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김린우 경희대 미래정보디스플레이학부

2025-09-24 13:14:39 게재

재미 좇다 발견한 LED 공학의 매력 알려줬죠

린우씨는 스스로를 ‘욕심쟁이’라고 말한다. 입시를 준비하면서도 재미를 포기하지 못한 고교 시절을 나타낸 표현이다. 수업에서 흥미로운 개념을 발견하면 진로와 관련이 없어도 탐구하고, 학교 활동은 가리지 않고 참여했다. 덕분에 장애물 인식 자동차를 만드는 교내 활동에서 전자전기공학이라는 꿈도 찾았다.

김린우 | 경희대 미래정보디스플레이학부 (서울 선일여고)

김린우 | 경희대 미래정보디스플레이학부 (서울 선일여고)

사진 배지은

LED로 시작된 전자 부품 탐구

고교 시절 린우씨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였다. 영문으로 문학 작품을 접한 것 자체가 신기해 <영어Ⅱ>에서 만난 <변신>을 감상하는 데 오랜 시간 공들이기도 했다. 까다로울수록 흥미가 커져 난도가 높아진 수학과 과학에도 몰두했다. 그런데 고2,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지망 전공을 결정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 막연하게 생명과학과를 희망했는데, 막상 수업을 들어보니 생명과학보다 화학과 물리학이 훨씬 잘 맞아 혼란스러웠다고. 이때 재밌어 보여 신청한 공학 제작 프로그램이 길을 열어줬다.

“장애물 인식 자동차를 만들면서 각종 센서를 활용해 LED를 제어하고 프로그램 오류를 해결하는 과정이 정말 보람차더라고요. 자연 현상보다 실제 생활에 활용되는 기술을 파고드는 게 적성에 맞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후 전자전기공학에 관심이 생겨 <반도체물성과 소자> 등 전공책을 살펴봤고, 좋아하는 화학과 물리학 지식을 다룬다는 점에서 대학에서 배워보겠다고 마음먹었죠.”

새로운 목표가 생기자 다시 재미있는 요소들이 눈에 띄었다. 반도체와 전자 부품에 대한 다양한 호기심이 생긴 것. 특히 LED가 흥미로웠다. LED가 반도체이자 <물리학Ⅰ>에서 접한 ‘p-n 접합 다이오드’의 일종임을 알고, 발광 원리가 궁금해 를 읽으며 종류에 따른 전류와 전압의 차이를 확인했다. 또 <물리학Ⅱ>에서 축전기가 연결 방식에 따라 합성되는 전기 용량이 달라진다는 내용을 배운 후, 집에 굴러다니던 부품들이 떠올랐다.

“워낙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다 보니 집에 축전기와 LED가 있었어요. LED가 몇 초 동안 빛나는지 확인하면 축전기에서 합성된 전기 용량을 측정할 수 있을 것 같아 실험을 설계했죠. 저항의 종류와 LED의 종류를 바꿔가면서 최적의 결과를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제 손으로 진행한 실험이라 그 내용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요.”

직접 만들며 터득한 공학 기술

수업 외 활동에서도 호기심을 해결하려는 린우씨의 행보는 이어졌다. 자연스럽게 학교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빠지지 않고 참여했다. 특히 흥미가 있던 과학 분야에서는 1학년 때 접한 프로그램에서 얻은 아이디어 하나를 3년간 자발적으로 탐구하며 발전시켰다.

“두뇌 신호로 기계를 움직이는 BMI 기술을 배우면서 전자 의수를 처음 사용한 환자의 영상을 봤어요. 기쁨에 겨워 우는 환자와 연구자를 보고 저도 같이 엉엉 울었죠. (웃음) 저 기기를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뇌공학을 공부했어요. 2학년 때 새롭게 배운 아두이노를 활용해 기계를 구상하고, 1년 뒤엔 실제 로봇팔 제어장치 제작에 도전했죠. 뇌파 센서는 학생이 구하기엔 너무 비싸서, 공학 제작 프로그램에서 배운 저항 제어를 활용해 로봇팔의 움직임을 구현했어요.”

이 경험은 고3 동아리에서 헬스케어 웨어러블 기기를 구현하는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공학일반>에서 배운 웨어러블 기기의 종류를 정리하고, 함께 심전도·근전도 센서의 기본 구조를 익혔다. 한데 장치 설계로 들어가면서부터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어렵게 센서를 구했는데 아무리 논문을 찾아도 사용법을 알 수 없었어요. 다행히 팀원 중 한 사람이 유튜브에서 인도인이 올린 영상을 발견해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공부했죠. 나중에는 센서의 접합에도 문제가 있어 직접 납땜을 해서 고쳤어요. 좌충우돌 끝에 센서의 측정 결과를 모니터에 띄워서 결과 값을 분석하는 데 성공하니 뿌듯하더라고요. 친구들이 없었더라면 이 모든 시련을 극복하기 어려웠을 거예요. 함께 했기에 전부 추억이 됐어요.

개념 심화 탐구로 수학 실력 상승

다채로운 활동을 했지만, 학습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오히려 탐구와 학습을 함께 해 효율을 높였다. 수학이 대표적이다. 수학을 좋아했던 린우씨는 매년 개념을 하나씩 정해 탐구하는 식으로 깊이를 더했다. 그중에서도 고3 <미적분> 시간에 르베그 적분을 탐구한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 함수를 적분하려면 대학에서 배우는 개념을 사용해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씀이 호기심을 자극했어요. 고등학교에서 배우지 않는 르베그 적분을 따로 공부해서 유리점에서 1, 무리수에서 0이 나오는 디리클레 함수를 적분했죠. 이 과정에서 유리수와 무리수의 개념과 집합론 등 흥미로운 개념을 추가로 조사했어요. <미적분>이 어렵다는 이야기에 걱정이 많았는데 오히려 즐겁게 공부할 수 있었어요.”

린우씨는 전자기기와 미래 기술에 대한 폭넓은 관심을 바탕으로 경희대 미래정보디스플레이학부·응용물리학과, 동국대 시스템반도체학부. 서울시립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연세대 지능형반도체전공 등 다양한 학과에 지원, 경희대 미래정보디스플레이학부에 진학했다. 면접이 있는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합격했는데, 아무래도 여러 분야를 탐구한 만큼 활동의 계기와 과정을 설명할 수 있는 면접에서 장점이 잘 드러난 것 같다고 자평했다.

대학생이 된 후에도 고교 시절이 그리울 정도로 후회가 없다는 린우씨. 후배들도 자기처럼 즐거운 학창 시절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입시를 준비하다 보면 불안감이 커져요. 일이 생각한 대로 되지 않아 대학에 불합격할까 봐 노심초사하죠. 너무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해야 할 일에 충실했으면 좋겠어요. 관심 있는 분야를 깊이 있게 탐구하고 자기 공부를 열심히 하다 보면, 결과는 자연스레 따라올 거예요.”

취재 송지연 기자 nano37@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