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급증, 전력망 안정 위협

2025-09-17 13:00:18 게재

에너지경제연구원 “밀리초-초-분 단위 부하 변동, 기존 망 감당 못해”

재생에너지 관성저하와 결합되면 연쇄정전 위험 … BESS 등 필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밀리초-초-분 단위 극심한 부하 변동이 기존 전력망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재생에너지 보급확대에 따른 시스템 관성저하 문제와 결합될 경우 연쇄정전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기에서 ‘부하’란 전기회로나 설비에서 전력을 소비하는 기기나 설비를 의미한다. 전원을 공급하는 부분의 반대 개념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17일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전략망 안정성 도전과 대응’ 보고서에서 이러한 상황을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는 수십만 그래픽 처리장치(GPU)의 동기화 특성으로 체크포인트, 동기화 지연, 훈련 종료 시 밀리초–분 단위의 극심한 전력 변동을 보인다. 이는 기존 클라우드 대비 10배 이상 큰 변동 폭을 초래한다. 특히 급등락 상황에서는 총부하가 100(정규화 기준)에서 42로 급락하는 등 계통 안정성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AI 데이터센터는 GPU 처리 중 매트릭스 연산시 전력소비가 급증하고, 데이터 전송 및 동기화시에는 급감한다”며 “진행상황을 저장하는 체크포인트 과정 중에는 밀리초 동안 부하가 거의 ‘0’으로 떨어지며, 즉시 복구시에 급격한 증가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또 “수십만 GPU 클러스터에서 병렬합산연산 수행 중 네트워크 전송 지연으로 일부 장치가 수 초간 유휴상태에 머무르는 동기화 현상 발생할 수 있다”며 “대규모 실행 후 즉시 후속 워크로드가 없으면 기가와트급 부하가 단일 이벤트로 동시에 이탈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기존 발전기의 분단위 응답속도(MW/min)로는 대응이 불가능하다”며 “재생에너지 보급확대에 따른 시스템 관성저하 문제와 결합될 경우 연쇄정전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미국 텍사스 전력 신뢰성 위원회(ERCOT) 분석 결과 2.5GW 이상 동시 이탈시 광범위한 전압 불안정 발생 가능성이 확인됐다. 특히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은 ‘덕커브 시간대’에 저전압 순간유지 미대응 데이터센터가 집중되면 위험이 최고조에 달했다. 이는 단순한 이론적 시나리오가 아니라 실제 발생한 대규모 정전사태와 유사한 경로를 가진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2025년 4월 유럽 이베리아 반도(스페인 포르투갈)에서 발생한 2.2GW 발전설비 탈락 후 27초 만에 전체 전력망이 붕괴된 사건이 대표 사례라는 것이다.

구글 클라우드(2025)와 세미애널리틱스(2025)도 ‘일반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와 AI 데이터센터의 부하 변동폭 차이’ 분석을 통해 이러한 구조를 입증했다.

보고서는 대응책으로 “배터리 에너지저장시스템(BESS), 그리드 연계형 무정전 전원장치(UPS) 등 하드웨어 기반 안정화 장치가 필요하다”며 “워크로드 인지형 평활화와 같은 소프트웨어 제어, 저전압 순간 유지 의무화 및 조건부 접속 등도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박찬국 한국외대 교수는 “종합적으로 AI 데이터센터는 수동적 부하가 아니라 전력망 안정성 책임을 공유하는 ‘그리드 파트너’로의 역할 전환이 필요하다”며 “하드웨어–소프트웨어–정책을 결합한 통합적 대응전략 마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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