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이철우 경북지사
“경주 에이펙 정상회의, 평화·번영 시대를 여는 전환점”
최초 통일국가 세운 경주, 세계 10대 관광도시 도약
‘화랑·선비·호국·새마을’ 경북 4대 정신으로 성공 자신
이철우(사진) 경북지사는 성공한 인생을 살았다. 30여년간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경북도 정무부지사, 3선 국회의원, 경북지사 등 공직자로 승승장구했다. 나머지 인생은 ‘손금대로 산다’고 했던 그는 내년 6월 민선 8기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그랬던 그에게 지난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선포 이후 어려움이 닥쳤다. 대선에 출마했지만 좌절했고, 올해 3월 발생한 초대형 산불로 경북 북동부 지역 5개 시·군이 잿더미가 되는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급기야 지난 5월에는 암진단을 받아 쓰러졌다.
다시 일어난 그에게 당면한 과제는 APEC 정상회의 성공개최다. 과거처럼 현장을 다니지는 못하지만, 올해 9월부터 정상근무하면서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준비 현장을 챙긴다.
APEC 정상회의는 국가적으로 신라 문무왕이 676년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지 1300여년 만에 지역에서 열리는 가장 큰 행사다. 이철우 지사는 “APEC 정상회의는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여는 전환점”이라며 "반드시 성공적으로 개최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이어 “경북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중심이라는 자부심이 있는 땅”이라며 “화랑·선비·호국·새마을이라는 경북의 4대 정신은 최초의 통일국가를 세우고, 나라를 지키고 잘살게 한 정신”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경주 APEC 정상회의의 의미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4강의 정상들이 모두 참석할 수 있다면 정말 대단한 일들이 일어날 것이다. 특히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참석이 아주 중요하다. 트럼프 2기 미국 정부가 러시아, 우크라이나, 중동 전쟁 등에 집중하느라 동아시아에는 상대적으로 신경을 쓰지 못했다. 따라서 미국 입장에서도 이번 APEC은 동아시아 문제 해결을 위한 전략적 전환점이다.
경주 APEC에서 각국 정상들이 모두 참석하고 적극적으로 만난다면 한반도를 비롯한 21세기 신냉전 시대를 끝내는 평화와 번영의 상징적 회의가 되고 한반도 평화 기반 조성을 위한 국제공조의 장이 되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한류의 세계화다. 그동안의 한류는 K-POP과 영화·드라마 등 미디어산업이 주류였지만 최근에는 한국 문화가 형성된 뿌리와 원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경주는 바로 그런 것들을 보여줄 수 있는 완벽한 무대다.
●트럼프-김정은 회담이 경주 APEC 현장에서 실현될 가능성은.
APEC 유치에 나설 때부터 이 무대를 한반도 문제를 푸는 ‘빅딜’의 현장으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이야기했다. 트럼프를 한국에 오게 만들고 그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초청한다면 역사적인 성과가 경주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마침 트럼프는 피스 메이커(Peace-Maker)가 되고 싶어 하니 경주에서 양자회담이나 6자회담이 열릴 수 있다면 이 무대에서 노벨평화상 수상자들이 탄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APEC 정상들의 만찬장이 최근 갑자기 바뀌었다. 차질은 없나.
최근에 APEC 만찬장이 경주박물관에서 호텔로 변경된 일은 정말 아쉬운 대목이다. 경주스러움을 보여주기 위해 지난해부터 전 행정력을 동원해 박물관 옆 행사장을 조성했는데 갑작스러운 변경돼 경주 시민들의 실망감이 큰 상황이다.
늘 그래 왔듯이 플랜B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26일 국립경주박물관 행사장을 미·중 정상회담 장소로 사용해달라고 정부와 국회에 건의했다. 만약에 성사된다면 신라 유물뿐 아니라 당·서역의 교류 유물까지 전시돼 있어 역사적 상징성과 평화의 메시지를 담을수 있을 것으로 본다.
●경북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기 위해 특별히 준비하는 게 있나.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불리는 신라 천년의 수도 경주는 불국사, 석굴암 등 탁월한 문화유적들이 산재해 있다. 최근에는 대릉원과 붙어있는 황리단길에 청년들이 북적이면서 현대적 문화도 꽃피고 있어 각국의 정상과 대표단, 기자단 등이 한류 문화를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다.
한류 문화의 뿌리를 선보이기 위해 K-POP 페스타, 보문 멀티미디어 아트쇼, 월정교 한복 패션쇼 등 첨단 기술과 문화자원을 결합한 3대 빅이벤트가 준비되어 있다.
●‘세일즈 경북’은 어떻게 준비되고 있나.
이번 APEC에는 글로벌 기업 CEO 등이 대거 참석하는데 결국 ‘지구촌 CEO 정상회의’가 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 경제의 저력을 보여주고 새로운 기회를 열 수 있는 대형 쇼케이스다.
일단 경북을 세일즈한다는 측면에서 우리나라 기업이 글로벌 CEO들과 만나 세계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경주엑스포대공원 광장에 지상 1층, 연면적 2700㎡ 규모의 경제전시장이 조성된다. 대한민국산업역사관, 첨단미래산업관, 기업관, 5韓하우스 등으로 구성된다. 우리나라 산업의 과거·현재·미래를 아우르며 경제 산업 발전의 DNA를 공유하는 공간이다.
또한 국내 기업 첨단기술 쇼케이스를 통해 글로벌 기업과 교류한다. 이차전지·철강·에너지, 반도체·방산, 금속·자동차·조선, 화장품·바이오, 웹툰·드라마·캐릭터 등 경북이 자랑하는 기업의 부스를 마련해 글로벌 기업과 경제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할 계획이다.
●정부에 특별히 요청하는 사항은.
APEC 정상회의는 국가 행사이지만 이번에는 다른 국가 행사와 달리 경북과 경주의 역할이 컸다.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때문에 국가 차원의 준비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경북은 중앙정부의 지원을 기다리지 않고 자체 예산에서 예비비를 긴급 투입해 기반공사 설계를 진행했다.
현재 새정부 출범과 함께 중앙부처, 국회 APEC 특위, 대한상공회의소 등과의 협력이 강화되면서 APEC 성공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남은 기간 정부, 국회, 지방, 기업이 원팀으로 움직여 모두가 참여하는 화합과 통합의 APEC으로 만들겠다.
●포스트 APEC 준비는.
정상회의 개최 효과를 계속해서 확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APEC이 경주와 경북, 대한민국의 매력을 알리는 기회라면, 행사 이후에는 그 감동을 전 세계에 적극적으로 전파해야 한다.
경북은 APEC이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도록 기념공원과 기념관 건립 등 하드웨어적 유산을 남기고 경제적 가능성과 문화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세계에 알릴 소프트웨어적 포스트 APEC 사업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개최되는 경주포럼은 세계평화의 메시지가 담길 것으로 예상되는 ‘경주선언’의 정신을 계승하며 전 세계와 함께 문화의 중요성을 알리는 글로벌 포럼으로 발전시키겠다.
경주는 물론 대구·경북의 도시 브랜드 상승과 대한민국 한류 문화 전파까지 APEC 정상회의 개최의 장기적 효과를 내부적, 외부적으로 확산시켜 지방이 발전하고 대한민국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