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항소 포기’ 검찰 반발 확산
노만석 총장 대행 사퇴 요구까지 등장
“조직논리 따라 선택적 반발” 비판도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대한 검찰 내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차장 검사)의 사퇴 요구까지 등장했다. 반면 검찰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재억 수원지방검찰청장,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등 검사장 18명은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권한대행께서 밝힌 입장은 항소포기의 구체적인 경위와 법리적 이유가 전혀 포함돼있지 않아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대장동 개발사건의 항소포기 지시에 따른 경위와 법리적 근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대해 공개적인 답변을 구하고 나선 것이다.
대검 연구관들도 전날 회의를 열고 노 대행에게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해줄 것을 건의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지난 7일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 실형을 선고한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하지 않았는데 수사팀이 대검과 서울중앙지검 지휘부가 항소장 제출을 금지했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형사소송법상 피고인만 항소하고 검찰이 항소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더 높은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된다. 검찰은 당초 피고인들이 총 7886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며 추징을 요구했으나 항소하지 않으면서 국고환수 규모는 1심이 인정한 473억원을 넘을 수 없게 됐다.
항소 포기 결정이 나자 수사팀은 반발했고,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검찰 내 비판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대장동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김영석 대검 감찰1과 검사는 내부망에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느냐”며 항소 포기 결정으로 민간업자들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을 안겼다고 비판했다.
역시 대장동 사건 수사를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 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0분의 1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비판했다.
박영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은 노 대행 등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문자메시지까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파장이 커지자 노 대행은 입장문을 내고 “대장동 사건은 일선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 지검장은 “대검의 지휘권은 따라야 하고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중앙지검의 의견을 설득했지만 관철하지 못했다”고 중앙지검의 의견이 달랐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검찰 내 반발이 지속되는 가운데 일부 검사들의 집단 움직임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은 10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김건희 여사 출장조사 무혐의,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취소 항고 포기 결정에는 침묵하던 검찰이 대장동 사건에만 집단 반발하고 있다”며 “검찰 내 극소수 정치검사, 검찰주의자들이 조직논리에 따라 선택적으로 반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법무부는 감찰에 착수하고 항명에는 징계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검찰 지휘부는 특수수사에서 반복된 높은 무죄율과 무리한 수사 논란, 국민의 비판을 고려해 무분별한 항소를 자제하기로 결정했다”며 “반면 수사팀과 일부 검사들은 항소 자제를 부당한 지시라며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공직자로서 본분을 잃은 명백한 항명”이라며 “조직적인 항명에 가담한 관련자 모두에게 단호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