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향하는 이 대통령, 관세 협상 ‘관리’…북과는 대화 ‘손짓’
이 대통령, 유엔총회 참석차 출국 … ‘3박5일’ 일정
세계 최대 다자외교 데뷔 … 안보리 공개 토의 주재
미중일과 공식회담 않는 쪽 … ‘비공개 환담’ 가능성
이재명 대통령은 22일 제 80회 유엔총회 참석차 22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번 방미 기간 동안 이 대통령은 교착 상태에 빠져 ‘지구전’ 양상으로 가고 있는 관세협상과 관련해선 전략적 입장을 취하되, 북한에 대해선 유화 모드를 취하며 대화 손짓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총회 참석의 하이라이트인 기조연설에선 민주 대한민국의 복귀를 알리는 동시에 한반도 평화 구상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이번 방미 기간 중 경제 측면에선 ‘세일즈’ 외교를, 외교 측면에선 전략적 입장을 펼 것으로 보인다.
미국 방문 첫 공식 일정은 일단 경제 일정으로 잡혔다. 이 대통령은 22일(이하 현지시간) 세계경제포럼(WEF) 의장 겸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회장인 래리 핑크와 회동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인공지능(AI)과 에너지 전환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동시에 미래 산업 투자처로선 한국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세일즈에 나서게 된다. 이어 미국 상·하원 의원단과 접견해 한미 관계 발전을 위한 의회 역할을 당부할 전망이다. 미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한국인 근로자 구금사태 당시 비자 문제와 관련한 입법 문제가 과제라는 점이 재확인된 바 있다.
23일에는 이번 방미 기간 중 하이라이트인 유엔총회 기조연설이 열린다. 7번째 순서로 기조연설을 하게 된 이 대통령은 민주 대한민국의 복귀를 알리는 동시에 한반도 평화 해법을 천명하며, AI와 에너지 전환 및 기후위기 대응 등 국제사회의 당면한 도전에 대해 한국이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밝히게 된다. 이를 통해 글로벌 책임 국가로서 위상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대통령실은 내다보고 있다.
24일에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의장으로서 공개 토의를 주재한다. AI와 국제평화안보를 주제로 한 이번 토의에서 이 대통령은 기술 발전이 평화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하고 국제적 협력 방안에 대해서도 제안할 예정이다.
25일에는 경제 일정 중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는 ‘대한민국 투자 서밋’을 개최한다. 글로벌 핵심 투자자들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물론이고 ‘코리아 프리미엄’을 적극 알리며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적극 요청할 예정이다.
당초 이번 방미 기간 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차 정상회담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관세협상이 교착 국면이라는 점에서 정상 간 만남은 준비되지 않고 있다. 실무진 협상 과정에서 제대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상들이 만날 경우 긍정적 효과를 주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났을 때 또 다른 요구나 돌발상황이 발생할 경우 양국간 협상이 오히려 더 어려운 국면으로 갈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유엔총회에선 양국 정상 간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며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회담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유엔총회 기조 연설 등을 통해 북한 관련해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는 큰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그동안 일관되게 밝혔던 비핵화 관련 3단계 접근법과 국제사회의 협력을 구하는 정도의 메시지와 함께 ‘이재명 독트린’ 수준의 다른 메시지가 나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