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0.25%p 내린 연준, 향후 행보는
미국이 올들어 처음으로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는 금리결정을 앞두고 물가상승과 고용둔화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고민이 깊었다. 그러나 고용악화로 인한 경제성장 둔화를 우려, 금리를 0.25%p 인하했다.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CPI)는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해 올해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준의 목표치인 2%보다 훨씬 높다. 전월에 비해서는 0.4% 상승했다. 월간 기준 0.4% 상승은 지난 1월의 0.5% ‘깜짝 상승’ 이후 최대치다. 관세 여파가 본격적으로 물가에 밀어닥치기 시작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물가보다 악화하는 고용지표에 금리인하 선택
노동시장 지표도 악화됐다. 이달 6일로 끝난 주간 실업수당 신규 청구 건수가 26만3000건을 기록, 전주보다 2만7000건이나 늘어났다. 이는 2021년 10월 이후 약 4년 만에 최고치다. 또한 실업률도 8월에 4.3%로 상승했다. 더구나 고용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됐다는 것을 시사하는 수정치가 나와 경기둔화 우려가 한층 짙어졌다. 지난 5월과 6월 신규 고용자수가 당초 14만4000명과 14만7000명인 것으로 발표됐으나 이것이 1만9000명과 1만4000명으로 무려 90% 가까이 격감한 것으로 하향 수정됐다.
물가와 노동시장의 뚜렷한 약화지표들이 동시에 나왔으나 연준은 노동지표를 더 중시하고 금리인하 쪽을 선택했다. 파월 의장을 비롯한 연준의 주요 인사들은 ‘물가안정’과 ‘최대고용’이라는 연준의 두 가지 목표 가운데 고용 시장에 더 큰 비중을 두었다.
특히 파월 의장은 금리인하로 내수 촉진을 도모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인하 압력에도 불구하고 인플레 재발 위험을 우려, 1~7월까지 연속해서 다섯 차례나 금리를 동결해왔다. 관세로 인해 경기침체가 우려되어도 고용시장이 탄탄하니,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보단 물가상승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고용지표가 악화되자 입장을 바꾸었다.
앞으로 남은 올 하반기와 내년도 추가적인 금리인하 여부도 인풀레와 경기둔화 속도간의 힘겨루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둔화가 심각해 질 경우 물가가 크게 치솟지 않는 한 추가적인 금리인하가 단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시장에서는 금리인하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데 베팅을 하고 있고 미국 경제학자들도 앞으로 기준금리가 여러 차례 추가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를 결정할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는 올해 두 차례(10월, 12월) 남아있다.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실시한 설문 조사결과를 인용, 올해 말까지 두 차례의 추가 금리인하가 예상됐다고 보도했고 투자자들은 두 차례 모두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동안 기업들은 관세인상안이 발효되기 전에 재고 확보를 서둘렀고 도·소매업체들도 인상요인을 점진적으로 상품가격에 반영, 관세로 인한 가격인상이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기업들이 텅빈 재고를 다시 채우기 시작하면서 인상된 관세를 상품가격에 전가하기 시작, 물가가 오르고 있다. 이런 현상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조만간 관세에 따른 가격상승이 본격적으로 이뤄져 이것이 금리결정의 변수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인플레 압력이 커지면서 노동시장마저 동반 악화하고 있어 미국경제가 경기둔화와 높은 물가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비정상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지 않을 까 우려된다. 일반적으로는 경기가 둔화되면 소비가 줄고, 그에 따라 물가도 하락하는 흐름이 나타나기 때문에 경기둔화와 물가상승은 흔치 않은 조합이다.
올해 2차례 더 금리인하 가능성에 무게
미국의 이번 금리인하는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금융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연준의 이번 금리인하로 한국과의 금리격차가 역대 최대인 2%p에서 다소 축소됐다. 이로 인해 한국은행의 추가적인 금리인하 부담이 덜어졌다. 한은은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할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한미 간 금리격차가 너무 커 외국자금의 유출을 우려해왔다.
하지만 한은은 미 관세정책으로 인한 경제성장률 전망이 여전히 불확실한데다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세가 금융안정을 해칠 것으로 우려되고 환율 변동성의 재확대 가능성도 있어 금리인하에 신중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
박현채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