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협상 긍정적…간극 많이 좁혀졌다”
김용범 정책실장·김정관 산업장관 동시 방미
경주 APEC 앞두고 협상 타결 ‘돌파구’ 찾기
트럼프, 2번째 ‘선불’ 언급 …“국익 맞게 협상”
한미 관세 후속 협상을 위해 16일 미국으로 출국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협상이 마무리 단계라는 전망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통상 협상을 목적으로 김 실장이 미국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협상 타결이 가까워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김 실장은 미국 출국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재무부, 상무부 등이 아주 긴밀하게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실장은 이번 방미의 배경으로 “IMF·세계은행 연차총회 기간으로 각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다 모이는 기간이고, 우리가 목표로 하는 APEC 회의,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준비하는 기간도 적절하다”면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면담이 잡혀 있을 때 한자리에 모여 우리 입장을 서로 조율하고 협상에 박차를 가하는 게 좋겠다고 해 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과 함께 방미하는 김 산업장관은 한미 통화스와프 관련 질문에 “외환시장 관련 여러 부분에서 미국 측과 상당 부분 오해라면 오해, 이해 간극이 많이 좁혀졌다”고 말했다.
이달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로 관세협상을 타결할 가능성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 장관은 “특정 시기를 예단하고 하는 건 아니다”라며 “두 정상이 만나는 기회기 때문에 양국 협상단 간에 이 기회를 활용하자는 공감대는 있지만, 국익과 국민의 이해에 맞게끔 가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에 방미하는 김 실장, 김 산업장관은 물론 현재 미국에는 관세협상 관련 고위 각료들이 총출동한 상태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미 출국해 실무 협상을 총괄하고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IMF·세계은행 연차총회 참석차 방미해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을 면담할 계획이다.
그 외에도 민간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등 재계 총수들도 이번 주말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 자택에서 회동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민관이 사실상 총력전을 펴고 있는 셈이다.
지난 7월 말 관세협상 타결 후 2개월 넘게 이어진 후속 협상은 대미 투자를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에 대한 양측 이견을 좁히는 과정이었다. 한국은 대미 투자를 약속한 3500억 달러 중 현금투자액을 5% 정도로 제한하되 나머지는 대출 및 보증으로 하는 안을 제시한 바 있다. 미측이 난색을 표하면서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 그러나 한국이 미국에 수정안을 제시했고, 이에 미측이 진전된 반응을 보이며 협상이 급물살을 타는 흐름이다.
다만 한미관세협상의 타결 시점이 임박했다는 전망에 대해 대통령실은 신중한 입장을 내며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돌발변수를 대비하는 모습이다. 대통령령실은 전날 공지문에서 “실질적 진전을 이루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시한을 두고 서두르기보다는 국익 최우선 원칙에 따라 미국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미 관세협상에 대한 미측 분위기가 냉탕 온탕을 오가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스콧 베센트 장관은 15일(현지시간) “한국과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조만간 협상 타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같은 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한국은 3500억 달러를 선불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불’ 발언은 벌써 두번째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