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급등에 미 석유업계 95조원 수익

2026-03-16 13:00:46 게재

이란 전쟁 따른 물가상승에 다수는 부담 … 소수 에너지 기업만 이익 확대

캘리포니아주 맥키트릭 인근 벨리지 유전에서 펌프잭이 가동 중이다. AFP=연합뉴스
이란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미국 석유업체들이 올해 600억달러(약 90조원)가 넘는 추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쟁 충격이 세계 경제에는 물가 상승과 에너지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는 반면 일부 에너지 기업에는 큰 이익이 돌아가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현지시간) 투자은행 제프리스 분석을 인용해 유가 상승이 이어질 경우 미국 석유기업들이 올해 600억달러 이상 추가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에너지 시장 분석회사 리스타드에너지에 따르면 미국 유가가 올해 평균 배럴당 100달러 수준을 유지할 경우 미국 생산업체들은 석유 생산만으로 약 634억달러(약 95조1000억원)의 추가 수익을 얻을 전망이다.

이란 전쟁이 시작된 2월 28일 이후 국제 유가는 약 47% 상승했다. 제프리스는 이 영향으로 미국 석유업체들이 한달 동안에만 약 50억달러(약 7조5000억원)의 추가 현금흐름을 확보할 것으로 추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 같은 상황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미국은 세계 최대 산유국이다. 그래서 유가가 오르면 우리는 많은 돈을 번다”고 말했다.

이번 유가 상승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것은 미국 셰일업체들이다. 미국 생산업체들은 중동에서의 생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 공급 차질의 직접적인 피해는 적고, 유가 상승에 따른 수익 증가 효과는 그대로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글로벌 대형 석유기업들의 상황은 더 복잡하다. 미국 석유기업 엑슨모빌과 셰브론, 영국 석유기업 BP와 쉘, 프랑스 석유기업 토탈에너지스 등은 중동 지역에 대규모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영향을 직접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생산시설은 이미 가동이 중단됐다. 카타르 라스라판 액화천연가스(LNG) 시설에서 생산 차질이 발생하자 쉘은 일부 LNG 화물에 대해 불가항력(포스마주르)을 선언하기도 했다.

세계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것도 시장 충격을 키우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평소 이 해협을 통과하는 하루 약 2000만배럴의 원유 가운데 약 1800만배럴이 현재 막혀 있는 상태다.

전쟁 장기화 가능성도 거론된다. 투자은행 RBC캐피털마켓은 분쟁이 늦은 봄까지 이어질 수 있으며 이 경우 브렌트유 가격이 몇 주 안에 배럴당 128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업계 내부에서는 이번 상황을 단순한 호재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영국 에너지기업 오메가오일앤가스의 회장 마틴 휴스턴은 “이 상황에는 승자가 없다. 국제 석유기업들도 유가가 일시적으로 오르는 위기보다 2주 전의 정상 상태를 더 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유가 상승은 에너지 기업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경제 주체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원유 가격 상승은 휘발유와 디젤 가격을 끌어올리고 이는 운송비와 생산비 상승으로 이어져 물가 전반을 자극한다.

특히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아시아와 유럽 등 주요 수입국에서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소비자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결국 이번 전쟁이 만든 경제 구조는 뚜렷하다.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세계 경제와 소비자 다수는 비용 부담을 떠안는 반면, 일부 석유 생산 기업은 수익이 크게 늘어나는 구조다. 전쟁이 만든 에너지 충격이 세계 경제에는 인플레이션을, 석유 생산 기업에는 이익 확대를 동시에 가져오는 역설적인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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