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한가위 보름달과 디왈리 등불, 한국과 인도를 잇는 명절
이제 얼마 후면 우리 민족의 최대 전통 명절인 한가위다. 그러면 힌두교의 나라 인도에서는 어떤 명절이 있을까?
인도를 알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힌두교(Hinduism)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힌두교는 세계 4대 종교 중 하나로 꼽히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여느 종교의 모습과는 다르다. 기독교의 예수, 불교의 석가모니, 이슬람의 무함마드와 같이 특정한 창시자나 메시아가 존재하지 않으며 일관된 교리를 규정하는 단일 경전도 없다.
대신 힌두교는 수천년에 걸쳐 인도 아대륙에서 전래되고 변화하며 살아남은 신앙 철학 풍습 관습이 대집성된 것이다. 그래서 학자들조차 힌두교를 ‘종교라기보다 하나의 문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힌두교의 특징은 다양성과 포용성이다. 힌두교에는 수없이 많은 신이 존재한다. 창조와 파괴의 신 시바(Shiva), 세계 질서를 유지하는 비슈누(Vishnu), 창조자이자 만물의 근원인 브라흐마(Brahma), 지혜와 재산의 신 가네샤(Ganesha)를 비롯해 지역 공동체와 가정에서 모시는 수많은 신들이 있다. 신들은 단순히 추상적 존재가 아니라 인도인의 일상 속에 살아 있는 실체로 다가온다.
또 힌두교는 예배와 의례에만 국한되지 않고 음식 옷차림 혼례 장례 등 삶의 전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의 유교 전통이 제사와 가문의 윤리를 넘어 사회 질서 전반을 규율했던 것과 유사하다.
‘빛’과 ‘풍요’를 상징하는 두 나라의 명절
다가오는 가을은 인도 사회에서 힌두교 축제가 절정을 이루는 시기이다. 나브라트리(Navratri) 두르가 푸자(Durga Puja) 그리고 10월 말이나 11월 초에 열리는 디왈리(Diwali)가 그것이다. 이 중에서도 디왈리는 인도를 대표하는 최대 명절로 ‘빛의 축제’라 불린다. 인도 전역의 가정과 거리가 등불로 장식되고 밤하늘은 폭죽으로 수 놓인다. 사람들은 집안을 청소하고 새 옷을 마련하며 친지와 이웃에게 선물을 나눈다. 집집마다 전통 과자가 오가고 신들에게 제사를 올린 뒤 가족과 함께 모여 풍요와 번영을 기원한다.
흥미로운 것은 디왈리가 계절의 전환을 상징한다는 점이다. 디왈리는 우기가 끝나고 건기의 시작을 알린다. 이는 농경사회에서 추수와 직결되었고 어둠을 몰아내고 빛과 번영을 맞이한다는 의미를 지녔다. 한국의 한가위가 한 해 농사의 결실을 함께 나누고 조상께 감사하는 명절이라면 디왈리는 악을 물리치고 새로운 시작을 기원하는 축제라 할 수 있다.
비록 의례의 형태는 다르지만 두 축제 모두 공동체가 모여 감사와 나눔을 실천한다는 점에서 깊은 공통점을 지닌다. 한국인이 추석을 통해 가족과 이웃의 정을 되새기듯 인도인은 디왈리를 통해 공동체의 유대를 확인한다.
양국의 명절은 또 하나의 공통점을 보여준다. 바로 ‘빛’과 ‘풍요’라는 상징이다. 한가위에는 밝은 보름달이 하늘을 가득 채운다. 달빛은 풍년과 다산을 기원하는 상징이며 세대를 이어온 민족적 정체성의 표징이기도 하다. 인도인들은 디왈리 축제에서 등불과 폭죽으로 어둠을 밝힌다. 인간의 의지로 세상을 밝히는 행위는 곧 악을 물리치고 선을 드높이는 상징적 실천이다. 한가위의 달빛과 디왈리의 등불은 모두 인간의 삶을 비추는 빛이자 내일을 향한 희망의 불씨이다.
한국과 인도는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농경을 기반으로 한 전통사회가 지닌 삶의 리듬과 공동체적 가치에서 놀라운 문화적 공통성을 보여준다. 조상숭배, 가족중심의 질서, 계절의 변화에 따라 삶을 규율하는 의례 등이 그렇다. 이러한 유사성은 양국 국민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초가 된다.
인도 심장부 보려면 힌두교 축제를 보라
오늘날 한-인도 관계는 경제와 기술, 안보협력 등 다층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의 문화와 삶을 이해하는 일이다. 인도의 다채로운 종교와 축제를 이해하는 것은 곧 인도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출발점이다.
한국의 한가위와 인도의 디왈리를 비교해 보면 두 문화는 ‘빛과 풍요를 나누는 공동체적 명절’이라는 공통된 정서를 공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양국 국민이 서로를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공감의 기반이 된다.
다가오는 한가위와 디왈리의 계절에 한국과 인도의 국민들이 각자의 전통 속에서 빛과 풍요를 기리고 공동체의 가치를 나누며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힌두교의 축제를 이해하는 것은 단순히 종교적 관습을 아는 차원을 넘어 인도의 심장부를 들여다보는 일이다. 그것은 곧 한국과 인도가 마음으로 이어지는 또 하나의 다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