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해운시장 ‘불황 그림자’ 점점 뚜렷
컨테이너해상운임 하락
해진공, 위기대응펀드 확대
세계 컨테이너해상운임이 코로나 발생 초기, 홍해사태 발생 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내려갔다. 코로나19나 홍해사태 같은 거대한 외부충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컨테이너정기선 서비스를 주력으로 하는 세계 주요 선사들이 4분기 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들도 현실화되는 흐름이다. (내일신문 9월 9일자 기사 ‘글로벌 선사들 4분기 적자 전망 나와’ 참조)
22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가 발표한 부산발 K-컨테이너해상운임종합지수(KCCI)는 일주일 전보다 6.8% 하락한 1785포인트를 기록했다. 11주 연속 하락 후 최근 한차례 반등했지만 지난주부터 하락세는 이어졌다. 상하이발 컨테이너해상운임(SCFI) 흐름과 같은 모습이다.
부산항을 출발하는 13개 주요 글로벌 항로 중 북미서안, 북미동안, 북유럽 등 9개 항로 운임이 내렸다. 오른 곳은 오세아니아와 남아프리카 두 곳이고, 중국과 일본 항로는 일주일 전과 같았다.
상하이해운거래소가 19일 발표한 SCFI는 일주일 전보다 14.3% 내린 1198.2포인트를 기록했다. 11주 연속 내림세를 이어오던 SCFI는 지난달 29일 한 차례 반등했지만 이후 2주 연속 내렸다.
상하이항을 출발하는 13개 주요 글로벌항로 중 미주서안 미주동안 유럽 등 9개 항로 운임이 내렸다. 동남아항로는 올랐고, 일본서안 일본동안 한국 항로는 일주일 전과 같았다.
SCFI가 1100포인트 구간에 나타난 것은 ‘코로나19’ 발생 초기였던 2020년 7월, 후티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상선을 공격한 ‘홍해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2023년 상반기다. 2020년 당시는 1000포인트 아래 저점에서 코로나 이후 세계 물류가 막히면서 상승하던 초기였고, 2023년은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 세계 물류가 정상화되면서 컨테이너선복량 공급 과잉으로 운임이 하락하던 때였다.
해운업계에서는 HMM의 손익분기점을 SCFI 기준 1100선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3분기는 연말 크리스마스와 연초 소비시장을 겨냥하고 미국시장으로 가는 물동량이 많은데 올해는 관세불확실성에 대한 대응, 중국산 선박에 대한 규제 등에 대응해 미국 수입업체들이 물동량을 미리 확보한 상태여서 3분기 물동량이 줄어든 상태”라며 “여기에 더해 전통적으로 비수기인 4분기도 앞두고 있어 HMM을 포함한 주요 선사들의 영업실적이 안 좋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해운 전문가들도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이구동성 입을 모으고 있다.
라스 얀센 베스푸치마리타임 대표는 23일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제13회 부산국제항만컨퍼런스(BPEX)에서 “컨테이너 해운산업은 과거처럼 일시적 충격에 대응하는 차원을 넘어, 불확실성이 상수가 된 시대에 들어섰다”며 “최근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시작된 보호무역주의 확산, 글로벌 연대 구도의 약화, 홍해사태와 같은 지정학적 갈등, 그리고 캄보디아 정세 불안은 단순한 물동량 변동을 넘어 무역 루트와 공급망 구조 자체의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업계는 단일한 전망이나 예측에 의존할 수 없으며, 복수의 시나리오별 대응 옵션을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진공은 운임이 하락한 저시황기에 대응해 ‘해운산업 위기대응펀드’를 최근 1조원에서 2조원 규모로 확대 개편했다. 해운산업 위기대응펀드는 해운 불황기 국적선사의 경영 안전판을 마련하고 글로벌 해운시장의 친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2023년 1조원 규모로 설립했다.
해진공은 “본격적으로 해운시황 악화와 불확실성이 예측되는 시점에서 국적선사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해 (펀드 개편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