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없는 온라인플랫폼, 극단여론 과대반영”
중요한 정책결정에 잘못된 신호 줄 수도
소통창구가 ‘무차별 혐오’ 표출의 장으로
국민들은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정치권에서는 수용할 공간을 열어놓지 않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국민청원’이나 윤석열정부의 ‘국민제안’은 토론 없는 일방적 소통에 그쳤다. 국회의 국민동의청원 역시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대화 부재의 정치권이 국민과의 소통 부재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는 ‘무차별적 혐오’로 옮겨 붙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10일 한국행정연구원이 지난해 8월 1일~9월 30일까지 케이스태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82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회통합실태조사에서 국회와 국민간의 소통에 대해 69.1%가 부정적으로 답했다.(전혀 이뤄지지 않는다 27.8%+별로 이뤄지지 않는다 41.3%) 중앙정부와 국민들의 소통에 대해서는 58.9%(전혀 이뤄지지 않는다 19.2%+별로 이뤄지지 않는다 39.7%)가, 지방정부와 국민들의 소통에 대해서는 56.3%(전혀 이뤄지지 않는다 10.4%+별로 이뤄지지 않는다 45.9%)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정부·국회가 국민들과 너무 멀어졌다. 공론장은 마련되지 않고 있고 정부와 국회가 만들어 놓은 소통창구는 ‘민원’을 해소하는 수준에 그쳤다.
문재인정부는 ‘촛불광장’의 국민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 온라인 공개청원 플랫폼을 열었고 임기 약 5년간(2017년 8월 19일~2022년 4월 19일) 111만건의 청원이 게시판에 올라왔다. 하지만 30일 동안 20만명 이상 동의를 얻은 284건만 정부나 청와대 관계자의 답변을 들었다.
지난해 윤석열정부 대통령실은 집권 2년간 온라인 소통창구인 ‘국민제안’을 통해 접수된 13만4000여건 중 생활밀착형 정책 60건을 정책화 과제로 선정하고는 “당장은 정책화가 어렵거나 공론화 대안모색 등이 필요한 경우 온라인 국민참여토론을 통해 관계기관에서 추가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국회가 만든 국민동의청원 역시 ‘소통 부재’를 확인시켜줬다. 국회 입법조사처 전진영 박사 등은 전자청원제도인 국민동의청원이 시동을 건 2000년 1월부터 올 4월 30일까지 2106건의 국민동의청원이 제안됐고 상임위에 올라갈 기준(30일 이내 5만명 이상, 2021년 12월 이전엔 10만명)을 넘어선 것은 12.7%인 268건이었다. 이중 5.1%인 6건만 입법에 일부 반영됐다.
국회 상임위는 청원위원회조차 제대로 열지 않았다. 당연히 공청회나 토론의 장은 마련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부작용을 낳고 있다. 문재인정부 청와대가 내놓은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청원이 ‘특정 계층의 입장을 과도하게 표출’하거나(43.7%) ‘특정 집단과 개인에 대한 공격과 혐오 여론이 무차별적으로 표출’된다(41.4%)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회 국민동의청원도 강성지지층들이 공격력을 과시하는 곳으로 변질되고 있다. 전진영 박사는 “온라인 플랫폼이 ‘소수의 목소리 큰 사람들’을 위한 것이며 다수의 참여를 추구하는 민주주의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 지적된다”며 “온라인 플랫폼에 극단적이거나 일시적인 여론동향이 과대 반영되면 중요한 사회경제적 정책결정과정에서 정치인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