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보유세 강화’ ‘양도세 완화’ 동시추진을

2025-10-21 13:00:08 게재

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를 포함한 25개구 전역과 한강 이남의 경기도 12곳 등 총 37곳이 3겹 규제그물에 갇히게 됐다. 정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부동산 대책을 통해 이들 지역에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 등의 규제를 한꺼번에 씌운 것이다. 서울시 전체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동시에 묶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지역에서는 15억 초과~25억원 미만 주택은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으로 줄어든다. 이런 고가주택 구입자들은 대부분 현금부자들일 것이다. 그러니 이들의 ‘현금자랑’을 대출로 뒷받침할 필요는 없다. 차라리 서민과 소상공인 혹은 청년에 대한 지원으로 돌리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의 고가주택 대출제한은 나름대로 타당성을 지닌다.

한꺼번에 쏟아부은 부동산 규제 3종 세트 효과 의문

그럼에도 3가지 규제를 무차별적으로 가하는 것은 얼른 납득하기 어렵다. 서울 한강 주변이나 분당·과천 등 일부 수도권 지역은 요즘 부동산 가격이 치솟고 있었기에 그나마 이해 가능하다. 그렇지만 다른 지역까지 옥석을 가리지 않고 규제하는 것은 상식을 넘어선 일이라 여겨진다. 무턱대고 전신마취부터 동원한 것이다. 다분히 행정부 편하자고 취한 조치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규제개혁을 부르짖는 이재명정부의 정책기조에 어울리는지도 의문이다.

3중 규제가 효과를 볼 수 있을지도 아직 알 수 없다. 잠시 가격이 떨어지는 듯하다가 다시 급등하거나, 반대로 부동산 거래를 심각하게 위축시키고 실수요자를 더 힘들게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실제로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6.27 대출규제와 9.7 공급대책 등 부동산 대책이 이미 2차례 발표됐다. 그때마다 반짝효과를 냈다가는 다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말았다. 대증요법의 어쩔 수 없는 한계이다.

이번 대책도 그런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러면 더 센 규제를 들고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다가 부동산 시장을 아예 꺾어버리고, 내수를 붕괴시킬 수도 있다. 과거 노무현정부와 문재인정부의 실패를 답습하는 길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차분하게 더 근본적이고 합리적인 해법을 찾아야 할 때다. 이번 조치로 일단 급한 불은 껐다고 치고, 그 불씨가 되살아나지 않도록 안정된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핵심은 부동산 가격급등을 막고 투기를 억제하되 시장을 마비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실수요자에게 어려움을 초래해서는 안된다. 이를 위해서는 다주택자가 가지고 있는 매물을 시장에 나오도록 견인해야 한다. 그러려면 보유세 현실화와 함께 거래세 완화가 필요하다. 보유세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낮다고 하니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없다. 동시에 거래세를 낮춰야 다주택자가 보유매물을 내놓을 여건이 조성된다.

과거 진보정부도 보유세 현실화 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번번히 강한 저항과 반발에 직면하고 정권교체와 함께 사실상 폐기되곤 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양도세까지 부과됐기 때문이다. 그 결과 부동산 가격은 떨어지지 않고 거래만 마비됐다. 비싼 세금 내고 파느니 차라리 물려주겠다는 심리를 자극해 증여만 크게 늘어났다. 반면 선량한 수요자들이 주택을 사고팔기가 어려워지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고는 정권에 등을 돌렸다. 이같은 과거의 실패경험을 되새겨보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세제를 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

보유세와 양도세 문제는 정권의 명운과도 직결될 것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지난 16일 미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보유 부담은 낮고 양도세 부담이 커서 거래가 막히는 ‘락인(lock-in) 효과’가 심각하다”며 보유세 조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보유 부담과 양도세 간 불균형을 완화해 거래를 정상화하겠다는 것이다. 부동산에 대한 고율과세만을 능사로 삼던 과거정부와 달리 상당히 합리적인 인식이다. 부동산 시장 안정과 거래활성화라는 2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방안이라고 여겨진다.

다만 보유세 강화에 대한 조세저항이 예상된다. 과거정부의 경험 때문에 저항심리가 강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양도세 완화조치를 동시에 추진하면 순조롭게 풀릴 수도 있다. 이를테면 내년 5월 9일까지 유예된 양도세 중과 조치를 더 연장하거나 아예 폐기하면 발걸음이 훨씬 가벼워질 것이다. 과거 경험으로 미뤄볼 때 보유세와 양도세 문제는 정권의 명운과도 직결될 가능성이 있다. 순리대로 매끄럽게 처리하는가에 따라 이재명정부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달라질 것이다.

차기태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