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후위기, 고속철도도 예외 아니다
지난달 7일 0시부터 3시까지 익산, 전주 지역에 시간당 68.5mm 집중호우로 선로가 침수되면서 25개 고속열차가 최소 12분에서 많게는 147분까지 지연됐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올 6~8월 전국 평균기온은 25.7℃로 역대 1위 가장 무더운 여름이었으며, 100년에 한 번 내릴 강수량을 기록한 지역도 속출했다. 이러한 이상기후 현상은 매년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에 따르면 고속철도 이용객의 안전을 위해 폭염, 집중호우, 폭설 등 여러 기상악화 조건에 따라 서행, 운행중지의 기준을 마련하여 운영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시간당 강수량이 60mm 이상이면 일단 열차운행이 중단되고, 강수량이 낮아지면 선로 이상 여부를 확인한 후에 운행이 재개되는 형식이다.
극한의 이상기후가 국지적으로 집중되는 경우가 많아지는데 반해 고속열차 운행은 전국이 피해를 보고 있다. 7일 집중호우도 다른 지역은 열차운행에는 지장이 없었으나 익산, 전주 지역의 폭우로 서울,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열차까지 연쇄적으로 지연된 경우다. 이는 고속열차 1개 열차가 해당 노선을 하루 4~5회 반복해서 운행하기 때문에 연쇄적으로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코레일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상기후 대비 적절한 예비책 세워야
고속철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장거리 교통수단으로써, 정시성과 안정성을 바탕으로 고속 서비스 품질은 1년 365일 유지해야 한다. 따라서 이상기후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이에 대비한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코레일에서 오송역에만 배치 중인 KTX 비상대기 열차를 경부축, 호남축 주요 거점에 추가로 배치하여, 국지적인 이상기후 발생시 긴급하게 해당역으로 출동하여 비상수송을 한다면 연쇄 지연에 따른 국민들의 불편을 많이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현재는 고속철도 수요 증가로 인해 정비중인 차량을 제외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고속차량을 열차운행에 투입하고 있다. 앞으로는 고속차량 예비율을 충분히 확보하여, 고속철도의 안정성도 높이는 한편 이례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국 단위의 비상대응 체계를 갖출 필요도 있다.
현재 2004년 우리나라에 최초 도입한 KTX-1 46편성을 교체하기 위해 준비 중으로 알고 있다. KTX-산천, SRT, KTX-청룡 등 많은 고속차량이 추가 도입되었지만 ‘예매전쟁’이라 불릴 정도로 여전히 KTX 좌석을 예매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급기야 지역차별 논란까지 불러오고 있다.
그 해소책으로 거론되며 고속철도 운행 확대의 키를 쥐고 있는 평택-오송 복복선화 사업의 조속 추진이 중요한 이유다. 이와 함께 단순히 고속차량을 예측된 수요에만 국한하여 교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의 역동적인 미래상을 담아 열차표 예매는 쉽고, 좌석은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마주하게 될 예측 불가능한 극단적인 이상기후로 인한 열차 이용이 불가능한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
고속열차 예비율 상향, 선택 아닌 필수
단 한번의 이례상황이 고속철도 전체 운행에 ‘도미노 지연’으로 불러오는 현실에서 비상대기 열차를 확보하고 고속열차 예비율을 상향하여 운영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생각된다. 고속차량은 계약에서 차량제작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기후 위기로부터 국민의 시간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대책 마련을 지금부터라도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