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울리는 공무원 사칭 사기 기승

2025-11-07 13:00:01 게재

온나라에 ‘피해 주의’ 공람

최근 두달 새 123건 달해

‘노쇼’ 사기로 737억 피해

한동안 잠잠했던 ‘공무원 사칭’ 사기 범죄가 최근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자체·의회는 물론 산하 공공기관까지 범위가 확대되고 수법도 교묘해지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대부분 피해가 소상공인에 집중되고 있는 만큼 피해 예방·구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지자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9월 10일부터 10월 31일까지 정부 전자업무망 ‘온나라시스템’에 올라온 공람 문서 가운데 허위 공문서 위조, 공무원 사칭 관련 문서만 123건에 달했다. 9월 이전 2개월 간은 ‘위조’ ‘사칭’ 문구가 포함된 문서가 단 1건에 불과했다. 온나라시스템 공람문서는 정부와 지자체 공무원 등이 업무에 참고할 내용을 공유하기 위한 것인데 최근 들어 공무원 사칭 사기 행각이 급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람문서 발신기관, 즉 피해지역도 강원 인천 대구 대전 경남 등 전국에 걸쳐 있다. 사고유형은 공무원 사칭 사기 전화, 허위 공문서 및 위조 공인 사용 사례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미수에 그친 경우가 많지만 실제 피해 사례도 계속 나오고 있다. 세종북부경찰서는 최근 세종시청 공무원을 사칭해 한 보일러 업체로부터 3000만원을 받아 챙긴 용의자를 쫓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사기범은 지난달 29일 세종시 조치원읍에 있는 한 보일러 업체에 위조된 공무원 명함을 보낸 뒤 “제세동기가 필요하다”며 “제세동기 업체 계좌로 돈을 입금하면 업체가 제세동기를 보내줄 것”이라고 속였다. 보일러 업자는 안내받은 계좌로 3000만원을 송금했지만 이후 연락이 끊기자 사기임을 인지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기도에서도 최근 도청 공무원을 사칭한 사기 피해 사례가 발생했다. 지난 23일 경기도종자관리소 직원을 사칭한 사기범이 A건설업체에 농수로 개선 건으로 전화했다며 위조 명함을 보냈다. 사칭범은 공사에 앞서 다른 급한 사안이 있다며 다른 업체 자재를 대신 구매하고 대금을 송금해 달라고 요청했다. A건설업체는 5750만원을 송금했으며 사칭범이 추가 대납을 요구하자 종자관리소에 해당 직원이 있는지 확인하면서 사기임을 인지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올해 들어 경기도청 직원을 사칭해 금전적 피해가 발생한 사례는 이번이 세번째다.

공무원 사칭 사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전국 지자체에는 지역 자영업자, 납품업체들의 관련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발주 사실을 문의하거나 담당 공무원이 실제 근무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공무원이 업체에 직접 연락해 거래를 요청하거나 선입금을 요구하는 일은 절대 없다”며 “공공기관 명의의 공문이나 명함을 받을 경우, 해당기관 누리집이나 콜센터를 통해 사실 여부를 확인해달라”고 당부했다.

사기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그동안은 위조 공문서·명함 등으로 공직자를 사칭, 전화통화·문자를 보내 물품을 허위발주하거나 제3자 업체의 물건 구매대행을 요구(송금유도)하는 방식이 주로 이용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나라장터에 입찰 개찰 결과가 공개되면 낙찰 업체에 연락해 계약 진행을 위한 계약보증금 현금 납부를 요구하거나 계약서 초안 등을 이메일로 발송, 송금을 유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조달청은 나라장터에 ‘수요기관 임직원 사칭 허위구매 사기 피해 예방 안내문’을 공지했다.

이와 관련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허 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전국의 ‘노쇼 사기’ 접수 건수는 4506건, 피해액은 737억원에 달했다. ‘노쇼 사기’는 공공기관이나 군부대, 정당 등을 사칭해 대량 주문을 예약한 뒤 다른 업체나 개인에게 대금을 대신 입금하도록 유도해 돈을 가로채는 신종 사기다.

허 의원은 “사기 피해자 대부분은 영세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으로, 거래 한건이 생계와 직결되는 분들”이라며 “경찰청 차원의 상시 단속체계 구축과 피해 예방·구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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