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서 윤석열정부 ‘공공기관장 알박기’ 논란 재점화
민주당, ‘낙하산·보은 인사’에 사퇴 압박
오늘 복지위, 농해수위에서도 재연 가능성
전날 유철환 권익, 김형석 독립관장에 공세
이재명정부 출범 초부터 ‘공공기관장 알박기’ 공세를 펴왔던 여당이 국정감사장에서 다시 윤석열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도마에 올렸다. 16일 열린 정무위 교육위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뉴라이트 역사관을 문제 삼으며 해당 공공기관장에 대해 사퇴를 압박했다. 17일 열리는 보건복지위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국감에서도 ‘보은 인사’ 공방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정감사가 예정된 가운데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과 강중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의 거취 문제를 둘러싼 공방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정 이사장 임명을 윤석열 정부 창출에 기여한 ‘보은 인사’로 규정하고 있으며, 정 이사장이 건강보험 재정 통계에 오류를 발생시켜 극우세력의 혐중 여론을 자극했다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자녀가 윤석열정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진 강중구 원장의 경우 자생한방병원 특혜 의혹에 더해 심평원 내 주요 보직을 특정 인사로 채우는 등 불합리한 운영에 대한 지적도 받고 있다.
6.3 대선을 20여일 앞두고 임명된 김인중 한국농어촌공사 사장도 여당의 집중 포화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12·3 계엄 이후 임명된 기관장만 53명,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임명된 기관장은 22명에 달한다”면서 “‘윤석열 알박기’를 제거해 공공기관을 정상화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16일 열린 국회 정무위 국감에서는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과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근태 문제와 역사관 문제로 여당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았다.
유동수 민주당 의원은 유 위원장의 집무실 갑질 마사지와 자녀 관사 무상 거주 논란 등을 거론하며 “권익위 자체 청렴도 평가도 떨어졌고, 국무조정실 산하 공직복무관리실 업무평가도에서도 최하위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정도 나오면 거취를 결정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유 위원장은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 처리 과정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으며 여당으로부터 줄기차게 사퇴 압박을 받아 왔다.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받은 이 사건은 ‘위반 사항 없음’으로 종결 처리됐고, 사건 조사를 담당한 권익위 국장급 간부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논란이 됐다.
사건 처리에 대한 압력 행사 의혹 제기에 유 위원장은 “그분께 압력을 가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고 답했고 사퇴 의사를 묻는 질의에는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고만 했다.
지난 8월 광복절 경축식 기념사에서 “우리나라의 광복을 세계사적 관점에서 보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의 승리로 얻은 선물”이라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에 대해서도 여당은 맹공을 퍼부었다. 김 관장은 지난해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로, 민주당은 김 관장이 왜곡된 역사관을 가진 뉴라이트 학자라며 사퇴를 촉구해왔다.
김현정 민주당 의원은 김 관장에게 역사 인식 문제를 언급하며 “사퇴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고 김 관장은 “사퇴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이밖에도 민주당 의원들은 김 관장이 종교교회·신반포교회·ROTC 동기회 등에 독립기념관 시설을 내준 것이 업무상 배임이고 근무태만 사실도 드러났다며 보훈부에 상응한 조치를 요구하기도 했다.
같은날 열린 교육위 국감에서도 ‘뉴라이트’ 성향으로 분류되는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과 김낙년 한국학중앙연구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가 빗발쳤다. 민주당은 박 이사장의 “한국의 국민 수준은 1940년대 영국보다 못하다”라는 과거 발언을 질타했으며 매달 외유성 출장을 갔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박 이사장은 과거 발언에 대해 “그렇게 생각을 했었는데 지난 몇개월 동안 우리 국민들의 국민의식과 민주주의 정서를 보고 제가 잘못 생각했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답했다.
김낙년 원장은 2023년 고교 한국사 교과서 출간 원고에 “일본군 위안부를 민간 알선업자들이 모집했다”고 기술한 내용이 도마에 올랐다. 김 원장은 “민간업자가 하기도 했지만 그 배후에는 일본 정부나 군부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일제를 미화하거나 두둔하려는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위안부는 성노예가 아니라 계약 노동자였다는 데 동의하느냐”는 김영호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는 “그렇게 볼 수 있는 어떤 입장도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며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한편 정일영 민주당 의원실 분석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 탄핵 선고 이후에도 30여명의 기관장이 임명됐고, 총 104명에 달하는 인사가 임명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낙하산·보은 인사로 공공기관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훼손시킨 데 이어, 비상계엄 이후에도 ‘알박기 인사’를 강행해 국민 신뢰를 무너뜨렸다”고 비판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