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정교<정치-종교>유착 논란…이번엔 민주당-종교 부적절 거래 의혹
국힘 “민주당 시의원이 신도 3000명 입당 회유” … 시의원 “악의적 조작”
특검, 국힘-통일교 유착 의혹 수사 … 손현보 목사 선거법 위반 혐의 구속
정치와 종교가 부적절한 유착관계를 맺었다는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국민의힘-통일교 유착 의혹에 이어 이번에는 민주당과 특정종교가 부적절한 거래를 모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진종오 의원은 30일 “민주당 소속 서울시의원이 특정 종교단체 신도 3000명의 개인정보를 확보해서, 이를 2026년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에 활용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진 의원이 공개한 녹취에 따르면 제보자가 “당원 가입하는 것은 문제가 아닌데 나중에 돈이 문제가 되지 않나”라고 묻자 서울시의회 직원은 “그것은 개인적으로 나가는 거니까 전혀 문제 될 게 없다”고 답했다. 그러자 제보자는 “그런데 돈이 1800만원이에요. 1000원씩만 하면”이라고 되물었다. 1000원은 민주당 책임당원의 월 최소 당비를 의미한다. 3000명이 6개월간 1000원씩 납부하면 1800만원이 된다.
진 의원은 시의원과 제보자 간 녹취도 공개하며 “제보자가 시의원에게 3000명 명단의 용도를 묻자 (시의원은) 김민석 국무총리를 밀어달라고 노골적으로 얘기한다”고 주장했다.
의혹 당사자로 지목된 민주당 소속 김 경 시의원은 “8월 4일 오후 2시, 서울시의회 문체위 회의실에서 서울시 사격연맹 장정희 부회장과 민원 청취를 위해 간담회를 가졌다”며 “장 부회장이 먼저 ‘선거 때 사람 모집 힘들지 않느냐, 내가 관리하는 회원이 3000명이다. 의원님 내년 선거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이야기해 장 부회장에게 당원 가입 방법과 절차를 안내했을 뿐 이후 실제 장 부회장으로부터 단 한 명의 당원명부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김 시의원은 “(진 의원 주장은) 명백한 조작이며, 정치 보복”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즉각적인 진상 조사에 나섰다. 위법 사항이 발견될 경우 관련자를 징계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서울시당은 “김 시의원이 김 총리를 언급한 것은 정치적 의사 표명일 뿐, 김 총리 및 당과 무관한 발언임을 확인했다”며 “제대로 진위 파악하지 않은 무분별한 의혹 제기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앞서 김건희 특검은 김 여사·권성동 국민의힘 의원-통일교 유착 의혹을 수사 중이다. 김 여사는 통일교로부터 고가의 목걸이 등 8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다.
권 의원은 통일교 민원을 해결해주는 대가로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한학자 통일교 총재도 구속된 상태다.
특검은 30일 “통일교 관련 국민의힘 당원가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오늘 국민의힘 경남도당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검은 통일교가 2022년 대선 경선과 2023년 전당대회 등을 앞두고 신도들을 조직적으로 국민의힘에 입당 시킨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일부 기독교계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했다. 당시 탄핵 반대 집회를 이끌었던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담임목사는 6.3 대선 기간 중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지난달 구속됐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손 목사의 구속은 손 목사 개인에 대한 것이 아니다. 모든 종교인에 대한 탄압”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교유착(정치-종교) 논란이 잇따르자, 정치권에서는 “터질 게 터졌을 뿐”이라고 반응이다. 정치권과 종교가 서로 ‘민원’을 주고받으며 오랜 세월 부적절한 유착관계를 맺어왔는데, 특검 수사를 계기로 이 관계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것이다.
야권 인사는 1일 “선거를 치러야하는 정치인들 입장에서는 조직력이 뛰어난 종교의 도움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암암리에 서로 돕는 관계가 되다보니, 선을 넘는 경우도 발생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른 국민의힘 전직 의원은 “현역 시절 통일교 총재에게 세배하러 간 기억이 있다”고 전했다. 구속된 한학자 총재는 특검 조사에서 “2022년 2월 권성동 의원에게 큰절을 받고 세뱃돈 100만원을 편지봉투에 넣어 건넸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