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 11기, 단계적<2036~2050년> 수소환원제철 전환

2025-09-23 13:00:01 게재

철강산업 탈탄소화 로드맵 본격화

2026~2030년 실증 기술개발 착수

2031~2035년 실증기반 스케일업

정부와 철강업계가 국내 철강산업의 탈탄소화를 실현하기 위해 대규모 전환 로드맵을 본격화한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철강업계에 따르면 2036년부터 2050년까지 국내 고로(용광로) 11기를 수소환원제철 공정으로 단계적 전환한다는 계획을 사실상 확정했다. 이를 위해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연산 30만톤 규모로 수소환원제철 실증 기술개발에 나선다. 이 사업은 6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 5년간 총 8146억원(국비 3088억원, 민간 5057억원) 투자할 계획이다.

실증 기술개발 과제는 △분광수소 유통환원공정 △수소환원철 용해 전기용융로 △수소환원철 전기로 사용 등이다. 파일럿 단계의 연구·개발(R&D)과 설비 구축을 포함해 초기공정 안정화에 초점을 맞춘다.

정부와 철강업계는 2030년까지 확보된 실증기술을 토대로 2031~2035년 스케일업(확대 적용)에 나선다. 연간 250만톤 규모로 추진해 상업화에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후 단계적 전환의 토대를 마련하기로 했다. 2036~2050년까지는 현재 국내에 있는 고로 11기(포스코 8기, 현대제철 3기)를 수소환원제철 15기로 단계별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철강산업의 탈탄소화는 국내 이산화탄소 최대 배출 산업인 철강부문에서 획기적 감축 없이는 국가 탄소중립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공감대에서 비롯됐다.

국내 철강산업은 2023년 약 1억1000만톤을 배출해 국가 전체 배출량의 17.5%를 차지했다. 전통적인 고로·전기로 철 생산공정은 철광석을 코크스(석탄)로 환원하는 과정에서 대량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이에 비해 수소환원제철은 석탄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해 물(H₂O)을 부산물로 배출하는 방식이다. 고로 공정보다 탄소 배출을 95% 이상 줄일 수 있는 핵심기술로 평가받는다.

전기로는 고로 방식대비 탄소배출량이 4분의 1 수준으로 작지만 원료인 철스크랩 수급에 애로가 있는데다, 고품질 제품생산에 한계가 있어 근본적인 대안이 되기 어렵다. 하지만 수소환원제철으로의 대전환을 위한 애로사항이 적지 않다. 우선 대규모 수소 공급망 구축과 가격 안정성이 관건이다. 현재 국내 그린수소 생산능력과 수입 인프라는 초기 단계이며, 국제가격 변동성도 크다. 2036년 이후 수소가격은 kg당 2000~2500원은 돼야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둘째 공정전환에 필요한 막대한 투자비용과 설비교체도 부담이다. 업계에서는 고로 1기를 수소환원제철로 바꾸는 설치비만 약 2조5000억원(250만톤급)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며, 설비 교체기간 동안 생산차질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셋째 기술 성숙도 역시 아직 상용화 단계에 미치지 못한다. 특히 고온 환원·연속 주조 등 핵심공정에서의 안정성과 품질 확보가 과제로 꼽힌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유럽의 선진 철강기업들도 실증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어, 공동연구와 표준화 협력이 필요하다”며 “수소환원제철은 단순한 공정개선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 변화를 요구하는 만큼 공급망, 전력·운송 인프라, 지역 일자리 대책까지 함께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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