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석민하 성균관대 한문교육과
생명공학→한문교육?! 고전소설 덕후의 반전
3년간 학생부종합전형을 염두에 두고 생명과학·생명공학 계열에 몰두한 민하씨의 종착지는 예상 밖이다. 한문교육과 신입생이 된 것. 진로가 달라져도, 혹은 전혀 다른 분야라도 배움을 향한 호기심과 꾸준함이 있다면 길은 열린다. 민하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석민하 | 성균관대 한문교육과 (경기 함현고)
3년 내내 생명과학 올인하고 한문교육과 합격?!
종합전형을 준비하는 경우 관심 분야와 밀접한 교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심층적인 탐구를 진행해야 ‘전공 적합성’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인식이 크다. 좁게는 ‘전공 적합성’, 넓게는 ‘진로 역량’ 등 명칭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의 대학은 종합전형 평가 시 지원 전공(계열)과 관련된 분야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를 주요하게 본다.
한데 이를 중점적으로 보지 않는 대학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성균관대다. 성균관대 종합전형의 서류 평가 요소는 ‘학업 역량’ ‘탐구 역량’ ‘잠재 역량’으로, 지원 모집 단위에 국한하지 않고 관심 분야에 대한 열정을 폭넓게 평가한다. 민하씨의 성균관대 한문교육과 합격은 이러한 평가 방향을 잘 보여준다. 민하씨는 고등학교 3년 내내 생명과학·생명공학에 흥미를 갖고 관련 분야를 꾸준히 준비해왔다. 어릴 때부터 의학 분야에 관심이 있었고 <생명과학>을 배우며 세포 유전자 생태계 등의 주제를 재미있게 공부했다.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탐구하려는 자세를 대학이 좋게 평가한 게 아닐까 싶어요. 특히 환경 동아리에서 2년간 활동하면서 교과 수업도 깊이 파고들고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자세로 참여하게 됐어요. 모교는 탄소 중립 중점 학교로 환경 관련 활동을 많이 지원해줬어요. 덕분에 실험 주제를 정할 때면 자연스레 환경과 관련된 주제부터 생각하곤 했어요. 동아리에서 어떤 실험을 시도할까 고민하던 중 ‘생물 잔해를 이용해 천연 비료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제 관심 분야인 생명과학과도 연관이 있고 환경 문제와도 밀접한 주제였어요. 팀원들과 함께 낙엽, 커피 찌꺼기, 달걀 껍데기 등으로 천연 비료를 만들었고 토양에 뿌려 산성도(pH)가 어떻게 변하는지 실험했습니다. 실험을 마친 후 결과를 잘 정리한 덕분에 소논문까지 완성할 수 있었어요.”
소논문 작성은 단순한 경험 하나로 그치지 않았다. 실험에 관한 흥미를 키워줬을 뿐만 아니라 하나의 결과물을 완성했다는 성취감이 또 다른 탐구에 도전하게끔 이끌었다. 민하씨는 이 경험을 살려 2학년 진로 활동 시간에 직접 팀을 꾸리고 관심 분야를 스스로 탐구해보기로 했다.
“한창 제로 칼로리 음식이 유행할 때 관련 연구를 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친구들과 힘을 합쳐 설문조사부터 실험까지 직접 진행하기로 했죠. 먼저 제로 칼로리 음료 섭취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하고, 혈당 측정기를 이용해 제로 칼로리 음료와 일반 음료 섭취 시 혈당량 변화를 비교하는 실험을 했어요. 더불어 제로 칼로리 음료 속 인공 감미료인 수크랄로스, 알룰로스, 아스파담에 대해 탐구하고 관련 연구 자료를 탐독하면서 이들이 당뇨병 발병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죠. 수업 시간에는 이론만 배우고 넘어가는 일이 많은데, 직접 실험을 해보니 경과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인상 깊었어요.”
최애 도서는 <햄릿> 고전소설 좋아한 이과생
민하씨는 사회보다 과학을 좋아하고 실험에 흥미를 느꼈지만 글을 읽고 해석하는 일 자체는 좋아했다. 국어·영어 지문이 흥미로웠고 어떤 글이든 관심 분야와 연관해 폭넓은 생각으로 확장할 수 있어 매력을 느꼈다.
“<문학> 시간에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읽고 토론했는데, 가난의 책임이 사회에도 있다고 지적하면서 현대의 난쟁이들을 보호하려면 촘촘한 의료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글을 읽는 일 자체도 흥미롭지만 이를 분석하고 제가 관심이 있는 의학 분야와 엮는 일이 재미있었죠.”
휴식을 취할 땐 고전소설을 찾았다. 시험공부부터 교내 활동까지, 치열한 고교 생활 속에서 고전소설은 피난처가 돼줬다. 유튜브, 운동, 영화 등 흔히 생각하는 스트레스 해소법 대신 민하씨는 고전소설 책장을 넘기곤 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보다 생각해볼 거리가 있고 문장 하나하나가 여운을 남기는 고전소설이 좋아요. 페이지가 많아 읽는 데 시간이 꽤 걸리긴 하지만, 부담으로 느껴지기보다는 어떤 내용이 숨어 있을까 기대되더라고요. 한 자 한 자를 음미하며 천천히 고전소설의 주제를 생각해보는 시간이 즐거워요.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을 모두 읽었는데 전 <햄릿>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잘 알려진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부분을 통해 햄릿이 정말 우유부단한 성격인지 뜯어보는 것도 흥미롭죠. 햄릿이 처한 상황을 알면 그를 결정을 못 하는 성격이라고 무조건 비난할 순 없을 거예요. 이렇게 사소해 보이는 요소 하나하나를 깊이 들여다보는 일이 제게는 힐링이었어요. 돌이켜보면 한문교육과 지원을 결심할 때 크게 주저함이 없었던 것도 이런 성향이 작용했다고 생각해요.”
대입, 여러 방면 도전해보길
민하씨는 수시 지원 시 다양한 학과에 지원했다. 종합전형으로 생명과학 관련 학과 진학이라는 목표는 뚜렷했지만, 정작 대학 입학을 앞두니 여러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하게 됐다. 의약학 쏠림 현상으로 생명과학·생명공학 관련 전공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합격선 또한 높게 형성되다 보니 부담이 된 것. 결국 생명과학·생명공학 관련 학과와 경제학과 등으로 분산 지원했다.
과학을 좋아하고 글에 거부감이 없다는 점은 다양한 선택을 하는 배경이 됐다. 특히 한문교육과는 사범대학으로 중등교원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는 점과 희소성이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해 도전했다. 성균관대 종합전형은 전공 적합성보다 성실한 학교생활과 자기 주도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
희망했던 진로와는 전혀 다른 학과에 입학했지만 지금은 만족하며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는 민하씨. 후배들에게 생각지도 못한 분야라고 해서 마음을 닫아둘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한문에 관해 잘 몰랐지만 교수님이 하나하나 풀이해주시고 시험에 나올 법한 것도 쉽게 설명해주셔서 어렵지 않게 적응 중이에요. 현재는 한문 교사가 되는 길과 생명공학 관련 학과를 복수전공해 기업에 입사하는 방향 두 가지를 염두에 두고 있어요. 대학의 복수전공 제도를 이용하면 자신이 원했던 전공 공부를 해볼 수도 있고, 새로운 전공이 의외로 잘 맞을 수도 있으니 대학에서 길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취재 임하은 기자 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