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 몰렸던 국힘, ‘항소 포기’ ‘팩트시트’ 반격 기회

2025-11-10 13:00:32 게재

항소 포기 ‘윗선 개입’ 주장 … “직권남용이자 탄핵 사유”

늦어지는 팩트시트 공개 … “외상합의 해놓고 먹튀 궁리”

국민의힘이 오랜만에 반격 기회를 잡았다.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과 한미 관세협상, 코스피 4000 돌파 여파로 여권과의 주도권 경쟁에서 밀리는 듯 했지만, 항소 포기 논란과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 공개 지연에서 돌파구를 찾는 모습이다. 연말 정국의 주도권이 여야 어느 쪽을 향할지 주목된다.

발언하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0일 청주시 국민의힘 충북도당 사무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10일 국민의힘은 항소 포기 논란과 팩트시트 공개 지연을 계기로 여권을 겨냥한 반격에 나서는 모습이다.

지난달 말 APEC 개최와 한미 관세협상 타결, 코스피 4000 돌파가 잇따른 게 여권에 호재로 작용하면서 여권에 유리한 정국이 조성된 게 사실이다. 한국갤럽 정례조사(4~6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이재명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1주일 전에 비해 6%p 상승한 63%를 기록했다. 취임 초 수준을 회복한 것. APEC이 국익에 도움이 됐는지를 묻는 질문에 ‘도움 됐다’ 74%, ‘도움 안됐다’ 13%였다. 정부의 대미 관세협상에 대한 평가를 묻자 ‘잘했다’ 55%, ‘잘못했다’ 26%였다. 국민의힘이 수세에 몰리는 흐름이었다.

하지만 지난 7일 항소 포기 논란이 터지고, 팩트시트 공개가 지연되면서 국민의힘이 반격 기회를 잡았다는 관측이다.

항소 포기 논란은 ‘권력 개입설’과 맞물리면서 연말 정국을 뒤흔들 조짐이다. 국민의힘은 10일 항소 포기 논란을 겨냥한 대여 공세에 나선 모습이다. 검찰이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2심을 앞둔 지난 7일 갑자기 항소를 포기한 배경을 놓고 ‘권력 개입설’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여권 핵심부가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지우기 위해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심이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2025년 11월 7일 자정 대한민국이 암흑으로 변했다. 정의의 등불이 꺼지고 민주주의는 암흑 속으로 사라졌다”며 “법무부와 대검이 개입해서 대장동 사건의 항소를 막았다. 단군 이래 최대 개발 비리사건에서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7800억짜리 개발비리를 400억짜리로 둔갑시켰는데도 항소를 막았다. 이재명이라는 종착역으로 가는 대장동 길을 막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 대표는 “단군 이래 최악의 수사 외압이자 재판 외압”이라며 “명백한 직권남용이자 탄핵 사유”라고 밝혔다. 장 대표는 “대통령이 지난 10월 30일 국무회의에서 뜬금없이 검찰의 항소를 강하게 비판한 건 이번 항소 포기를 미리 지시한 것이다. 그리고 이재명 아바타인 정성호 법무장관이 항소 포기 외압작전을 직접 지휘한 것”이라며 “김병기 원내대표도 동의했으니 국정조사하자. 특검하자. 그 끝은 탄핵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지 열흘이 지났지만, 회담 결과를 담은 공동 설명자료인 ‘팩트시트’ 공개가 미뤄지는 대목을 놓고 여권 책임론을 부각시키고 있다.

장 대표는 “정부는 관세협상이 끝났다지만 국민에게는 그저 도깨비불에 불과하다. 합의를 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합의문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APEC 선물이랍시고 받기는 받았지만 포장지와 빈상자뿐이다. 게다가 무엇이 켕기는지 정부는 팩트시트도 공개하지 않을 참”이라고 지적했다.

장 대표는 “더 가관인 건 법적 구속력이 없는 MOU라서 국회 비준 대상이 아니라고 우기고 있다. 그런 논리라면 법적 구속력도 없는데 특별법까지 만들겠다는 초식은 도대체 어느 나라에서 수입한 것이냐”며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힌다. 팩트시트 공개해야 한다. 국회 비준 받아야한다. 필요하다면 특별법은 그 다음”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합의문도 없는 외상합의 해놓고 먹튀할 궁리하느라 머리 굴리는 소리가 국민 귀에 또렷히 들린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9일 “외국인들이 주식을 대거 팔아치운 이유는 무엇인가. 여러 악재가 있었지만, 그중 하나는 바로 관세 협상 실패의 결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라며 “중장기적으로 매년 200억 달러씩 미국으로 자금이 빠져나갈 수밖에 없는데다가, 연 200억 달러의 재원 조달의 여력에 대한 의구심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이 아무리 명비어천가를 불러대어도 시장은 이렇게 냉정하게 평가한다”고 주장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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