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대법원장 사퇴’ 밀고 가나 …‘사법 불복’ 프레임 경계

2025-09-16 13:00:34 게재

‘내란 척결’ 여론 동력으로 내란전담재판부·사법개혁 추진

“사법부 안 움직이면 입법으로” … 지귀연 교체 거듭 요구

“입법-사법부 대결구도는 여권에 불리 … 치밀하게 가야”

여권이 내란사건을 전담할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에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내란 척결’이 시대정신이라며 전담재판부 설치를 반대하는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를 공식화 했다. 한정애 정책위 의장은 “사법부가 움직이지 않으면 입법으로 추진하겠다”고 압박했다. 대정부질문에 나선 여당 의원들은 내란 세력에 대한 단죄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내란 종식에 대한 우호적 여론을 사법개혁 동력으로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당 안팎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 재판을 맡고 있는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판사 교체 여부가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당의 전방위 압박이 ‘입법-사법부 대결’로 비칠 경우 여권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건희특검 TF 간담회 연 민주당 3대특검 종합대응특위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3대특검 종합대응특위-김건희특검TF 간담회에서 전현희 특위 총괄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내란전담재판부와 사법개혁을 강조한 여당이 15일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카드를 꺼냈다. 전날 추미애 국회 법사위원장이 페이스북에서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한데 이어 정청래 대표가 사퇴요구를 공식화 했다. 대정부질문에 나선 여당 의원들도 ‘내란 가담세력 단죄’를 촉구하며 가세했다. 박성준 의원은 “내란 좀비들이 모든 권력, 검찰·경찰·군대·사법부까지 침투해 똬리를 틀고 있다. 솎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란 사건 재판장인 지귀연 판사를 겨냥해 “윤석열의 탈옥을 도왔다”며 “내란에 가담한 이들을 확실하게 단죄해야 한다”라고 했다. 신정훈 민주당 의원은 “내란으로도 안 되니 대법원까지 나서서 ‘이재명 죽이기’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 5월 대선후보였던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환송한 걸 겨냥한 것이다. 이해식 의원은 “국민의힘 내 내란 잔존 세력을 뿌리 뽑아야 한다”면서 법무부에 ‘국민의힘 정당해산 대책 마련 태스크포스(TF)’ 구성 의사를 묻기도 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주장을 넘어 임기가 남은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를 공식화 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장을 불어왔다. 당장 2027년 6월까지 임기가 남아 있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면서 ‘사법부 독립성 훼손’이라는 비판을 감수한 대응이기 때문이다. 내란사건에 대한 사법부 내부의 결단을 촉구하기 위한 압박이라는 해석이 많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입법권을 통한 국민 의지를 존중해야 한다”며 내란전담재판부 구성에 대한 입장을 내놓은 후 여당의 공세적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 정청래 대표는 “조 대법원장의 정치적 편향성과 지귀연 판사의 ‘침대축구’가 불러온 자업자득”이라며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의 명분을 들었다. 한정애 정책위 의장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여당이 언급하기 전에)사법부가 자체적으로 판단해 주시면 제일 좋다”면서 “움직임이 없으면 입법으로 가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우세한 여론을 동력으로 사법부를 압박, 법원 자체의 결단을 지켜본 후 다음 행보를 이어간다는 취지로 읽힌다. 당 안팎에선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판사의 교체 여부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의 기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법부 스스로 불신을 해소하도록 요구하는 전략이라지만 사법부에 대한 공개적 압박이라는 점은 여전히 부담일 수 있다. 자칫 여권의 ‘사법 불복 프레임’으로 번지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야당은 여당의 잇단 압박을 ‘사법부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비난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15일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재판은 중단돼 있지만 공범들에 대한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될 경우 이 대통령 퇴임 이후 관련 재판도 유죄판결이 날 것”이라며 “그것이 두렵기 때문에 지금 공범들의 판결을 어떻게든 무죄로 만들기 위해서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 SNS에 “대통령이 자기 범죄 재판을 막기 위해 대법원장을 쫓아내는 것은 중대한 헌법위반이고 탄핵 사유”라고 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내란사건 재판 진행 등을 보면 내란전담재판부의 필요성이 국민적 공감을 얻고 있다고 본다”면서도 “입법부와 사법부간의 대결로 비치지 않도록 정교하게 관리하며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의 요구가 사법부 압박용으로 보이면 다른 국면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내란전담재판부와 대법관 증원 등 사법개혁 이슈를 혼용하지 말고 분리해서 대응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명환 박소원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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