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통합돌봄지원서비스에서 작업치료사의 역할
고령화로 인해 복합 만성질환자와 신체기능 제한을 가진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의료비와 돌봄 부담 심화, 일부 지역에서 인구소멸이라는 구조적 문제까지 나타나고 있다. 실제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치매노인의 가족 중 약 45.8%가 돌봄에 대한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2024년 기준 1인 가구 비율은 전체 인구의 36.1%로, 2000년 이후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가족 내 돌봄 기능이 구조적으로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통합돌봄에 대한 기대가 높다. 통합돌봄은 대상자가 익숙한 생활환경에서 거주하면서 개인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받고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 보건의료 요양 돌봄 독립생활 지원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도농 복합지역의 한 작은 도시에 홀로 거주하고 있는 김 어르신은 뇌졸중 후유증으로 인한 편마비 진단을 받고 요양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은 후 자택으로 퇴원했다. 이후 매주 수요일 오후 방문 작업치료사와 함께 개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팔과 다리 기능 회복을 위한 소도구 활용 운동, 삼킴 기능 강화를 위한 호흡 및 구강 운동, 주방에서의 식사 준비 훈련, 화장실 이용 훈련 등으로 구성돼 있다.
고령화로 신체기능 제한 인구 급증
특히 화장실 이동 시에 불안전한 걸음걸이로 인해 낙상 위험이 있어 안전 교육과 함께 집안 환경 개선이 병행됐다. 문턱 제거, 미끄럼 방지 매트 설치, 목욕 의자 및 화장실 안전 손잡이 등 보조기기 설치도 작업치료사의 도움으로 이뤄졌다. 앞으로 김 어르신이 동네 노인복지관과 주간보호센터를 방문할 수 있도록 한 손으로 발목 보조기를 착용하고 지팡이를 사용 안전하게 외출할 수 있도록 외부 활동 훈련도 계획돼 있다.
이 통합돌봄 시범사업에서 작업치료사는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과 협력해 대상자의 일상생활 동작을 평가하고 대상자의 신체적·정신적 능력에 맞춰 가정과 지역사회 환경에서 가능한 한 독립적이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를 위해 생활기능 훈련, 주거 환경 개조, 보조기기 사용 교육 등을 실시한다. 정기 방문을 통해 대상자 안부와 건강생활 실천을 확인하고 기능저하나 질병을 예방하며 사회적 고립을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하게 하도록 하는 역할까지 확대한다.
이러한 지역기반 통합돌봄지원사업에서 진행되는 작업치료는 병원에서 중증재활 치료와는 다소 성격이 다르다. 단순히 인지기능이나 신체기능 향상에 그치지 않고 퇴원 후 다음 재활 단계로의 이행을 위해 지역사회에서 실제적인 일상생활 복귀와 자립을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둔다.
대상자가 지역사회와 다시 연결되고 재입원을 예방하며, 자신이 사는 곳에서 지속적인 재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역사회에서 작업치료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 특히 지방이나 농어촌 지역에서는 치료를 넘어 일상생활 전반을 지원하는 작업치료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활성화 수준이 매우 부족한 현실이다.
재활-일상 복귀 및 자립 지원 부족한 현실
내년 3월 전국에서 시행될 통합돌봄 시범사업에서는 수요자의 상태와 욕구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밀착형 지원체계가 요구된다. 통합돌봄 서비스 체계 안에서 작업치료가 핵심적인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지역사회 기반의 지속 가능한 돌봄 향상을 위한 서비스의 중심에 작업치료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