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체결·비준 조약 80% ‘국회 패싱’

2025-11-10 13:00:39 게재

지난해 8월 현재 2810건 국회 동의 없이 체결

동의 여부도 정부가 판단…‘민주적 통제’ 부재

정부가 체결하거나 비준한 조약 중 20% 정도만 국회 동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0%는 ‘국회 패싱’한 조약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국회 동의 여부를 정부 임의로 결정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입법부의 ‘민주적 통제’가 침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문위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8월 현재 우리나라가 체결하거나 비준한 전체 조약수는 3549건이다. 이중 21%인 739건이 국회의 동의를 거쳤다. 양자조약이 504건, 다자조약이 235건이다. 79%에 해당하는 2810건(양자조약 2298건, 다자조약 512건)은 국회 동의 없이 체결하거나 비준했다.

국내법과 같은 법적 효력을 갖지만 국회 동의를 생략한 채 체결 또는 비준한 조약이 현행 법률수(1640건)의 두 배 가량 많은 셈이다.

외통위 전문위원실은 “국민의 권리·의무와 직결되는 조약의 수가 1990년대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조약이 국내법 체계에 미치는 규범적 파급력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한 국회의 유의미하고 실질적인 민주적 통제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조약은 헌법 제6조에 따라 국내법과 같은 효력이 있고, 국민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어 넓은 의미에서는 대부분이 입법사항에 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와 관련 “조약에 대한 국회동의권의 행사범위는 문안의 수정은 허용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회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조약 여부에 대한 판단 자체가 정부 권한에 속하는 것이어서 국회의 관여가 이뤄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회 동의를 받을 것인지 여부를 조약을 체결하는 정부가 결정하는 모순을 지적하면서 국회의 ‘민주적 통제’의 부재를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민주당 의원들은 21대 국회와 22대 국회에 연거푸 ‘조약의 체결·비준에 관한 민주적 통제를 위한 법률안’을 내놓았다. 21대 국회에서는 설훈·홍익표·박주민 의원, 22대 국회에서는 박주민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했다. 이들은 “조약의 체결·비준 절차 등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과 국회를 통한 민주적 통제 방법 등을 정해 조약을 통한 국제협력 증진과 조약의 민주적 정당성을 보장하고 국민의 권익 보호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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