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 “마을부터 국정전반까지 시민참여 일상화·제도화”

2025-10-13 13:00:05 게재

‘국가시민참여위’ 법제화 추진 … ‘국민공회’ 통해 의제별 공론화

내년부터 본격 운영 예정 … “숙의 공론 통해 헌법 개정안 마련”

공론화위 중립적 구성, 독립·투명성 확보 관건 … “정부 관여 안돼”

이재명정부는 법정기구인 국가시민참여위원회를 만들어 ‘공론화’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예정이다. 정부는 법률과 조직, 예산 등으로 뒷받침하고 시민단체 등에서 의제를 제안하는 방식이 채택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한국형 공론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관건은 중립성, 독립성, 투명성 확보다. 또 사안에 따라 적절한 공론방식을 선택해야 하는 것도 과제다.

마을부터 정부까지 상설공론기구를 통한 숙의공론절차로 국민통합을 만들어내겠다는 이재명정부의 복안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양섭지해수욕장 찾은 조승래 국정기획위 국민주권위원장 조승래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 국민주권위원장이 지난 7월 30일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신양섭지해수욕장을 찾아 구멍갈파래 유입 피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서귀포=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13일 이재명정부 국정기획위 백서에 따르면 가칭 ‘국가시민참여위원회’는 부처별로 분산돼 있는 시민참여, 숙의, 민주시민교육, 시민사회 협력 업무를 통합해 활성화하고 장기적인 발전계획을 수립, 실천하는 전담기구다. 국가 주요 의제에 따라 구성되는 의제별 공론화위원회인 가칭 ‘국민공회’도 이 위원회에서 운영한다.

‘시민참여와 숙의 및 시민사회 활성화에 관한 기본법’(시민참여기본법) 제정은 이 기구들의 역할과 기능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또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는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소통·대화기구로 구성되고 정견이나 세대, 지역, 성별, 사회적 약자가 고르게 참여하도록 할 예정이다.

그러면서 국정기획위는 “중요한 정책 과제에 대해 숙의 공론을 통한 정책 형성을 도모하고 참여와 숙의 민주주의 제도와 절차를 정착시켜 나갈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집단이 균형 있게 참여해 논의의 정당성과 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국가교육정책은 국가교육위원회에서, 탄소중립정책은 기후시민회의에서 사회적 합의를 추진하고 국가지속가능 전략의 마련이나 남북평화공존과 평화 통일방안 합의를 위해서도 사회적 대화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어 국정기획위는 “국가시민참여위원회가 설립되기 이전에도 필요하면 의제별로 공론화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해 시민 의견을 구할 것”이라며 “헌법 개정과정에서도 여야정 협치와 국민 참여 기반의 숙의 공론을 통해 개정안을 마련해 국민 공감대를 확보하고 국민주권 구현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주의 회복 없인 민생 회복도 어렵다” = 국정기획위는 우리나라 정치·사회적 양극화와 갈등 상황을 심각한 수준으로 봤다. 그러면서 “민주주의 회복 없이는 민생과 경제의 회복도 어렵다는 사실이 이미 입증됐지만 정치권의 불신과 반목은 시민참여와 성숙한 공론 형성을 가로막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재명정부는 ‘성숙한 시민참여국가, 국민주권·국민통합 정부 실현’을 비전으로 제시하며 ‘참여와 소통의 국정운영으로 국민통합의 정치 실현’을 중점전략과제로 선정했다”며 “마을에서 국정전반에 이르기까지 시민 참여와 소통의 일상화와 제도화를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재명정부는 ‘모두의 광장’과 ‘국민신문고’를 국민 정책 참여 플랫폼으로 확대해 상시 소통체계를 마련하고 정책 효능감을 높일 예정이다. 그러면서 지역주민을 직접 찾아가 현장 중심으로 불편을 개선하며 인허가 등 복합 민원은 부서간 칸막이 없이 원스톱으로 처리하기로 했다.

주민자치권 확대 등 직접 민주주의 강화 방안도 내놓았다. 읍면동 주민자치회 등에 대한 법적 근거와 지역 맞춤형 모델을 마련하고 주민참여예산을 내실화하기로 했다. 주민소환, 주민발안, 주민투표 등 주민참여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종합계획도 마련할 예정이다.

또 “참여와 통합을 위한 종합추진 체계는 늦어도 2027년부터는 운영할 수 있도록, 부처별 새롭게 도입되는 다양한 숙의 공론장은 내년부터 운영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입법과 사업 추진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투명성 중립성 독립성 확보할 수 있을까 = 합의 회의, 시민배심원제, 공론화조사 등 다양한 방식의 숙의민주주의 핵심은 투명성, 중립성, 독립성이다. 이는 숙의 이후에 나온 결과에 대한 이해당사자들이나 국민들의 수용성과 연관돼 있다. 숙의 이후에 나온 결과에 승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서는 공론화위원회나 공론화 대상선정위원회 등의 정보를 공유하고 회의록 등을 공개하는 등 비밀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또 공론화 대상 선정위원회나 공론화위원회 위원들을 뽑는 과정에서도 중립성과 투명성이 보장돼 공론화추진기구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공론화추진기구의 독립성은 ‘결과에 대한 신뢰도’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국정기획위원회에 참여한 이태호 참여연대 운영위원장은 최근 내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공론화의 장을 여는 사람의 공정성 중립성이 결정적”이라며 “(공론화)위원회 구성의 독립성도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국가가 당사자가 되는 소송도 많다. 당연히 공론장도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공론장을 국가가 보장해야 된다”며 “정부가 공론장을 설계하거나 제안하는 것도 안 된다. 일종의 회피 제도와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론화가) 불공정 평가를 받게 돼 신뢰를 잃어버리면 마치 정치권이 신뢰를 잃은 것과 같이 이제 해결할 수단이 점점 없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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