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마포대로, 설중송백 소나무가 다시 숨 쉰다

2025-11-10 13:00:07 게재

요즘 마포대로를 지날 때마다 걸음을 멈추게 된다. 한그루 한그루가 마치 “이제야 제자리를 찾았다”고 속삭이는 듯하다. 요즘은 삼개로에 새로 심은 소나무가 잘 자라고 있는지 살펴보는 일이 하루의 일상이 되어 버렸다. 지난 6월 마포구는 마포대로와 삼개로 일대의 가로수를 토종 수목으로 교체했다. 이는 단순한 나무 교체가 아니라, 가로수 민원을 해소하고 노후 수종의 안전 위험을 제거하며, 외래종 위주의 도시 조경에서 벗어나 ‘마포의 전통과 역사’를 되살리는 특화거리 조성사업이었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은“멀쩡한 플라타너스를 베고 비싼 소나무를 심었다”, “예산 낭비다”, “송진 가루로 피해가 발생한다”는 식의 비판을 제기해왔다. 하지만 이는 사업의 본질과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지적이다. 마포대로 소나무 식재는 단순한 미관 개선이 아니라, 도시환경과 구민의 삶을 위한 장기적 환경 투자사업이다.

그동안 마포대로를 비롯한 도심 가로수는 일제강점기에 도입된 외래종 플라타너스가 주류를 이루었다. 넓은 잎과 빠른 성장으로 도심의 그늘을 제공했지만, 그 뿌리가 도로를 들뜨게 하고 낙엽이 배수로를 막아 침수를 유발했다. 또, 봄철 꽃가루 알러지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지목되는 등 유지관리 문제도 끊이지 않았다. 삼개로 은행나무 또한 좁은 도로 폭에 심어져 악취가 심한 열매로 식당가 민원과 보행 불편이 반복되었다.

구민의 삶을 위한 장기적 환경 투자사업

마포구는 도로 환경 개선과 안전,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사계절 내내 푸르름을 유지하는 토종 소나무를 식재했다. 소나무는 낙엽이 없어 가지치기에 들어가는 예산과 관리비용을 줄일 수 있고, 강한 생명력으로 장기적인 유지 효율을 높인다.

일부에서는 소나무의 송화가루로 인한 알레르기 우려를 들어 가로수로 부적합하다고 주장하지만, 송화가루는 입자가 커서 장시간 대기 중에 머물기 어렵고 날림 기간도 약 일주일 내외로 짧다. 게다가 예로부터 송화가루는 귀한 약재로 쓰여온 자연의 산물이다. 소나무는 오랜 세월 우리 산천 어디서나 자라며 풍파를 견뎌온 나무다. 어떤 수종이라도 적절한 환경 관리가 없으면 뿌리내리기 어렵다. 마포구는 나무 의사와 MOU를 맺어 소나무 활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병해충 방제 및 하부에 계절별 초화류와 식물을 심어 관리 체계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한국인은 소나무를 사랑한다. 겨울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고, 거센 바람에도 뿌리를 굳게 내리는 소나무의 모습은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민족의 기개를 닮았다. 우리나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나무이지만, 특히 도심 속에서 마주하는 푸른 소나무는 특별하다. 겨울의 회색빛 도는 도시에서 우뚝 솟은 소나무는 변하지 않는 가치, 흔들리지 않는 마음과 푸르른 생명력, 불굴의 의지를 떠올리게 한다.

나무는 오늘 심어 내일 그늘을 주지 않는다. 행정이 나무를 심는다는 것은 미래를 내다보는 긴 호흡의 약속이다. 지금의 식재는 10년, 20년 뒤 마포의 환경을 위한 준비다. 정말 마포를 사랑한다면 긴 호흡으로 행정을 믿어 달라고 말하고 싶다.

미래를 내다보는 긴 호흡의 약속

시간이 흐르면 지금의 소나무들이 마포의 새로운 상징이 되고 세대를 이어 그 자리를 지켜주리라 믿는다. 역사와 자연, 그리고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마포, 그 길 위에 소나무의 푸른 그림자가 오래 남기를 바란다.

박강수 서울 마포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