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질타 받은 MBK, 금융당국·검찰 정조준
‘먹튀’‘봉이김선달’ 김병주 성토장 된 국회 정무위 국감
중징계 추진 금감원, 추가 조사 … 등록취소 가능성도
홈플러스·롯데카드 사태 등과 관련해 금융당국과 검찰이 MBK파트너스를 정조준하고 있는 가운데 국회도 사태 해결을 위해 발벗고 나서면서 한국 내 MBK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홈플러스 사태 해결이 안되면 한국에서 발붙이기 어려울 것”이란 국회 정무위원회 김남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지적은 MBK를 향한 싸늘한 국내 여론을 여실히 보여준다. 금융당국의 조사와 검찰의 수사가 이어지면서 강력한 제재와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최근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은 여야 할 것 없이 홈플러스 전자단기사채(ABSTB) 피해, 구조조정 논란과 롯데카드 해킹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사태 등에 대한 MBK의 책임을 집중 추궁했다.
◆여야 한 목소리로 MBK 김병주 질타 = 이강일 민주당 의원은 “홈플러스를 무리하게 인수하고 경영 전략은 없었다”며 “MBK는 (기업을) 인수할 때마다 투자와 성장을 약속하지만 배당과 재매각으로 투자금 회수만 계속한다. 그래서 시장에서 ‘먹튀’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도 “MBK를 봉이 김선달 기업 사냥꾼이라고 생각한다”며 “인수 과정을 보면 너무 비열한 행태”라고 질타했다.
국회 첫 출석한 김병주 MBK 회장은 의원들의 잇단 질책에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면서도 대부분 문제에 대한 자신의 책임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홈플러스 경영 의사결정에 참여한 것 아니냐’는 질의에 “(MBK는) 대기업이 아닌 사모펀드 운용사이고 나는 대기업 총수가 아니다”라며 “13명의 파트너가 각자 분야를 맡고 있으며 나는 펀드레이징(자금 모집)과 투자자 관리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야 의원들은 투자 결정의 실질적 영향력 등을 거론하며 책임 회피라 비판하고, 오히려 질책의 수위를 높였다.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은 “홈플러스 사태의 본질은 사모펀드(MBK)가 계열사인 카드사(롯데카드)와 협업해 홈플러스의 부채를 외주화시킨 것”이라며 “MBK를 ‘약탈적 헤지펀드’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선진금융기법인 것처럼 포장했지만, 인수대상회사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 인수하는 LBO(차입매수) 방식이 결국 홈플러스와 직원·거래기업들에게 빚과 이자를 떠넘기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유 의원은 “처음에 MBK가 LBO 방식으로 인수하고 난 다음 홈플러스 매출이 떨어지고 이자 부담이 발생하니 자산을 팔아 이자를 메꾸고 투자금을 갚았다“며 “그런데 임대료가 높아지니 유동성이 부족해지자 롯데카드 기업구매카드 약정을 이용해 신용공여를 확대했고 자산유동화 전단채를 사용해 초단기 자금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MBK 홈플러스 TF 단장을 맡고 있는 유동수 의원은 “홈플러스의 계속기업가치는 2조5000억원이고 청산가치는 3조7000억원으로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1조원 이상 높으면 법원이 청산하라고 판단할 확률이 높지 않겠느냐”면서 “인수희망자가 내세우는 인수조건에 맞추기 위해 2000억원(증여 약속)을 빼고 어떤 노력을 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사실상 추가 사재출연을 압박한 것이다.
앞서 MBK는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해 기존에 증여나 대출보증방식으로 지원한 3000억원과 함께 앞으로 최대 2000억원을 추가 증여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기존 지원금 3000억원 중 1000억원은 김 회장이 사재로 출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추가 자금 2000억원은 MBK 운영수익(관리보수 및 성공보수)을 활용해 마련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이강일 의원은 “홈플러스 증여 계획을 발표하며 ‘미래 수익이 발생해야 시행할 수 있다’라는 조건을 붙여 놨는데 이건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과거 3000억원 지원도 증여·보증 등이 혼합돼 있어 현금이 얼마나 투자됐는지 알 수 없다”고 꼬집었다.
◆제재수위 높아지나 …검찰 ‘사기적 부정거래’ 수사 = 국감에 참석한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금과는 다른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MBK에 대한 강력한 제재 방침을 예고했다.
그는 “MBK에 대해 합법적 범위에서 정부가 극약 처방을 내려야 한다”며 “MBK가 한국경제에서 지금까지 누렸던 수익과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이 상당히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갖고 있는 사회적 책임의 중대성을 충분히 반영해서 위법 행위에 대해 엄정한 제재를 하려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MBK는 금융당국과 검찰로부터도 표적이 된 상태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홈플러스가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직후인 지난 3~4월 대주주인 MBK에 대한 현장검사를 진행했다. MBK가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락을 예상해 기업회생절차 신청을 사전 준비하면서도 이를 숨기고 채권을 발행,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전가했다는 의혹 등을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실제 홈플러스는 신용등급 하락 사흘 전인 지난 2월 25일 신영증권 등을 통해 820억원 규모의 ABSTB를 발행한 바 있다.
MBK는 홈플러스 신용등급 하락을 미리 인지하지 못했고, 채권발행에도 관여한 바 없다고 주장해왔지만 금감원은 현장검사에서 MBK측 해명과는 다른 정황을 포착하고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를 적용해 긴급조치(패스트트랙)로 검찰에 통보했다.
금감원은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 외에도 상환전환우선주(RCPS) 상환권 양도 과정에서 국민연금 등 출자자(LP)의 이익을 침해한 혐의 등도 파악하고 제재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여러 건의 위규 행위를 적발한 금감원은 제재 수위를 중징계인 기관경고 이상으로 하는 조치안을 검토 중이다.
MBK가 기관경고 이상 중징계 처분을 받으면 국민연금 위탁운용사에서도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기관경고 이상 징계를 받은 기관에 투자할 수 없다’는 국민연금 내부 규정에 따라서다.
금융당국은 이와 별도로 지난 8월말 MBK에 대한 추가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이 조사는 새로 부임한 이찬진 신임 금감원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금감원은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펀드 출자자 구성과 LBO방식 자금 조달 내역 등 인수과정 전반을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MBK의 중대 위반 사항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현장조사 내용을 토대로 MBK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검토할 예정인데 금융권에선 최고 제재 수위인 등록취소 가능성 얘기가 흘러나온다.
검찰은 MBK의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 사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월 금융당국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곧장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3부에 사건을 배당하고 1주일 만에 홈플러스 본사와 MBK 사무실, 김 회장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5월에는 영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김 회장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해 휴대폰 등을 확보하고 그에 대한 출국정지 조치도 내린 바 있다. 다만 발빠르게 움직였던 수사 초기와 달리 최근 들어 눈에 띄는 검찰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특검 정국이 시작되고 대규모 검찰 인사까지 이어지면서 수사 속도가 느려진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MBK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장은 현재 반부패수사2부장이 직무대리를 맡고 있다. 검찰 인사에서 반부패수사3부장이 한문혁 부장검사로 교체됐는데 김건희 특검에 파견나가 있어 사실상 공석이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물 분석은 상당부분 진행됐고 관련자 조사도 이어가고 있다”며 “특검 파견으로 인한 수사 차질은 없다”고 말했다.
구본홍·장세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