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과징금 정책에 노동·경영계 반응 엇갈려

2025-09-16 13:00:43 게재

노동부 노동안전 종합대책 발표 … 전문가 “매출액도 아니고 실효성 의문”

노동계 “취약층 안전 방안 구체화”, 경영계 “경제 위축 불가피”

‘산재와의 전쟁’을 벌이는 정부가 연간 기준 3명 이상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한 법인은 영업이익의 5%(하한액 30억원) 이내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도입한다. 건설사는 연간 2명 이상 사망사고가 발행할 경우 영업정지는 물론 등록말소 요청 대상이 된다.

노동안전 종합대책 발표하는 김영훈 장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고용노동부는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7월 5일 국무회의에서 “산재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대책과 입법 대책을 총괄 정리해 보고하라”는 지시에 따른 후속조치로 범정부 차원의 대책이다. 노동부는 역대 정부의 안전대책을 뛰어넘는 초강력 대책으로 올해를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랜 오명을 씻는 원년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먼저 연간 3명 이상 산재 사망자가 발생한 법인은 영업이익의 5% 이내, 하한액 3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는다. 공공기관이나 적자 기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부과된 과징금은 ‘산재 예방보상보험기금’에 편입돼 재투자된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구체적인 경제적 제재 방안에 대해서는 법 제도화가 될 때까지 노사정 대표자 회의를 통해 심도 있게 논의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산재 사망사고의 절반을 차지하는 건설업에 대한 제재는 더욱 강화된다. 노동부 장관이 요청할 수 있는 요건에 현행 동시 2명 이상 사망에서 ‘연간 다수 사망’을 추가하고 사망자 수에 따라 영업정지 기간을 현행 2~5개월보다 늘릴 계획이다. 최근 3년간 영업정지 처분을 2차례 받은 후 다시 영업정지 요청 사유가 발생하면 등록말소 요청 대상이 된다.

공공입찰 참가 제한도 현행 동시 2명 이상 사망에서 연간 3명 이상으로 확대된다. 입찰 제한 기간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늘릴 계획이다. 특히 민자·민간 사업장에서 중대재해를 발생시킨 건설사까지 입찰 제한 대상이 된다.

아울러 안전 확보를 위해 충분한 공사기간을 부여하도록 설계서에 공사기간 산정 기준을 포함하고 도급계약 시 하청업체들이 안전관리를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적정공사비’ 산정이 의무화된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의 사업주에 대한 외국인 고용 제한도 강화된다. 외국인 사망사고 발생 시 고용 제한 기간을 현행 1년에서 3년으로 확대한다. 중대재해에 해당하는 질병 부상 등은 1년간 고용 제한이 적용된다.

노동계는 이번 대책에 노동계 요구가 일부 반영됐다면서도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은 “정부의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는 점에선 고무적”이라면서도 “건설업의 복잡한 원·하청 구조 속에서 영업정지는 하청 노동자에게 피해가 전가될 수 있고 영세 하청업체는 임금·고용 보장이 어렵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도 영업정지 요청이 있지만 제도가 작동하지 않았고 도급금지 제도 위반 시 10억원 이하 과징금제도가 있다”며 “또다시 대책이 사문화되지 않도록 기존 제도가 작동하지 않았던 원인 파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고·플랫폼 노동자의 전속성 삭제, 원청 책임 부과 등은 명시되지 않았다”며 “이주노동자 산재를 전담하는 부서를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개별 기업은 물론 연관 기업, 협력업체의 경영에까지 파급력이 크고 국가 경제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정부는 향후 세부 논의 및 입법 과정에서 이러한 산업계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한 노동안전 전문가는 영업이익 최대 5%까지 과징금 부과에 대한 ‘솜방망이’라며 실효성을 제기했다.

그는 “3명 이상 사망사고는 몇 건 안되고 대기업이 대부분으로 이 대통령이 이야기한 ‘망해도 좋은 기업’이다”면서 “매출액도 아닌 영업이익의 5% 이내이면 크게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규범 고용컨설팅 대표는 산재 사망사고의 원인 진단은 정확했으나 대책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불법 재하도급은 예시로 든 광주 학동 붕괴사고처럼 ‘평당 28만원→10만원→4만원’식의 ‘단가 후려치기’가 가능하다”며 “발주자가 적정 공사비를 산정하더라도 다단계 불법재하도급 과정에서 공사비와 산업안전보건비 모두 깎여 나가는 데 이것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이 부재하다”고 말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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