 공학 분야를 융합적으로 탐구했다.
1학년 수학 동아리 ‘매쏠로지’에서는 과학·수학·공학 융합 교구인 4D 프레임을 활용해 입체 구조물을 제작하며 구조물의 제작 원리와 수학 개념을 탐구했다. 수학은 경환씨가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자 공학의 기초 학문이라 수학 이론까지 탐구 범위를 넓혀 연구할 수 있었다고.
2학년 때는 과학 동아리로 옮겨 과학 전반에 걸쳐 다양한 주제를 탐구했고, 3학년 공학탐구반에서는 평소 관심 분야인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주제로 태양광 배터리를 다뤘다. 탐구 주제의 시작은 늘 호기심이었다. 1학년 진로 활동 시간에 참여한 교육청 주관의 경기 꿈 대학 ‘3D 프린팅을 활용한 3차원 디자인 로봇 만들기’ 프로그램에서는 로봇공학과 밀접한 3D 프린팅을 더 깊이 알아보고 싶은 호기심이 생겼다.
이를 2학년 <화학Ⅰ>의 탐구 활동으로 확장해 ‘화학의 유용성에 대한 조사 보고서’를 작성했다. 3D 프린팅의 화학 요소를 정리하고 로봇 부품 제작에 활용되는 사례를 조사했으며, 플라스틱 소재의 분자 구조와 성질 차이를 분석해 로봇 부품에 적합한 소재를 탐구했다. 대학 진학 후 컴퓨터를 활용해 설계·제도를 배우는 CAD 수업을 들으며 고등학교 때 했던 탐구의 연장선에서 심화된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새로운 분야를 배울 때 호기심이 생겨 더 깊이 알고 싶어지는 순간이 생기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대학 진학을 목표로 탐구 활동에 집중하기보다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호기심을 따라가다 보면 나만의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을 거예요.”
경환씨의 롤모델은 중학교 때 처음 읽은 <아이, 로봇>의 저자 아이작 아시모프다. 고등학교 진학 후 몇 번이고 다시 꺼내보면서 진로의 방향을 잡았다. 1학년 <통합사회> 시간에는 ‘인공지능 킬러 로봇 개발 논쟁’에 대한 탐구 활동의 밑거름으로 삼아 군사용 자율 로봇 개발에 반대하는 과학계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로봇 3원칙’을 들어 자신의 의견을 발표했다.
“70여 년 전 아시모프가 소설에 담아낸 ‘로봇 3원칙’은 지금의 AI 시대를 정확히 예측했죠. 아시모프는 로봇을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인간과 공존하며 사회에 기여해야 하는 존재로 그리고 있어요. 그의 책을 읽으며 저 또한 기술의 사회·윤리 책임을 절감했죠.”
<미적분> <확률과 통계> <기하> 등 로봇공학의 기초 과목 집중 이수
경환씨는 <물리학Ⅰ·Ⅱ> <화학Ⅰ·Ⅱ> <생명과학Ⅰ>과 <미적분> <확률과 통계> <기하>를 이수해 높은 성취도를 보여줬다. 어릴 적부터 수학을 좋아했고 과학에 대한 흥미도 높았기에 매번 충실히 수업에 임했다.
“로봇공학은 수학과 과학이 기반이 되는 학문이자 이들의 융합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에요. 어렵지만 동시에 무척 재밌는 과목이라서 의미 있는 선택이었어요.”
경환씨는 성균관대 연세대 중앙대 한양대는 종합전형으로, 건국대와 경희대에는 교과전형으로 지원했다. 수시 모집 6회 제한에서 제외되는 디지스트(대구경북과학기술원)와 유니스트(울산과학기술원)에도 원서를 넣었다. 경희대 자유전공학부를 제외하고 모두 기계공학과를 선택했다.
“로봇공학에 대한 꿈이 간절해서 상향 지원한 대학도 기계공학 외에 다른 선택지를 두지 않았어요. 고등학교 때 다양하게 탐구했던 내용을 토대로 대학에서도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었기에 후회는 없습니다.”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요구한 곳은 건국대 경희대 한양대였다. 고1 때부터 수시로 대학에 가겠다고 마음을 굳힌 경환씨는 수학·과학 실력이 탄탄해 수능 공부 비중을 늘리지 않고도 최저 기준을 무난히 충족할 수 있었다.
중앙대는 면접이 있는 CAU탐구형과 서류 100%로 선발하는 CAU융합형 가운데 후자를 선택했다. 진로 역량 면에서는 한눈 한번 팔지 않고 매진한 탐구형 인재에 가까웠지만 학생부에 자신이 있었고 무엇보다 면접의 긴장감이 자신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후회 없이 열심히 보낸 3년이었지만 경환씨에게도 아쉬움은 있다.
“일반고에서 접하기 힘든 〈로봇제작 및 제어〉 〈로봇프로그래밍〉〈AI와 로봇〉 등은 공동 교육과정을 통해 진로 역량을 깊이 확장해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 수강하지 못했어요. 여유가 된다면 이런 프로그램을 최대한 활용해보세요.”
경환씨는 전교 학생회와 동아리 반장을 맡았던 경험이 대학 생활에도 많은 도움이 되지만 리더십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는 목표만으로 임원을 맡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모아 소통하고 이끌었던 경험은 대학에서 조별 탐구 활동을 할 때 큰 도움이 됐어요. 하지만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장점보다 단점이 클 수 있으니 각자의 상황에 맞게 선택하길 바라요.”
실생활에 도움 주는 로봇의 대중화가 목표
경환씨의 관심 분야는 웨어러블 로봇이다. 앞으로 대학원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웨어러블 로봇을 연구·개발하는 게 목표다. 노동자의 무릎과 허리를 보호하거나 고령자의 활동을 돕는 기술로 정년을 연장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매력을 느꼈다고.
“웨어러블 로봇은 몸이 불편한 사회 약자에게 꼭 필요한 기술입니다. 하지만 가격이 너무 높아 접근이 어렵다면 또 다른 불평등을 만들 수 있겠죠. 누구나 부담 없이 쓸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해요.”
경환씨는 인간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만들어진 로봇이 환경을 해치는 방식으로 개발된다면 모순이라며 로봇 개발 과정에서도 반드시 환경과 미래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첨단 기술도 철학과 윤리라는 토대 위에 있을 때 비로소 사람을 위한 과학이 된다고 믿어요. 저도 그런 로봇공학자가 되고 싶어요.”
취재 이도연 리포터 ldy@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