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희망고문으로 끝난 대구경북 행정통합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2019년 말 이후 세번째 추진됐으나 결국 희망고문으로 끝날 전망이다. 마지막 불씨가 남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정치권은 이미 6.3지방선거 체제에 돌입했다. 2020년에는 공론화 부족 등에 따른 잠정중단, 2024년에는 시도간 의견대립으로 무산됐다가 올 1월 이재명정부발로 다시 추진된 세번째 도전도 사실상 물거품이 된 셈이다.
이재명정부가 지난 1월 광역행정통합 지자체에 4년간 20조원을 지원하고 2차 공공기관 이전 시 우선 배치한다는 안을 내놓자 대구시와 경북도는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행정통합안을 다시 탁상에 올렸다. 2019년부터 줄곧 통합추진 전면에 앞장섰던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이번에도 총대를 멨고 대구시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김정기 행정부시장도 맞장구를 치며 호응했다.
이 지사 입장에서는 6.3지방선거를 두고 손해볼 게 없는 선택이었다. 통합이 되면 일등공신은 자기 몫이었다. 나아가 대구시까지 포함한 통합단체장이 될 수 있었다. 설사 안되더라도 정부여당이 TK를 홀대한다며 정치적 공세를 펼치면 선거에는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또 국민의힘 일부 국회의원과 경북 북부권 주민 반발 때문에 무산됐다고 둘러대면 그만이다.
김 권한대행도 통합재추진에 편승할 만 했다. 행정안전부 공무원인 그는 이재명정부의 정책에 앞장선 공을 내세워 더 높은 공직자리를 노려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또 통합이 무산돼도 선출직 공무원이 아니어서 정치적 책임을 질 일도 없었다.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으니 이에 따른 정치적 책임과 후폭풍을 맞을 일도 없다. 그래서인지 그는 이 지사보다 더 적극적이었다. 통합재추진 며칠 전 “6.3지방선거 이후 과제로 넘겨야한다”고 했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25명 전원이 국민의힘 소속인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다. 광주전남통합법 통과에 빗대 지역감정을 부추기며 이재명정부와 민주당 탓만 해도 정치적 이득이라고 계산했을 수 있다. TK행정통합이 아직 여지가 남았다고 하면서도 이미 5명의 현역의원이 대구시장선거에 도전했고 또 1명은 경북도지사 선거에 출마를 선언했다. 통합무산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정치인들은 서로 책임공방을 벌이며 제 살길 찾기에 나선 꼴이다.
결국 지난 2019년부터 7년여동안 희망고문만 당한 대구경북 500만 시도민들만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그러나 시도민들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6.3지방선거에서 “그래도 우리가 남이가”라며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6.3지방선거는 예외일 것이라는 전망은 애초 성립되지 않은 곳이 TK인 것 같다. 그래도 민심의 결과는 궁금하다. ‘역시나’ 일지 ‘혹시나’ 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