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조희대 두고 3인3색<정청래·김병기·추미애>…“대통령의 시간 뺏을라”

2025-09-24 13:00:02 게재

청문회 강행에 “탄핵 마일리지” 압박, 공수처법 개정도

강경파, 지도부 패싱 논란에 강경 일변도 대응 지적도

더불어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의 조희대 대법원장 때리기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법제사법위 소속 의원들이 조 대법원장 청문회를 결정한 가운데 ‘불응시 탄핵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다. 여기에 공수처의 대법원장 등에 대한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공수처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강경 일변도 대응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지만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통령도 갈아치우는 마당에 대법원장이 뭐라고”라며 강경파의 공세에 힘을 실었다. 강경파가 주도하는 공세가 정기국회 내내 이어질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4년 전 국민의힘 대법원장 사퇴 요구 시위 영상보는 민주당 지도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들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4년 전 국민의힘 의원들이 당시 김명수 대법원장 사퇴를 촉구하며 대법원 앞에서 벌인 시위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정청래 대표는 24일 “‘조희대 청문회’는 누구나 다 의심하듯이 대선을 코앞에 두고 대선 후보를 바꿔치기 할 수 있다는 오만과 자만이 부른 자업자득”이라며 “조희대 대법원장 등 청문회 증인들은 국회 출석에, 입법부의 권한 행사에 협조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정 대표는 이날 민주당 최고위 회의에서 “제가 법사위원장(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었던 5월 7일 조희대 대법원장 등 사법부의 대선 개입 의혹 진상규명 청문회 실시 계획서를 채택했고, 5월 14일 오전 10시 청문회가 실시된 바 있다”며 “당시 조희대 등 주요 증인들이 불출석했기 때문에 다시 조희대 청문회를 여는 것이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고 했다.

정 대표는 국민의힘의 ‘삼권분립 훼손’이라는 주장에 대해 “헌법 유린 삼권분립 사망의 장본인들인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은 모두 국민의힘, 귀당 쪽이 배출한 대통령들 아닌가”라며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얻다 대고 삼권분립 사망 운운하나”라고 했다.

정 대표는 이어 “추미애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법사위원들께서는 열심히 해 주시기 바란다”며 “진짜 삼권분립을 망가뜨린 사람은 삼권분립 최후의 보루여야 할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들은 헌법 유린 삼권분립 훼손, 부정비리, 국정농단, 내란 사태 등 불의한 대통령들을 다 쫓아냈다”며 “대법원장이 뭐라고 이렇게 호들갑인가”라고 했다.

정 대표의 이같은 언급은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원내 지도부와 사전 상의 없이 조 대법원장 청문회를 30일 열기로 한 것에 대한 논란 속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을 샀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22일 조희대 청문회를 결정한데 이어 23일엔 청문회 불응시 탄핵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압박을 이어갔다.

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23일 BBS 라디오에서 현안 청문회 개최가 삼권분립 위반이라는 주장에 대해 “국회법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회법에 특정 사안에 질문하기 위해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중앙선거관리위원장, 감사원장을 부를 수 있다”라며 “명시적으로 돼 있기 때문에 마치 큰 잘못이거나 삼권분립 위반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성윤 의원도 SBS 라디오에서 조 대법원장의 청문회 불출석 가능성에 대해 “대법원장도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면 탄핵을 해야 할 것”이라며 “국민 여론이 비등하면, 어느 정도 임계점에 이르면 폭발하는 것이고 그러면 우리 정치인들은 국민의 요구에 따라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기표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조 대법원장 탄핵 가능성을 묻자 “기본적으로 조 대법원장이 사퇴해야 한다”며 “사퇴하지 않는다면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수단은 당연히 탄핵이고, 탄핵은 어떤 자료가 구비돼야겠다. 그 부분에 대해 저희가 고민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조희대·한덕수 회동’ 의혹을 당사자들이 공식 부인한 뒤 민주당 의원들이 후속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신중론’을 펴던 것과는 다른 방식이다. 의원 개개인의 단독플레이 성격이라고 해명하던 상황에서 법사위의 기습적 결정이 나온 것에 적잖히 당황한 눈치다. 문금주 원내대변인은 23일 원내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원내지도부와) 사전에 상의는 안 됐고 법사위 의결이 된 것으로 사후 통보 받았다”고 말했다.

당 안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유엔총회에 참석해 대북 메시지를 내고, 검찰청 해체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등이 현안인 상황에서 이슈관리가 안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통령과 새 정부 변화에 쏠려야 할 관심을 가로막는 결과라는 것이다. 민주당이 계획대로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등을 처리한다면 이르면 9월 30일 국무회의에서 새 정부조직에 대한 의결이 이뤄질 수 있다. 이재명정부에서 새롭게 드러나는 정부조직에 쏠려야 할 관심이 같은 날 대법원장 청문회가 열리게 돼 주목도가 낮아질 수 있다.

물론 당 지도부가 법사위의 잇단 강공을 적극적으로 제어하는 것은 아니다. 지도부와 사전 조율없이 결정된 사안이라고 해도 청문회 개최는 막을 수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권향엽 민주당 대변인은 23일 “법사위가 청문회를 하기로 했기 때문에 추진은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정 대표가 사실상 강경파 의원들의 입장을 엄호하고 나선 것도 논란을 서둘러 정리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당원과 지지층의 여론이 강공에 맞춰져 있는 만큼 정기국회 내내 몰아치기 공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김용민 의원은 지난 22일 공수처법상 수사 대상인 17개 고위공직자 중 대법원장과 대법관, 검찰총장, 판사와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등에 대해서는 ‘모든 범죄’를 수사할 수 있도록 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은 이들의 직무 관련 범죄(뇌물수수, 직권남용 등)나 형법, 정치자금법 등 위반으로 공수처 수사 범위가 한정돼 있다. 야권에선 민주당이 추진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이 사실상 조희대 대법원장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한다. 나경원 의원은 “공수처법 개정안은 ‘새로운 검찰청’을 만드는 것과 같다”며 “기존 검찰청을 폐지하고 ‘민주당 수사기구’로서의 검찰청을 공수처를 통해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명환 박준규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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