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실천인데 지지율은 하락…여당 ‘사법부 압박’ 딜레마

2025-10-01 13:00:03 게재

민주당, 조희대·지귀연 향한 공세, 국정감사로 이어가

회동설·술집접대 등 추가 증거 제시 못해 의혹 공세만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 “입법 만능주의 벗어나길 간청”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국회 법사위가 10월 13일 대법원 국정감사에 이어 15일 대법원 현장국감을 진행하기로 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지귀연 부장판사 등은 국정감사 일반증인으로 채택했다.

대법원 현장검증 실시건 여당 주도 법사위 통과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위원장이 대법원에 대한 현장검증 실시계획서 채택의 건을 의결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9월 30일 열려던 ‘조희대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가 불발되자 이를 국정감사로 이어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조 대법원장의 회동설·지귀연 접대의혹 등에 대한 구체적 추가 증거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민주당은 기존의 강공 기조를 이어간다는 뜻이다. 사법개혁의 방향을 놓고 ‘성과’에 초점을 맞춘 대통령실과 선명한 개혁을 앞세운 여당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0월 13일 국회에서 열리는 대법원 국정감사에 이어 15일 대법원에서 현장국감을 진행하기로 했다. 법사위는 또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지귀연 부장판사 등을 대법원에 대한 국정감사 일반 증인으로 채택했다.

법사위는 당초 이날 ‘조희대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하려고 했으나 조 대법원장이 출석하지 않으면서 불발됐다. 민주당이 주도로 대선 개인 의혹 청문회 증인·참고인을 오는 13일 대법원 국감의 증인·참고인으로 결정한 배경이다. 통상 법원행정처장을 상대로 진행하던 대법원 국감을 청문회 성격으로 진행하겠다는 의도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해 온 민주당의 공세가 국정감사로 이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또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에 대한 ‘유흥업소 접대 의혹’을 거듭 제기하며 강력한 수사를 촉구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30일 “지 판사가 내란 동조 혐의와 비리 의혹을 덮기 위해 수시로 휴대전화를 교체한 것 아니냐는 정황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지 판사는 윤 전 대통령이 구속취소를 청구한 2월 4일 6년간 사용하던 삼성 갤럭시 휴대전화를 최신형 모델로 교체했고, 5월 14일 유흥업소 접대 의혹이 제기되자 다시 샤오미 휴대전화로 교체한 뒤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지 부장판사가 유흥업소 접대를 받은 게 아니라 지인들과 가벼운 술자리를 가졌다는 취지의 대법원 감사 결과도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정의찬 민주당 원내대표실 정무실장은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5월 지귀연 판사 룸살롱 접대 의혹을 제보받아 민주당에 처음 알린 당사자”라고 말했다.

정 정무실장은 이어 “대법원 발표는 제보자로부터 받은 내용과 명백히 배치된다”며 “제보자는 지난 수년간 본인이 직접 20여 차례 룸살롱 접대를 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 실장은 “제보자는 지귀연이 비용을 지불한 것이 아니라 제보자가 비용을 지불했고, 이는 수백만원대 비용이 드는 회원제 ‘룸살롱 접대’였다고 분명히 말했다”고 밝혔다.

대법원 윤리감사실은 이날 지 판사가 1년에 한 번 정도 만나는 법조인 후배들과 가벼운 식사와 술 등 술자리를 함께한 적이 있지만, 이들의 직무 관련성이나 접대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내란조기 종식과 함께 검찰개혁에 이어 사법개혁안을 처리하려는 여당 입장에서 가장 상징적 사건인 된 사안을 밀어붙이려는 여당의 이같은 구상에 대해 안팎에서 적잖은 우려가 제기된다.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 이석연 위원장은 30일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에 대해 “왜 청문회의 요건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는데 국회가 그렇게 서둘러 진행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불쑥불쑥 던지는 ‘대법원장 물러가라’ ‘탄핵하겠다’는 주장도 아무리 정치적 수사라고 해도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그렇게 얘기해선 안 된다”면서 “(민주당이) 입법 만능주의 사고에서 벗어나기를 간청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조 대법원장을 겨냥해서도 “지난 5월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상고심을 왜 속전속결로 처리했느냐”며 “국가의 앞날에 큰 영향을 주고 엄청난 정치적 파장이 있을 것을 알면서 왜 그렇게 빨리 처리했는지 저는 이해가 안 간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지점이 오늘의 사법불신 및 이 사태에 이르는 단초가 된 것”이라며 “이 점에 대해 국민도 최소한 입장 표현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법개혁 추진 방식으로 놓고 대통령실과 여당이 적잖은 인식차를 갖고 있다는 점도 엿보인다. 우상호 대통령 정무수석은 30일 SBS 유튜브(정치스토브리그)에 출연해 “국민이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개혁과제를 실천하는데 왜 지지율이 오르지 않을까를 신중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면서 “당이 강하고 선명하게 가는 것이 필요하지만 방식에서는 변화를 줄 때가 됐다”고 말했다. 정권교체 효능감 측면에서 여당의 최근 행보의 정당성을 인정 하지만 방식에서는 전환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우 수석은 지난 16일 “대통령실은 조희대 대법원장 거취에 대해 논의한 바 없고 앞으로도 논의할 계획이 없다”고도 했다.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것 등이 사법부에 대한 압박으로 비치는 것을 우려한 언급으로 해석됐다.

실제 지난주 한국갤럽의 이재명 대통령 직무수행과 민주당 지지율은 정권출범 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동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은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압박과 진실 공방, 내란 재판부 변경 등 여당 주도 사안들이 대통령 평가에 반영된 것으로 해석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잇단 공세가 ‘여당이 사법부를 적대시 한다’는 인식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검찰·사법개혁은 국민적 공감대가 있지만 과도한 압박으로 비치면 의도가 왜곡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특히 “대통령실이 대법원장 거취와 관련해 ‘논의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는데도 여당이 아랑곳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정부여당에 대한 지지율 하락추세를 가볍게 보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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