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부동산투기와의 전쟁, 이번엔 성공할까
20대 “대학을 굳이 의무적으로 갈 생각 없다. 취업이 우선이다”. 30대 “연애는 가능하지만 결혼할 생각 없다”. 40대 “영원한 직업은 없다. 점점 경기가 어려워지고 일해 먹기 힘들어진다”. 50대 “부산에 일할 곳이 없다. 왜 아파트만 계속 짓나”. 60대 “젊을 때 돈 모아라. 젊을 때 건강 챙겨라”. 70대 “요즘 젊은 사람들, 땀 흘리며 일할 생각은 안한다”.
한 정치인이 최근 부산의 나이 지긋한 택시기사에서 받은 편지라며 자신의 SNS에 올린 글 중 일부다. 각 세대가 처한 상황과 인식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심상치 않은 2030세대의 민심 이반
우선 “취업이 우선”이라는 20대 절규처럼 청년취업란이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층 고용률은 45.1%로 1년 전보다 0.7%p 낮아졌다.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해 17개월 연속 하락 행진이다. 이는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이후 약 16년 만에 최장 기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와 대기업에게 신규고용 채용을 독려했을 정도다. 이에 몇몇 대기업들은 호응했으나 대통령실이 독려한 ‘100대 기업’ 반응은 당혹 그 자체다. 심각한 경쟁력 위기에 직면해 제 코가 석자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신규채용을 늘리면서 기존 고용을 줄이는 편법 움직임도 감지된다. 40대의 “영원한 직업은 없다”는 구조조정 비명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일련의 여론조사에 2030세대의 민심 이반이 심상치 않다. 최근 14~16일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2030세대의 경우 내년 6.3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아닌 야당 승리를 바라는 쪽이 오차범위 밖에서 많았다. 18~29세는 여 26%, 야 40%였으며, 30대는 여 31%, 야 38%였다.
특히 30대 이탈에 여권은 화들짝하는 분위기다. 원인은 “연애는 가능하지만 결혼할 생각은 없다”는 30대 말에서 찾았다. 이재명정부 출범후 2차례 대책을 내놓았음에도 폭등을 재개한 서울 아파트값을 잡지 않고선 30대 민심이반을 막을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나온 게 이 대통령의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 선언이었고, 서울과 경기 12곳을 삼중규제로 꽁꽁 묶은 10.15 부동산대책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10.15 대책도 안 먹히면 보유세를 대폭 높이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세제정책 사령탑인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은 “미국처럼 재산세를 평균 1%로 매긴다고 하면 50억원짜리 집은 연 5000만원의 세금을 내야 하는 셈인데, 이처럼 보유 단계의 부담이 커지면 (매물이 나와) 거래가 살아날 수 있다”며 미국 수준으로의 대폭 인상을 경고하기도 했다. 강남권의 ‘똘똘한 한 채’에도 예외없이 보유세를 매기겠다고 했다.
보유세의 파괴력은 막강하다. 미국의 경우 높은 보유세 때문에 중산층 이하는 고가주택에서 살 생각을 못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차례 높이려 했으나 이해당사자들의 거센 반발과 정치논리로 무산됐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같은 경우는 “결국은 저렇게 되면 나중에 또 세금문제가 나올 것”이라면서도 “거래가 끊기면 부동산시장이 어려움을 겪게 되고, 부동산시장이 어려움을 겪게 되면 건축경기가 위축되고, 건축경기가 위축되면 경제성장에 또 영향을 미치니까 그때 가면 또 다른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특히 “내년에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이 부동산 경기가 극도로 침체가 된다고 생각할 것 같으면 또 정부가 그걸 참지 못한다”고 단언했다.
10.15 부동산대책, 여당 내에서도 일부 반발 기류
이미 여당 내에서 저항이 시작됐다. 특히 고가주택이 많은 ‘한강 벨트라인’의 민주당 의원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한강 벨트라인(중구성동갑)이 지역구인 전현희 의원은 “부동산 보유세와 같이 세제로 국민들에게 부담을 주는 정책은 자제돼야 한다”며 “부동산 보유세를 갖고 부동산 폭등을 막겠다는 건 사실상 어설픈 정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정부 정책을 무조건 지지해왔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결국 공은 이 대통령에게 돌아갈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우리나라 국민소득 대비 부동산 가격을 국제적으로 비교해보면 아마 1등일 것”이라며 “너무 과대평가 되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일본처럼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가져온 부동산 거품 파열을 경고했다. 이 대통령의 최종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박태견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