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새 국면 맞은 미중경쟁
중국의 희토류 통제와 트럼프 대통령의 100% 추가관세 부과로 살벌한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미중 정상회담은 예상외로 순조롭게 종료됐다. 산적한 양국 간의 민감한 이슈는 아예 논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발등의 불’인 희토류 수출규제 유예와 대두 수입 재개라는 양보를 받아냈고 중국은 관세 일부 인하와 해운과 조선업에 대한 규제조치 유예 등의 소소한 현안을 해결했다.
그동안 미국이 공격하고 중국은 방어하며 대립하는 양상이었는데 이번에는 왜 달랐을까.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한 지지 기반인 대두 농가의 불만을 방치할 수 없어 일회용 유화책을 썼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미국의 전략이 변했다는 점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계의 두 거인 첨단산업 진검승부 돌입
미국은 지난 7년간 중국의 추격 저지에 초점을 맞췄지만 앞으로는 자국 첨단 제조업 육성에 역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9월 19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대통령, 공장 부활에 큰 역할 고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제조업 부활(reviving U.S. manufacturing)을 정책의 핵심으로 설정하고 정부가 미국 제조업 재편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려 한다. 지난 6월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인수할 때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황금주를 확보하고 바이든정부 당시 보조금을 지급한 데 따른 반대급부로 인텔의 지분을 무상으로 10% 획득한 것 등이 정부 주도 제조업 부활 구상의 일환이었다는 것을 짐작하게 된다.
최근 미국이 일본에 5500억달러, 우리나라에 3500억달러를 투자기금으로 지원 해주기를 요청한 것도 바로 제조업 부활 구상과 맥이 닿아 있다. 두 나라의 투자기금은 이 구상을 실현할 마중물로서 ‘미국의 차기 황금시대를 여는 열쇠’로 사용될 것이라고 한다. 벌써 이 기금의 활용은 시작되었다.
미국정부는 일본이 투자기금 용도로 제안한 항목 중 하나인 원자로 건설을 목표로 최소 800억달러 규모의 파트너십 계약을 10월 말에 웨스팅하우스의 소유주와 체결했다. 시장지상주의인 미국에 정부 주도라니 무슨 시대착오적 발상인가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의 강점이 미국 제조업의 대전환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된다.
계약 주체인 정부는 원자로 건설의 신속한 추진을 위해 자금 조달을 주선하고 인허가를 확보하는 데 직접 나선다. 몇 년이 걸리는 절차를 18개월로 단축하기 위해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원자로 신규 허가를 신속하게 처리하도록 명령했다. 이러한 정부개입은 원자로 건설이 예정보다 7년 지연되면서 비용이 140억달러에서 350억달러로 대폭 증가해 2017년 자산운용사에 인수된 웨스팅하우스의 쓰라린 경험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중요한 결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가동에 필요한 전력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원자력 발전 르네상스’를 선언하고 지난 5월 자국 원자력 발전 용량을 2050년까지 4배 늘리겠다는 내용이 담긴 원자력 산업 육성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2030년까지 신규 대형 원자로 10기를 건설하도록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제조업의 선두주자인 일본과 한국의 ‘팔을 비틀어’ 돈을 내게 하고 에이스 기업들이 직접 사업에 참여하여 파죽지세 중국을 능가하는 황금시대의 미국 제조업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한국산업의 역동성 발휘해야
국민과 기업의 피땀으로 모은 어마어마한 돈을 뜯겨 당장은 복장이 터지지만 미국의 최고기업들과 AI 산업화(AI-driven industrialization)의 성공을 협업할 수 있다면 현재 출구 없는 한국산업에 새로운 미래가 열릴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한미 협력의 코메리칸 제조업 달성 전략 구상에 몰두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