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검사 반발’ 파장에 당정 달래기
검찰 내부 반발 확산 →3대 특위 “하소연 차원” 달래기
정성호 장관 “검찰 내부에 큰 동요 있다는 생각은 오해”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개혁에 반발해 ‘원대복귀’를 요구하면서 파장이 이어지자 여당과 정부는 검사들 ‘달래기’에 나섰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검사 징계’를 주장하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 ‘3대 특위’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항명’이 아닌 ‘하소연’이며, 검찰 내부에 큰 동요가 있다는 생각은 오해라며 수습에 나선 상황이다.
2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1일 오전까지만 해도 특검 파견 검사들의 원대 복귀 요청에 대해 ‘징계 대상’이라며 강하게 밀어붙였다.
서울중앙지검장 출신 이성윤 민주당 의원은 1일 국회에서 열린 당 3대특검 종합대응 특별위원회 회의 직후 파견 검사들의 복귀 요청과 관련해 “검찰 개혁에 저항하는 검찰 전체의 입장으로 보인다”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으며, 정치적 중립 및 집단 행위 금지 등에 해당해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파견검사 원대복귀 요청은 내란과의 전쟁, 수사 중에 항명이고 기강을 해치는 범법 위법”이라며 “법무부 장관은 철저한 감찰을 통해 해당검사들을 의법 조치하고 법사위는 징계요구 결의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은 1일 오후 김건희 특검 사무실을 방문해 관련 설명을 들은 뒤로는 ‘달래기 모드’로 전환하는 모습이다.
전현희 특위 위원장은 특검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실제로 집단적인 검찰 개혁에 항의한다기보다 특검에 파견된 검찰의 입장에서 불안과 우려 입장 표명을 특검에 하고 하소연하는 차원이었다”면서 “현재 특검은 흔들림 없이 파견 검사로서 최선을 다해 김건희의 국정농단에 대한 수사를 철저히 하고 임무를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또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송구하다”는 게 파견 검사들의 입장이라고 했다.
검사 출신인 이건태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직접 잘못된 수사에 가담하지 않은 검사들, 민생 사건을 올바르게 처리하기 위해 늘 야근을 했던 형사부 검사들은 억울할 것”이라며 “다시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얻는 새로운 길에 나서 달라”고 썼다.
검찰 내부에서는 복귀 입장문을 낸 특검 파견 검사들에 대한 지지 목소리가 나와 반발 수위가 커질지 주목된다. 장진영(사법연수원 36기) 서울북부지검 형사3부 부장검사는 지난달 30일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현재 특검에 파견 가 수사를 할 자격이 있는 검사는 임은정(30기) 서울동부지검장이 유일할 것”이라고 비꼬았고,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를 지냈던 공봉숙(32기) 서울고검 검사는 같은 날 “파견 검사들의 복귀 요청을 환영하며 지지한다”고 밝혔다.
김건희특검팀 파견 검사 성명은 일선 검사들이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에 맞선 사실상 첫 집단행동인 만큼 앞으로 검찰 내부 반발 움직임이 주목된다.
수사 업무 최전선에서 근무하는 저연차 평검사들이 직접 검찰 개혁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광주지검 형사1부 소속 최정훈 검사는 전날 밤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검사 선서를 읽으며 정의롭게 일하겠다는 다짐을 했는데, 내 잘못이 아닌 일로 함께 욕을 먹고 부패한 세력으로 매도된다”며 “검찰 구성원 전체를 악마화하지 않는 ‘선한 개혁’이 되길 바란다”고 적었다.
일각에서는 김건희특검 내 파견 검사들의 반발 기류가 내란특검팀과 순직해병특검팀까지도 확산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내란특검팀 파견 검사들도 최근 검찰청 폐지와 관련한 입장을 정리하고자 회의를 연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검사들은 원대 복귀를 요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고 한다.
박지영 내란특검보는 1일 브리핑에서 이와 관련해 “파견 검사 중 일부가 논의한 것은 맞지만 외부로 의견 표명을 한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하루빨리 진상을 규명하는 것을 목표로 수사와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파장이 확산되지 않도록 달래기에 나선 모습이다. 정 장관은 1일 오후 부산고등·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특검 파견검사들의 입장 표명에 대해 “검찰 내부에 큰 동요가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데 그건 오해고,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모든 검사가 특검에 현재 맡겨진 임무에 충실히 하고 있다”며 “국민들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또 “마무리 단계인 특검이 종료되고 나면 특검과 협의해 향후 공소 유지에 필요한 최소 인원들은 필요한 것 아니겠느냐”며 “원론적인 얘기들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검사들이) 친정인 검찰과 관련해서 국회에서 정부조직법이 통과되고 나니까 좀 불안한 점들이 있다”면서 “앞으로 1년 정도 시간이 있기 때문에 저희가 충분히 검사들이나 검찰 수사관들이 불안하지 않게 잘 정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3일부터 긴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만큼 이후 특검과 검찰 내부 움직임이 주목된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